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그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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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어느 특정한 공간, 즉 지하실 안의 입자이자 동시에 만콥스키 철사를 통해 하나의 파도가 된다. 나는 파(波)가 되어 여기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 있고, 여기 있지 않은 누군가도 나와 함께 여기 있을 수 있다.
여기 이 지하실에 나의 자주색 관광버스, 손잡이를 크롬으로 도금한 버스가 있음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알베르트 기온도 그가 지금 어떤 영화 속에 있는지 말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작업은 예술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누군가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더라도 나를 생각하리라는, 어쩌면 나는 있지도 않은 결혼사진 속의, 왼쪽 윗니가 빠진 노인일 수도 있다. 동시에 있지도 않은 학교 운동장에 있는 빼빼 마른 어린아이일 수도 있다


여기 이 지하실에 나의 자주색 관광버스, 손잡이를 크롬으로 도금한 버스가 있음을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알베르트 기온도 그가 지금 어떤 영화 속에 있는지 말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작업은 예술이다.


241-142쪽에 걸쳐 있는 문장이다.


우리는 누구나 '만콥스키 철사'를 머리 위에 갖고 있다. 

그건 우리가 처한 저마다의 현실, 저마다의 시공간.


우리 몸은 보이지 않는 입자와 파동이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결혼사진 속에도 윗니 빠진 노인으로 등장할 수 있고

있지도 않은 학교 운동장에 빼빼 마른 어린아이로 머물 수 있다.


우리는 자그마치, 그런 존재들이다. 


만콥스키 "철사는 다른 철사를 건드리지 않는다".(240p)

어느 "시공간에서든 저마다의 영화가 상영되는 중이"다.(240p)


저마다의 영화를 상영하면서

다른 철사를 건드리지 않기-.


자신의 만콥스키 철사를 좀, 잘 쓰기-.


다른 철사를 건드리지는 말고,

파동으로 진동을 주기.


그렇게 영향을 주고 받고

연대하기.


소설 속에서 시종 레오를 괴롭히는 배고픈 천사가 

우릴 잡아먹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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