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내가 써온 글들을 제대로 된 서평이라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서평이라는 말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책을 평가하는 것인데, 내가 평가할 수 있을만큼 저자를 능가하는 경우란, 형편없는 책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런 형편없는 책들에게 내가 시간과 애정을 쏟아서 글을 쓸 필요를 느낀적은 서평단 이벤트에 응모해서 책을 받아 읽고는 먹튀할 수가 없는 경우일 뿐이었는데, 그 형편없다는 사실 역시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내 주관적인 내 생각에서 볼 때, 그 책의 이러저러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읽기가 힘들었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싣고 있거나 빤하고 진부한 내용이거나 아무튼 내가 그렇다고  느낀 것들 뿐이었다.


그런데 만일 서평은 객관적인 것이며, 주관적인 의견이 배제되어야 한다 라고 누군가가 정의를 하고 거기에 따라서 서평을 쓰자, 그렇게 쓰는 서평에게 당선작을 주자 라는 운동이 일어난다면, 일단, 객관적인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그러면 그 객관성을 내가 혼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까지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가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이제껏 한 2년 넘게 꾸준하게 책을 읽고 그 책이 내게 생각하게 해준 것들을 적어왔지만, 그것이 서평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성찰해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서평이벤트니 서평대회니 하는 행사에 참가할 때 조차도, 그리고 그런 행사에 참가해서 당첨이 되었을 때조차도 서평의 객관성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따져보니, 그렇다면 객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략 그게 뭔지는 알지만, 예를 들어,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라는 말을 들을 만한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주관적일테고 모두가 동의한다면 그게 객관적인걸까. 그렇다면 내 느낌이 공감을 적었을 때 그 느낌이 글로 연결되어 다른 독자들과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을 때 그 느낌을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감각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객관적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네이버 한자사전에 찾아보면 객관은 이렇다. 


客觀

객관단어장 추가
①인간()의 생각 밖에 존재()하며, 그 생각에는 의존()하지 않은 외부()의 세계()  ②어떤 사건()과 관계() 없는 제3자()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뭐 비슷하다.

[명사]

  • 1.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함.
  • 2.<철학>주관 작용의 객체가 되는 것으로 정신적ㆍ육체적 자아에 대한 공간적 외계. 또는 ...
  • 3.<철학>세계나 자연 따위가 주관의 작용과는 독립하여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것.


그러니까 서평을 만일 객관적으로 쓴다면 내 생각 밖에 있는  내용을 전달하라는 건데, 책에 대한 내용 중 생각 밖의 내용이라는 것을 기술하는 것은, 인문 과학 실용 분야의 책의 경우, 책에 어떤 내용이 실려있다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작가에 대해 조사해서 그 작가가 혹은 작품이 가진 해당 분야에서의 의의 정도를 내 생각이 아닌 이미 한 학문 혹은 무엇이든간에 어떤 한 분야로서 형성되어 있는 위치로서 소개하면 된다. 이렇게 따지면 서평에 내 생각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며 서평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대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서평하는 법>은 훨씬 쉬워진다. 목차가 있으므로, 목차대로, 이 책은 이런 내용이다 라고 쓰고, 또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를 글자 순서만 대충 바꿔서 쓰면 된다. 거기에 내 의견이 들어가면 그건 객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좋은 서평이 아니다. 라는 게 아니라 이런 연역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이 책 구매 페이지에 있는 매우 매끄럽게 잘쓴 소개글 대신 개인 블로그의 두서없고 형편없는 글을 읽고 공감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웃간이라든가 뭐 교류관계 이런 것 말고 모르는 글에 아무 이득 없이 공감을 남기는 이유는 그 글을 진짜로 공감하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나 역시 남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알라딘에 글을 올렸을 때, 아무도 찾지 않았고, 그렇게 황량한 무플지대가 지속되던 어느 날 <예감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 공감이 십여개가 갑자기 눌려진 것에 대해 기적적인 경험이라고 느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간간히 올리던 글은 나만을 위한 글이었고, 마찬가지로 처음의 <예감은..>글도 나만을 위한 글이었지만, 작은 변화가 어떤 시점을 계기로 티핑포인트에 이른건지, 혹은 순전히 우연에 의한 발견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 기적과도 같은 공감 갯수는 글쓰기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아 나의 생각이 어떤 누군가의 전혀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또다른 한 인격적 개체와 어떤 공감을 형성했구나 라는, 아마도 처음으로 어쩌다 서너 개의 공감이 눌려졌을 테고, 그러다가 메인 홈에도 떴을 테고, 그러다가 당선작평가단의 눈에도 띄었을 테고, 그러그러 저러저러해서 처음으로 당선작이 당첨되었던 기억. 그 기억에 의지해서 그렇게 변함없이 내 생각이 누군가와 아주 작은 행위,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띡 누르는 그 하찮은 행위를 매개로 익명의 누군가와 연결되는 행위가 내가 책을 읽고 소통하는 한 방법이었다. 


서너줄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길어지다니.. 다시 수습하자면, 나는 객관적인 글을 쓸 수 없다. 소설에 대한 글을 쓸 때, 인용문 없이 어떻게 객관적인 글이 가능한지 현재 내가 가진 지식 수준으로는 알 길이 없다. 좀 더 공부를 하면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문 서평가가 아니므로, 당분간은 내가 쓸 수 있는 한계내에서 더 잘(객관적으로) 쓰려는 노력 없이, 오자나 탈자 비문도 악착같이 고칠 생각 없이, 그대로 쓰게 될 것 같다. 가끔 상품에 목을 매고 기를 쓰고 쓴 내 주관적인 글이 공식적인 서평대회에서 인정받을 때도 있으므로 나의 글을 서평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좋고, 서평이라 말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글을 썼고, 내 형편없는 글이 당선작에 올라가서 당선작이 저질이라는 구설수에 올라간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것들이 대개 익명을 향해 하는 말이지만, 행여 혹시라도 내 글을 향해 하는 것임이 명백하더라도, 모르는 체 하고 해맑게 지나치게 될 거 같다.  2만원의 당첨금에 목숨걸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걸 회수해가라고 유별을 떨거나, 아 당선작이 저질이라는 건 아마도 나를 저격하는 걸거야 나는 주관적인 글 밖에 못쓰자나. 나는 상처받았어 하고 커뮤니티를 떠나느니 마느니 하는 미숙한 행동을 하지도 않겠다.  반대로 내 주관적인 견해로 형편없다고 생각되는 글들로  당선작 페이지가 도배되더라도, (아마도) 겉으로는 쿨하게 지나갈 거 같다. 


이건 순전히, 평가단 도서<카인>을 재밌게 읽었는데 서평쓰기가 싫어져서, 이런 책은 그냥 재밌게 읽고, 우왕 짱 재밌었어, 너무 웃겨 너도 읽어봐 하는 수준으로 지나가고 싶은 책인데, 책을 받아먹었으므로 서평을 써야 하는 순간을 미루기 위해 쓰는 글.... 인거 같음. 그런다고 평가단 운영자가 안써도 됩니다 라고 쪽지줄 것도 아닌데 순전히 뻘짓이었음


댓글(62)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2016-02-05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6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 - 스파이 고양이, 형광 물고기가 펼치는 생명공학의 신세계
에밀리 앤더스 지음, 이은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생명공학은 언제나 양면성을 지닌다. 유전자 공학,형질전환, 개체 복제, 멸종동물 복제, 인공기관, 로봇 생체 기술 등의 대부분의 생명 과학과 그 기술은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생명의 연장을 목적으로 하지만, 그것은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담보되어야 한다. 인간이 아닌 모든 동물은 생명 공학의 깃발 아래 실험을 위한 온갖 종류의 질병이 주입되고, 자신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세포를, 기관을, 유전자를 난도질당한다. 조립라인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유전자를 닥치는 대로 망가뜨린 수많은, 중국의 한 돌연변이 쥐의 대량 생산 산업을 생각해보자. 과학이 선사한 생명을 만지작거리는 자유는 대체로 우리가 혐오하는 쥐들만의 일이 아니다. 취향의 반영으로 이루어진 수천년동안의 선택 교배는 이제 실험실에서 조물딱 조물딱 Cut & Paste 하듯 유전자를 잘라내고 이어붙여 완성된다. 


글로피시는 다양한 종들에서 추출한 DNA를 뒤섞고 결합하는 거대 메쉬업 중 하나다. 수정crystal 해파리가 가진 빛은 녹색형광단백질(GFP)이라는 화합물이 녹색 광선을 흡수해서 키위색의 빛을 방출하는데, 청색 광선을 해파리에 비추면 조명같은 멋진 빛이 생긴다. 유전공학이 이 GFP를 이용하여 오염된 물속에서 초록색으로 빛나는 형질 전환 물고기를 만든 이래, 붉은색, 노란색의 형광 물고기에 이어 무지개빛 물고기를 만들었고, 처음의 목적이 수질 오염의 정도를 물고기의 빛으로 측정하고자 했던 것과 달리 이 물고기들은 글로피시라는 이름으로 상품화되었다.

 대개의 경우, 유전자 조작의 목적은 인류의 삶을 구원이 목적이다. 인간의 항트롬빈 유전자를 뽑아내어 염소의 수정란에 직접 주입한 형질전환 염소는 염소가 젖샘에서 우유를 생산하는 동안 인간에게서 얻어온 항트롬빈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염소의 젖은 항트롬빈으로 가득 찬다. 이 젖들에서 항트롬빈이 축출되어 팔리는 약이 GTC라는 제약회사에서 항응고제로 파는 에이트린이라는 약이다. 미국인 2천명 중 1명은 항트롬빈을 만들지 못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안고 태어나는데, 유전자조작 염소의 젖에서 추출한 이 약의 도움으로 치명적인 혈전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이 각각 2006년과 2009년에 이 약품을 승인하고 시장을 강타한 이후 제약 세계는 혈우병에서 암에 이르는 질병의 치료제를 뿜어내는 동물들을 기르기 시작했다. 

유전공학 토끼의 젖에서 루코네스트는 유전성 혈관부종을 치료한다. 다른 어떤 동물보다 모유에 3천배 많은 라이소자임 효소는 아기들의 면역체계를 향상시키고 박테리아를 공격하는 화합물로 빼곡한데 유전공학자들은 인간 라이소자임 유전자를 염소 수정란에 쏜 후 그 배아를 대리모에 이식, 라이소자임 함량이 높은 우유를 생산하는 형질전환염소를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오메가 3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소화하기 힘든 락토스를 줄인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를 내놓았고, 일본 과학자들은 인간 콜라겔 단백질을 함유한 고치를 짓는 누에를 만들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달걀에 피부암과 다발성 경화증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복합물이 함유된 암닭을 만들었다. 머지않아 약대신 달걀을 찾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유전공학은 인간 유전자를 다른 종에다 끼워넣는 것 이상의 일을 한다. 최초의 인간 세포와 동물세포를 모두 가진 인간-동물 키메라는 인간-양이다. 최근 네바다 대학의 연구자들은 인간 줄기세포를 양의 태아에다 집어 넣어, 자궁 속에서 태아의 발달이 진행됨에 따라 인간 세포가 양의 신체 속으로 통합되어, 일부는 양, 그리고 일부는 인간의 것인 심장과 간, 췌장을 지닌 양을 탄생시켰다. FOXP2 라고 불리는 인간의 유전자는 단어를 다루는 인간 고유의 방식을 책임진다고 생각되는 유전자인데, 과학자들은 이 FOXP2 유전자를 지닌 쥐를 만들었고, 이 쥐들은 소리와 그 소리를 내는 신경 세포의 형태와 크기가 변했다. 물론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는 인지 능력을 좌우하는 인간 특화 유전자들의 여러 조합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해독했다는 유전자 문자 정보는 망망대해처럼 넓고 앞으로도 더욱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인지 능력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니까, 언어 능력을 다루는 FOXP2 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인간의 고유 인지 능력을 부여하는 여러 종류의 유전자들이 양이나 쥐 원숭이들 속에 도배되어 인간처럼 생각하는 일이 가능하게 될 날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책을 읽을 때도 소름끼쳤는데, 정리해서 옮기는 과정 중에도 털이 쭈뼛쭈뼛 섬뜩함이 느껴진다. 우리 인간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한 상원의원이 인간-동물 잡종 금지법안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인공공학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질문은 과연 그럴 만한 권리가 있느냐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반대편에는 인간이 신의 법칙을 위반하거나 자연을 거스리는 행위로 보고 우려한다. 저자는 과학자가 아니라, 과학 저술가이다. 그러니 과학자의 입장만을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많은 논쟁 끝에 미국 내 새로운 형질 전환 동물의 혁신적 기술을 방해하는 정채적 요소들은 과학자와 기업가들에게는 엄청난 사기 저하를 불러올 것이며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과학 저술가 답게, 매우 객관적인 입장에서 양면성을 모두 들여다 보며 내린 자신만의 결론이지만, 나는 이 저자가 내리는 결론에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못하겠다. 인류를 위한 이런 저런 실험들이 불러올 예측불허의 결과들이 두렵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2장까지의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적었는데, 그만큼 이슈가 가장 많은 부분이고, 이 책의 모든 다른 부분들보다도 중요하고 흥미로운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특히 복제양 돌리 파트인 3장에서 그렇다. 비교적 오랜동안 이슈화되었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동물의 복제에는 수많은 실패가 뒤따르고 하나의 클론을 위해 수십 수백건의 난자 채취가 필요로 된다. 당연히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우려스러울 뿐더러, 그 목적이 애매하다. 대체 왜 한 세대 차이나는 일란성 쌍둥이를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단순한 지적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자원이 낭비되는 건 아닐까. 여기에서도 약간의 후성유전학적 발견은 있다. 일란성 쌍동이들의 삶이 다르듯, 서로 다른 질병을 앓고, 생김새도 조금씩 달라지듯 DNA 상으로는 완벽하게 똑같은 복제 동물들은 심지어 털의 색깔 같은 주요 요소들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분야의 응용으로 가장 희망을 보였던 복제 개나 복제 고양이의 경우, 주인이 자신이 아끼던 애완동물의 대용으로 수억을 들여 복제에 성공하면(개 복제는 한국에서 황우석 박사가 한다고) 기르던 동물들의 정체성을 가지리라 희망했기 때문인데, 간혹 성격이 완전히 다른 놈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르셀라병에 저항성을 띤 황소를 복제한다던가 하는 농축산 산업에 희망적으로 응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데, 결국 복제에 따르는 높은 실패, 사산, 선천성 기형과 질병 등의 문제를 안고 그러한 목적에 다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복제기술은 결국 멸종과 멸종위기 동물 프로젝트의 보호에도 쓰인다. 21세기 노아의 방주라고 불리는 냉동 동물원에는 후에 복제 기술이 발달했을 경우 다시 복제할 수 있도록 멸종 혹은 멸종 위기의 많은 동물들의 세포를 저장한다.

5장의 꼬리표 프로젝트는 여러가지 센서나 기기들을 해양 동물에게 시술하여 해양 생태계를 모니터링하는 내용이고, 6장의 돌고래 윈터는 꼬리 쪽 조직이 다친 돌고래에게 인공 꼬리를 만들어주는 내용을 비롯하여 신체 일부분이 손상된 동물들의 의족이나 인공 고환 같은 것들에 대한 내용으로, 1장과 2장에서 얻은 충격에 비하면 다소 평이한 내용이다. 7장에 가서 다시 또 심장이 벌렁벌렁 대는 일들을 보여주는데, 그것은 생체 공학 기술의 현황이다. 대표적으로 딱정벌레에게 이런 저런 시술을 시켜 원격으로 컨트롤 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던가, 이러한 생체기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로봇 바퀴벌레의 시판과 관련된 내용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금수 - 미야모토 테루

빨책의 이동진과 이혜리 기자가 극찬했던 <환상의 빛>의 저자 미야모토 테루의 장편 소설이다. 배신과 비극으로 이혼한 두 남녀가 10년 후에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후,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환상의 빛>은 읽었는데, 매우 서정적인 작품이었고, 금수 역시 문체의 아름다움에 주목할 수 있을 듯하다. 서간체의 소설이 주는 잔잔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2. 순정 - 한창훈

두번쨰 책으로 세컨드 핸드 타임을 넣었다가 가만 행각해보니 소설이 아닌 게 확실해서 급변경.

















3. 여장남자와 살인자 - 클로에 크뤼쇼데

그래픽 노블이라는데, 그래픽 노블의 장르가 노블 = 소설이니까 신간평가단 추천 도서로 가능할 것 같아서, 일단 추천해본다. 성적 정체성과 전쟁의 트라우마를 다루는 소설로, 살기 위해 여장을 선택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프랑스 태생 저자는 이 책으로 권위있는 만화상을 여러차례 수상하였고, 내용은 2차 대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장남자와 살인자>라는 에세이를 각색한 작품이라고 한다.

















4. 시스터 캐리 - 시어도어 드라이저



1900년 말에 발표된 작품으로 시어도어 드라이저는 미국 문학사에서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이라고 한다. 대도시로 상경한 시골소녀가 배우로서 성공하게 된 이야기가 에밀졸라 풍의 치밀한 묘사로 쓰여졌을 것 같다. 1990년대에 범우사와 신화사 등에서 이미 나왔었던 책이 문동 세계문학으로 출간되었다. 첫 작품에 대한 일화와, 평단의 혹평 등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초판본은 465권 팔렸다고..









5. 남편의 아름다움 - 앤 카슨

여성 최초의 T.S 엘리엇 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하는, 캐나다 출생 앤 카슨의 작품이 두 개 동시 번역되어 나왔는데, 이 책은 한 여자의 사랑, 결혼, 배신, 이혼의 과정을 그렸고, 또다른 소설 <빨강의 자서전>은 신화에 모티브를 둔 소설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저자에 붙은 '실연의 철학자'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신화적 이야기보다는 실연의 이야기를 고르는 편이.

















후보에 적어놨던 책들 몇 권을 덧붙여본다. 

노르웨이의 거장, 칼 오베 크라우스고르의 작품으로 6권중 1권. 

아버지의 죽음을 소재로 일상을 치밀하게 묘사했다는데 32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다고 해서 급관심을 두었다가 두께와 철학적 내용 모두 부담스러워서 포기했다. 나중에라도 6권을 언제 다 읽겠나..














만일 책이 없다면 추천했을 작품. 추측해보건데, 이 책이 선정 가능성이 꽤 높을 것 같은데, 이 책으로 결정이 되어도 반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읽을 책이므로














기타, 추천 하려고 리스트에 담았던 책들을 긁어오면 다음과 같다. 대개는 탈락된 이유는 장르소설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화성의 포드케인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6년 1월
20,000

바텐더 
윌리엄 래시너 지음, 김연우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월

닥터 글라스 
얄마르 쇠데르베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6년 1월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순정- 1991년, 우리의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한창훈 지음 / 도서출판 책방 / 2016년 2월


세컨드 핸드 타임 - 스페틀리나 알렉세에비치

구소련의 붕괴는 공산주의 혁명 못지 않게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언제나 그렇듯, 급격한 사회정치적 변혁은 숱한 희생을 낳는다. 믿고 보는 스페틀리나 알렉세예비치가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담은 녹취록 속의 실제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살아남은 자들, 그들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죽은자를 잃는 것의 고통과 상실이 살아남았다는 것의 댓가일 것이다. 절절한 문체와 생생한 현실의 압도적 조화가 인상깊었던 전작 <전쟁은 여자..>에서의 감동으로 이 책을 기대하고 추천한다.  ==> 에세이로 분류.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2-03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1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3 2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읽은 책>


이 달에는 여기저기 다니고 노느라고, 많이 읽지 못했다. 읽은 소설은 가쿠다 미쓰요의 <종이달>,알랭레몽의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헨닝 망켈의 <불안한 낙원>과 장강명의 <댓글부대>, 폴 오스터의 <폐허의 도시> 이렇게 일곱 권 읽고, 오래전에 읽은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의 리뷰를 작성했다. 이제나마 <노인과 바다>를 읽은 게 뿌듯했고, <종이달>과 <하루하루가 작별의 나날>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의 재미를 최대로 즐긴 선택이었다. 어쩌다보니 장강명의 소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댓글부대>는 내가 장강명 작가에게 큰 기대를 거는 건 아님에도 기대 이하였다. 불안한 낙원은 좋은 작품이긴 한데, 표지의 영향인지, 조금 뭔지 모르게 불편했던 기억이 있고, 저지대는 오래 전에 읽었음에도 읽을 때의 고적함을 그대로 떠올릴 수 있는작품이었다. <잠깐만 회사좀 관두고 올께>는 쉽게 읽히는 일본 책 대중서의 전형적인 형식으로, 취업전선에서 고통받고 있는 청춘의 고뇌를 다소 얕게 다룬다. 리뷰 쓴 책들 중 이달의 위너는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를 뽑는다. 

































비소설 류에서 제일 재밌게 읽은 책, 즉 이달의 승자는 김정운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다. 그림과 사진이 많아 책은 두껍지만(두꺼울 테지만, 이북으로 읽었음) 텍스트가 많지는 않아 글자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책선물 하기에 좋은 선택이다. 간간히 웃기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이 책은 인문책이라기 보다는 잡문의 에세이류로 분류하는 것이 더 알맞을 것 같다. 김영사의 <통제불능>은 철지난 후에 출판된 점이 안타깝게 좋은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지만, 너무 두꺼워져서 읽다가 지치고,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은 내겐 아무리 영원히 야전삽질을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분에 넘치는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읽다가 아주 자주 화가 났는데, 가끔 할머니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손자손녀들이 떠들며 웃으면 막 화를 내는 거랑 비슷한 걸까 라고 생각하니 더욱 화가 났다. <엄마 나야>는 그냥 하나씩 다 사자.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자. 아마도 그렇게라도 그 아이들을 기억하는 게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희선님이 보내주신 책이다. 눈물이 너무 나와서 채 읽지 못하고 리뷰부터 썼다. 김광식의 <김광석과 철학하기>는 김광석 노래 가사와 철학을 좀 억지스럽게 찍어다 붙였지만, 철학 입문으로 철학에 백그라운드가 없는 독자에게 매우 쉽게 쓰여진 책이었고, 파인만의 <물리법칙의 특성>은 오래된 책의 개정판으로, 일반인을 위한 물리를 쉽게 쓴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b 2016-02-01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정말 대단하십니다!!
항상 님 글을 보면 나도 열심히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2월도 화이팅입니다.~~^^

CREBBP 2016-02-02 01:00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이 달 위를 처음 걸었던 것은 그 해 여름이었다. 인간이 달 위를 걸을 때, 그의 달은 몰락하고 있었다. 박스로 이루어진 집을 상상해본다. 그 박스에는 이 세상 자신을 사랑하는 마지막 혈육이 사랑했던 책이 한 가득 들어있다. 그 박스를 남기고 조금씩 조금씩 몰락해가던 외삼촌 빅터는 기어이 완전히 몰락했고, 세상을 등졌다. 이 넓디 넓은 세상에, 거칠고 험한 세상에  아무 피붙이 없이 혼자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복수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 스스로 몰락해가는 것. 완전하게 무기력해지는 것. 맨 끝까지 그렇게 가보는 것. 그것 말고는 없다. 그가 몰락해가는 과정은 일반적인 눈으로 본다면 정말이지  도통 이해가 안되는 과정이지만, 독자는 너무나도 깊이 주인공 포그에게로 감정이입을 한다. 그리고 더욱 더 처절하게 자신을 몰락의 끝으로 몰아부치고 극기야는 추락을 결심하는 것같은 행동을 이해할 것 같다. 혼자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리라.


빅터삼촌이 남기고 간 책 상자들은 의자가 되고, 침대가 되고 테이블이 되고, 그리고 밑둥까지 내어주는 나무처럼 아낌없이 주는 단 하나의 의지가 된다. 책이 담긴 박스들은 그에게 삼촌이 남긴 사랑이었다. 아버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일찍 사고로 죽었지만, 엄마가 남긴 유산과 뭔가 그와 통하는 듯한 천재 외삼촌은 그런대로 그를 바르게 성장시키고 대학 교육에까지 이르게 했다. 작정하고 잉여인간이 된 포그는 책을 팔아 생활을 유지한다. 책이 없어진다는 것은 외삼촌의 흔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 흔적이 없어지면서 그가 살던 아파트의 책상자 가구들 역시 점점 없어져간다. 헌책방 주인은 교묘하게 책값을 낮게 쳐주고, 마지막 책을 모두 팔아치운 후 그의 거처는 센트럴 파크로 옮겨진다.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고 비를 맞으며 한데서 자는 중에도, 가끔 친절한 청년들을 만나면 먹을 것을 얻어먹기도 하는 노숙자의 생활에 인이 박힐 무렵에 다 죽어가는 그를 찾아낸 사람이 있었다. 포그는 단 한번의 인연으로 그를 잊지 못하고 세상을 뒤져 자신을 찾아내고 후에 연인이 된 키티 리를 만난다.


이제 노숙자 생활을 접고 충만한 사랑으로 새 삶을 살아가는 포그, 그의 철없던 방황은 끝난 것일까.  여기서부터 또다른 비극과 또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나는 에핑이라는 괴팍한 노인의 집에 돌보미로 들어가서 생기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 또 하나는 아름다운 청춘에 새긴 키티 리와의 사랑과 열정과 이별 이야기. 키티 리의 등장으로 로맨틱한 스토리가 전개되나 기대했던 독자에게, 열병같은 사랑은 만남 그 자체보다 헤어짐의 방식을 더욱 애닯게 한다. 사랑하는데 함께 같은 곳을 볼 수 없는 두 사람. 둘은 너무 달랐던 것이다. 외롭고 고독하게 자란 포그에게 새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슴 벅찬 설레임이다.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댄서 키티 우에게 새 생명은 인생의 파멸을 의미한다. 뜨겁게 사랑했던 남녀는 조금도 여자 몸 속에 자라나기 시작한 생명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 잉태된 생명은 어미의 뱃속에 있고, 포그는 한줄기 빛도 못본채 지워버린 생명에 대한 집착으로 키티 리를 용서하지 못한다. 심리 모사가 어찌나 탁월했던지...


에핑과의 우연은 결국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필연으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는데, 출생의 비밀에 맞닥뜨린 이 가엾은 젊은 청춘은 또다시 자신을 고립시키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처음의 고립과 두번째의 고립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 그는 더이상 숨쉬기 운동과 굶기 작전으로 시간을 때우지 않는다. 그를 처음부터 힘겹게 했던 출생의  근원지를 찾아 떠나는 것이다.  폴 오스터는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우연적인 요소를 우리는 크고 작은 우연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라고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우연은 우주를 창조했고, 지구상의 생명을 창조했고, 오늘날의 인간을 만들어냈다. 부자가 눈멀고 괴팍한 노인의 죽음을 통해 만나는 것 쯤은 사소하다. 


폴 오스터는 외롭고 고독한, 방황하는 20대 청춘의 정서적 등가물로 달을 선택하였다. 달... 달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그 해 방황하는 은둔자 포그가 노숙자로 전락하던 시기에 미국을 환히 비추던 달은 미국의 미래였다. 그 달 아래에서 포그는 유일한 혈육을 잃었으며, 방황했다. 달빛은 세상 구석구석까지 스미지 못했다. 방황이 끝나고 사랑이 끝나고 인생의 비밀이 벗겨지고, 또다시 충격 가운데 서게 된 포그. 달의 궁전은 그가 그렇게 어두운 달빛 아래 발견된 자아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