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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개의 모노로그 ㅣ 오늘의시민서당 50
최형인 지음 / 청하 / 1990년 7월
평점 :
배우들을 위한 연기 대본 연습집이다.
제목 위에 이렇게 붙어 있다.
'배우, 자유로운 인간을 위한'
난 배우는 아니다.
엄마가 배우다.
단역배우.
그래서 엄마 드리려고 샀는데,
나도 해당된다.
난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픈 인간이니까.
그래도 대본 연습집이니까,
외워서 연기를 해 볼 참이다.
어느 책이더라...
가수 백지영이 이 책의 문장들을 외워서
온 마음으로 연기 연습을 해보고
지금의 그녀만의 감정과 감정을 품을 수 있었다는.
(최근에 읽었는데 어떤 책인지 기억이 안남 ㅠㅠ)
배우들은 진짜 대단.
한 줄 외우기도 이리 힘든가 그래.
포기하고, 그냥 보면서 읊어봤다.
온 마음으로 감정을 실어.
내 딴에는.
이 문장이다.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난 배우도 아닌데,
단역배우의 딸인데,
뭐지...
눈물이 나려 했다.
자기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을 받는다는 사실,
더욱이 그 미움의 원이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존재,
체온 그 자체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불행을 매우 절망적인 것으로 만듭니다.
세번째 읽을 때 여기서 코끝에 쫘악, 핏기가 모이는 것 같더니
마지막 줄에서
비 한줄기가 내리고 나면 불행한 증오는 서서히 걷히고
여기서 운에 습기가 촉촉.
바깥에 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일 거야.
순전히, 말이지.
이 비가 그런 비면 좋겠네.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걷게 해 주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미워하지 않게 해 주는.
와씨,
소설 쓰지 말고 배우할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