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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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 요나스 요나손 / 임호경 / 열린책들

 

핵폭탄 들고 다니는 여자

 


 

 

   제목부터 눈에 확 띄는 책이에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쓴 바로 그 작가랍니다. 이 소설은 영화로도 나왔어요. 책도 영화도 보지 않았지만 '유명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거든요. 재밌으니까 유명하겠다는 생각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를 재밌게 읽었거든요. '매우 두꺼운 책'임에도  빠르게 읽었거든요. 읽는 내내 어쩜 이리도 유쾌하고 흥미롭던지요. 제목이 실제 이 여자를 정확하게 표현한 건 아니지만 '제목 참 잘 지었다'라는 칭찬을 하며 읽었어요.

 

   셈을 할 줄 아는 여자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셈이라고 하기엔 너무 고차원적인 계산을 해요. 수학 천재에요. 어디서 배운 적도 없이 스스로 공식까지 만들어내요. 아무리 어려운 계산식이라도 암산으로 해버리지요. 그녀는 응아를 치우는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다가 한 사기꾼을 만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흑인에게 글자를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역시 그녀도 글자를 읽을 줄 몰랐어요. 그녀는 사기꾼에게 글자까지 배워요. 게다가 라디오를 들으며 똑똑하게 말하는 법도 배우지요. 수학 천재에데가 글자까지 배웠으니 큰 인물이 되겠지요?

   그녀는 큰 꿈을 가지고 도시로 갔는데 하필 그날 차에 치이고 핵폭탄을 개발하는 연구소에 갖혀서 종살이를 해요. 여기서부터 드디어 일이 꼬이기 시작한답니다. 연구소 책임자급인 한 연구원의 종이 된 그녀, 그런데 그 연구원은 아버지의 권력으로 그 자리에 앉은 것이지 사실은 실력이 하나도 없었어요. 천재 그녀가 자신의 목숨을 위해 꾀를 내다 보니 어쩌다가 연구원을 도와 핵폭탄 개발에 관여하게 돼요. 자, 여기서부터 드디어 그녀에게 반전이 와요. 그녀가 어찌어찌해서 핵폭탄을 손에 들고 연구소를 탈출하는 데 성공하거든요. 사기꾼에게서 얻은 다이아몬드 28개와 핵폭탄이 있으니 세상 무서울 게 하나도 없어요.

 

 


 

 

  요나스 요나손.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군요. 그는 첫 소설을 아주 늦은 나이에 썼어요. 첫 소설을 쓰기까지 47년이 걸렸다고 해요. 일을 하며 사업을 하며 열심히 살고 성공을 했어요. 그 정도면 이룰 만한 것은 많이 이뤘을 텐데 어렸을 적 품었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매각해요. 그렇게 자유로운 몸이 된 후에 쓴 첫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쳤어요. 뒤이어 나온 두 번째 소설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는 출간하는 나라마다 초판이 매진되고 있다고 해요. 정말 대단한 작가에요. 읽어보니 왜 이렇게 유명한지 알겠더군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 저절로 웃게 만드는 유머 코드, 사회를 풍자하는 주제까지 더해져서 정말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어요. 소설이라는게 너무 문학성만 강조하면 어렵고 지루해지고, 재미만 강조하면 그냥 시간때우기 용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추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이 소설에서 말하는 핵폭탄이 뜻하는 게 있다고 해요. 핵폭탄은 터지면 주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지요. 실로 생명을 위협하는 물건이에요. 그런데 이런 물건이 핵폭탄 뿐일까요? 우리 주위에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이 많은지요. 소설속에서도 보면, 능력은 하나도 없으면서 아버지의 힘으로 연구소 높은자리까지 올라간 연구원이 있어요. 늘 술에 취해 있고 수학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데다가 핵폭탄을 개발할 능력은 커녕 핵폭탄이 뭔지도 모를 그런 사람이지요.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있으니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토록 어처구니 없는 세상에는 소설속 까막눈이 같은 여자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달라고 했더니 여야가 야합하여 말도 안 되는 합의를 했어요. 정작 유가족들이 항의하러 가자 출입을 막아버렸지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세상에 까막눈이여자가 핵폭탄 하나 들고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봤어요.

   요나손만의 재치와 매끄러운 문장을 맛볼 다음 소설이 나오기 전에 백세 노인부터 읽어봐야 겠어요.

 

#nah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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