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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글쓰기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차윤진 옮김 / 북뱅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2년 전 여름, 윌리스 스테그너의 <안전으로 넘어가다(Crossing to Safetry)를 읽었다. 나는 그의 이전 소설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명만함, 그 형식의 자유로움에 깜짝 놀랐다. 그는 어떤 시도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이 먹혔다. 나는 소설의 가능성 앞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의 모든 이야기는 개연성이 있었고, 끝에 가서는 한층 더 힘을 얻었다.
길을 따라서 맹목적으로 돌진하다가 그의 이야기가 갑자기 엉뚱한 내용으로 휙 넘어가는 바람에 하마터면 목이 꺾일 뻔했다. 작가가 등장인물을 1년간 베니스로 보내버린 것이다. 나는 그럴 순 없어! 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아파트 발코니에 서서 낭만적인 도시에서 새어 나오는 부드러운 불빛을 응시하는 장면은 뭔가 깨달음을 줬다. 대양을 건너면 기다리는 끔찍한 운명을 마주치기 전 주인공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은혜와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 소설을 읽고 나서 석 달 동안이나 충격에 휩싸여 뜨거운 여름의 타오스를 거닐었다.
스테그너는 단 한 번 주춤하지도 않고 창조의 불씨 속에 있었다. 나는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사주면서 읽으라고 잔소리를 해 댔다. 그만큼 완전히 빠져들었다. 그는 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오래 전, 사 놓고 눈팅만 하던 나탈리 골드버그의 '버리는 글쓰기'를 읽고 있다.
이 책에 인용문이나 소개 책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게 생겼다.
그 중 하나가 윌리스 스테그너의 '안전으로 넘어가다'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흥분하는 소설이다.
석달 동안이나 충격에 빠뜨렸다니!
윌리스 스테그너의 거의 마지막 소설.
이걸 쓰고 6년후 84세의 스테그너는 교통사고를 당해 장 파열로 사망했다고.
찾아보니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다.
충격적인 소설의 가능성이 궁금해서 못살겠다.
한글 번역본은 없는 것 같으니 원서로 읽을 수밖엔 없지만...끄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