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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학 강의 ㅣ 소소담담의 수필비평/이론 12
신재기 지음 / 소소담담 / 2022년 4월
평점 :
품절
수필은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 비문학 영역에도 걸쳐 있다. 이를 인정해야 한다. 이 비문학적 요소가 수필의 자존심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수필을 순수문학의 울타리 안에 제한하려는 것은 오류이며 일종의 미신이다.
그렇고말고.
수필도 문학이다.
[수필이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 비문학 영역에 걸쳐 있다]고, 수필가 자신이 말하고 있으나
수필은 문학이다. 엄연히.
피천득, 손광성의 수필을 보라.
'문학'의 테두리를 넘어...가 아니라 문학의 테두리 안에 단단히 서 있다.
수필과 소설의 차이는, '허구성'에 있다.
소설에 있는 게 수필에 다 있다.
서사.
수필에도 서사가 있다.
인물.
당연히, 수필에도 인물이 있다.
배경,
두말하면 잔 소리다.
사건
두말하면 입 아프다.
수필과 소설이 다른 점은 딱 하나.
허구성이다.
소설은 허구요,
수필은 비허구다.
그러나 나는 이조차 겹친다고 본다.
담도만 좀 다를 뿐.
수필을 쓰는 이가 수필을 쓸 때,
'경험'을 쓴다.
그 경험은 순도 100프로의 '비허구'인가?
70대 노인이 열 살 적 경험에 관해 쓰면
그건 100프로 비허구가 될 수 있을까?
하다못해 바로 어제 일을 쓰다고 해도,
글 속에서 펼쳐지는 그 경험은 순도 100프로의 비허구가 될 수 있을까?
어쩌지 못하게,
수필도 '재현(representation)'이 개입된다는 소리다.
도끼로 자르듯, '허구'라고는 할 수 없다.
그 경험을 한 것은 '사실'이니까.
그러나 수필가의 기억에서 빠져나와 글로 풀어 헤쳐지는 수필의 '사실'은
순도 100프로의 '비허구'는 아니다.
그래서, 수필과 소설의 '차이'는 단언키 힘들다.
없는 사실을 있었다고 치고 말하는 게 소설이고
있는 사실을 이렇게 기억한다(혹은 보았다)고 말하는 게 수필일 지도 모른다면
굉장히 달라 보이지만
소설에서 말하는 '없는' 사실이란 게 사실은,
'나'가 보지 못하는 어디선가는 또 일어났고, 일어나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지금도 멕시코 만류 어디에선가
쪽배 하나에 의지해
상어와 사투를 벌이기 위해
또 다른 산티아고가
그 쪽배를 밀고 바다로 나가는 중인지도 모르니까.
수필은 문학이다.
소설과 같으면서 또 다른.
그 자체로.
최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문학'은 바로, 수필이었다.
손광성의 '누나의 붓꽃'.
수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