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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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설터의 작품은 늘 이렇게 더디게 한국에 당도하는가. 'Solo Faces'는 무려 1988년에 본토에서 발표된 소설. 소설이 발표된 '시기'가 무에 중요하냐고 물을라치면 할 말은 없지만 1988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올림픽이 열린 해이며 퍼스널 컴퓨터가 도래하기 이전이라고 혼잣말은 하고 싶다. 


인터넷은 누군가의 머릿속에 공상으로만 떠돌고 있던 시대.


소설이 쓰인 시대와 독자가 서 있는 시대가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명작은, 그 간극을 넘어선 '보편성'을 담보하고 있으니까.

그래야 명작이니까.


몇 백년, 아니 몇 천년이 지나도 '읽힘'이 지속되는.

“고전…이요? 인간의 보편적 상황을 다루는 거죠.”

([캐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김미정 역/그날/251쪽).

캐롤


그러나 소설이 쓰인 시대와 독자가 서 있는 시간은 그 사이의 너비만큼의

거리감이 벌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는 있다.


그 시대에 소중했던 가치가 이 시대에는 더 이상 소중하지 않을 수도.


인터넷이 없던 시대에

인터넷 없으면 못 사는 시대의 가치를 포착, 

즉, 32년의 간극을 넘는 보편성을 쟁취하는 작가라면

대가답다.


물론, 제임스 설터는 그 대가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줄 것이다.


그는 이제, 우리와 함께 같은 시간 속을 걷지 못한다.

2015년에 세상을 떠났다.


설터는 90세로 죽기 전 88세에 마지막 소설을 발표했다.

올 댓 이즈.


올 댓 이즈


대한민국은 그 즈음, 

어느 대단히 유명한 소설가의 어이없는 표절 사건으로 뒤숭숭했고

우리는 제임스 설터라는, 대단히 훌륭한 작가를 제대로 애도하지도 못했다.


비록 32년 전의 설터지만 더없이 반가움은 그 때문일지도.





그들은 교회 지붕에서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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