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내가 써온 글들을 제대로 된 서평이라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서평이라는 말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책을 평가하는 것인데, 내가 평가할 수 있을만큼 저자를 능가하는 경우란, 형편없는 책일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런 형편없는 책들에게 내가 시간과 애정을 쏟아서 글을 쓸 필요를 느낀적은 서평단 이벤트에 응모해서 책을 받아 읽고는 먹튀할 수가 없는 경우일 뿐이었는데, 그 형편없다는 사실 역시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내 주관적인 내 생각에서 볼 때, 그 책의 이러저러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거나 읽기가 힘들었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싣고 있거나 빤하고 진부한 내용이거나 아무튼 내가 그렇다고  느낀 것들 뿐이었다.


그런데 만일 서평은 객관적인 것이며, 주관적인 의견이 배제되어야 한다 라고 누군가가 정의를 하고 거기에 따라서 서평을 쓰자, 그렇게 쓰는 서평에게 당선작을 주자 라는 운동이 일어난다면, 일단, 객관적인 글을 어떻게 쓰느냐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그러면 그 객관성을 내가 혼자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까지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가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이제껏 한 2년 넘게 꾸준하게 책을 읽고 그 책이 내게 생각하게 해준 것들을 적어왔지만, 그것이 서평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서 제대로 성찰해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서평이벤트니 서평대회니 하는 행사에 참가할 때 조차도, 그리고 그런 행사에 참가해서 당첨이 되었을 때조차도 서평의 객관성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렇게 따져보니, 그렇다면 객관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략 그게 뭔지는 알지만, 예를 들어, 그건 네 생각일 뿐이야 라는 말을 들을 만한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주관적일테고 모두가 동의한다면 그게 객관적인걸까. 그렇다면 내 느낌이 공감을 적었을 때 그 느낌이 글로 연결되어 다른 독자들과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을 때 그 느낌을 객관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감각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객관적은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 네이버 한자사전에 찾아보면 객관은 이렇다. 


客觀

객관단어장 추가
①인간()의 생각 밖에 존재()하며, 그 생각에는 의존()하지 않은 외부()의 세계()  ②어떤 사건()과 관계() 없는 제3자()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뭐 비슷하다.

[명사]

  • 1.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함.
  • 2.<철학>주관 작용의 객체가 되는 것으로 정신적ㆍ육체적 자아에 대한 공간적 외계. 또는 ...
  • 3.<철학>세계나 자연 따위가 주관의 작용과는 독립하여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것.


그러니까 서평을 만일 객관적으로 쓴다면 내 생각 밖에 있는  내용을 전달하라는 건데, 책에 대한 내용 중 생각 밖의 내용이라는 것을 기술하는 것은, 인문 과학 실용 분야의 책의 경우, 책에 어떤 내용이 실려있다라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작가에 대해 조사해서 그 작가가 혹은 작품이 가진 해당 분야에서의 의의 정도를 내 생각이 아닌 이미 한 학문 혹은 무엇이든간에 어떤 한 분야로서 형성되어 있는 위치로서 소개하면 된다. 이렇게 따지면 서평에 내 생각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책을 읽지 않고도 읽은 척하며 서평을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대신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서평하는 법>은 훨씬 쉬워진다. 목차가 있으므로, 목차대로, 이 책은 이런 내용이다 라고 쓰고, 또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를 글자 순서만 대충 바꿔서 쓰면 된다. 거기에 내 의견이 들어가면 그건 객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좋은 서평이 아니다. 라는 게 아니라 이런 연역이 가능해진다.  


사람들이 책 구매 페이지에 있는 매우 매끄럽게 잘쓴 소개글 대신 개인 블로그의 두서없고 형편없는 글을 읽고 공감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웃간이라든가 뭐 교류관계 이런 것 말고 모르는 글에 아무 이득 없이 공감을 남기는 이유는 그 글을 진짜로 공감하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나 역시 남들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알라딘에 글을 올렸을 때, 아무도 찾지 않았고, 그렇게 황량한 무플지대가 지속되던 어느 날 <예감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 공감이 십여개가 갑자기 눌려진 것에 대해 기적적인 경험이라고 느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간간히 올리던 글은 나만을 위한 글이었고, 마찬가지로 처음의 <예감은..>글도 나만을 위한 글이었지만, 작은 변화가 어떤 시점을 계기로 티핑포인트에 이른건지, 혹은 순전히 우연에 의한 발견이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 기적과도 같은 공감 갯수는 글쓰기의 태도를 변화시켰다. 아 나의 생각이 어떤 누군가의 전혀 얼굴도 이름도 아무것도 모르는 또다른 한 인격적 개체와 어떤 공감을 형성했구나 라는, 아마도 처음으로 어쩌다 서너 개의 공감이 눌려졌을 테고, 그러다가 메인 홈에도 떴을 테고, 그러다가 당선작평가단의 눈에도 띄었을 테고, 그러그러 저러저러해서 처음으로 당선작이 당첨되었던 기억. 그 기억에 의지해서 그렇게 변함없이 내 생각이 누군가와 아주 작은 행위, 손가락으로 마우스를 띡 누르는 그 하찮은 행위를 매개로 익명의 누군가와 연결되는 행위가 내가 책을 읽고 소통하는 한 방법이었다. 


서너줄 쓰려고 했는데. 이렇게 길어지다니.. 다시 수습하자면, 나는 객관적인 글을 쓸 수 없다. 소설에 대한 글을 쓸 때, 인용문 없이 어떻게 객관적인 글이 가능한지 현재 내가 가진 지식 수준으로는 알 길이 없다. 좀 더 공부를 하면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문 서평가가 아니므로, 당분간은 내가 쓸 수 있는 한계내에서 더 잘(객관적으로) 쓰려는 노력 없이, 오자나 탈자 비문도 악착같이 고칠 생각 없이, 그대로 쓰게 될 것 같다. 가끔 상품에 목을 매고 기를 쓰고 쓴 내 주관적인 글이 공식적인 서평대회에서 인정받을 때도 있으므로 나의 글을 서평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좋고, 서평이라 말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것과 상관없이 글을 썼고, 내 형편없는 글이 당선작에 올라가서 당선작이 저질이라는 구설수에 올라간다는 말을 듣더라도, 그것들이 대개 익명을 향해 하는 말이지만, 행여 혹시라도 내 글을 향해 하는 것임이 명백하더라도, 모르는 체 하고 해맑게 지나치게 될 거 같다.  2만원의 당첨금에 목숨걸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걸 회수해가라고 유별을 떨거나, 아 당선작이 저질이라는 건 아마도 나를 저격하는 걸거야 나는 주관적인 글 밖에 못쓰자나. 나는 상처받았어 하고 커뮤니티를 떠나느니 마느니 하는 미숙한 행동을 하지도 않겠다.  반대로 내 주관적인 견해로 형편없다고 생각되는 글들로  당선작 페이지가 도배되더라도, (아마도) 겉으로는 쿨하게 지나갈 거 같다. 


이건 순전히, 평가단 도서<카인>을 재밌게 읽었는데 서평쓰기가 싫어져서, 이런 책은 그냥 재밌게 읽고, 우왕 짱 재밌었어, 너무 웃겨 너도 읽어봐 하는 수준으로 지나가고 싶은 책인데, 책을 받아먹었으므로 서평을 써야 하는 순간을 미루기 위해 쓰는 글.... 인거 같음. 그런다고 평가단 운영자가 안써도 됩니다 라고 쪽지줄 것도 아닌데 순전히 뻘짓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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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2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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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2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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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2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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