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의 사물들 - 개정판
김선우 지음, 우창헌 그림 / 단비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언가를 '낯설게' 보는 사람이 시인이라고들 한다. 

뭐, 소설가나 수필가도 맥은 같은 듯. 

낯설게 보지 않고 어떻게 소설이나 수필로 공감을 주고, 감동을 선사할 수 있겠나.

남들과 똑같이 본다고 줄 수 있는 게 '공감'이면 매일 똑같은 것만 보고 살며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느끼지 않는다고 악다구니를 해대는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미워할 일은 없을 거다. 


매일 똑같이 보는 것에 어떤 목마름을 느꼈거나

매일 똑같이 보는 게 싫지만 싫다고 내색을 못하거나 

매일 똑같이 보는 게 숨막히지만 낯설게 볼 수 없다면,


김선우, 그녀에게서 배우자.


그녀가 낯설게 본 쓰레기통과 걸레와 생리대에는 '나'가 들어있다.

'우리'가 들어있다. 우리네 삶이 들어있다.

낯설게 본 우리가 들어있다.

그걸 통해 세상이 낯설어 보인다.

그동안 내가 무심히 넘겼던 세상이 낯설게 보인다.

사람이 낯설게 보인다.


세상은, 그들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었던 걸까?

처져있던 귀를 새삼 곧추세우고 싶다.  


그녀는 시인이 아니면 어쩔 뻔 했나.

멋부리려 억지 쓴 표현, 없다.

그런데 멋지다. 매 문장에서 탄복할 지경이다.


시만 쓰지 않고 이렇게 풀어서 산문도 써주고 소설도 써주니 고맙기 한량없다.


독자로서 그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그나마 있어서 다행이다.


읽고 또 읽고,

그것도 모자라


구판샀는데

개정판도 주저없이 샀다.


이 책에 리뷰가 10개밖에 없다는 데 놀라며

역시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다'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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