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유고상은 AI와 로봇에 대한 소재가 봇물을 이루었다. 제목만으로도 그렇다. 'OObot'이 제목에 들어가는 봇 소재 SF가 장편을 제외하고, 중편, 중단편, 단편 모두에서 후보작에 올랐으며 그 중 두 편은 수상작이다.
마샤 웰스의 <All systems red>는 현재 <The Murderbot Diaries> 시리즈로 3편까지 나와 있으며, 마지막 편인 4편은 10월중 출간 예정이다. 곧 굿리즈와 아마존 등에서 좋은 반응이어서 곧 번역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중편인데다가, 영문판 이북 가격도 저렴한 편이어서, 직접 원서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 1편만 읽고 멈출 수가 없는 게 문제다.
1편 <All Systems Red>는 SecUnit이라고 불리는 로봇이 어떤 행성에서 인간을 구하는 게 전체적인 스토리이다. 스토리상으로는 그닥 특별한 점은 없지만, 이 보안유닛의 행동이 굉장히 유니크하고 귀엽다. 더욱이 로봇의 시선으로 1인칭 화자가 진행하는 스토리이기에 인간이 만든 봇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이 책의 매력이다. 특이할 것 없어 보이는 보안유닛은 알고 보면 유기적 부분과 기계적 부분이 섞여 있는 반로봇반인간 상태로, 의식이 있다는 설정이다. 감정을 느낀다는 설정이다. (상세한 이야기는 리뷰를 통해). 2편에 가서는 더욱 진지해지는데, 기계적으로 지워진 기억을 찾기 위해 안전한 '주인'을 떠나 뇌의 유기적 티슈에 얽혀져 남겨진 기억을 단서로 과거를 찾아 행성을 여행하는 부분으로, 이번에는 인간이 아닌 기계와 교감한다. 2편은 아직 1/5 정도 밖에 읽지 않았지만 1편에서 축적된 배경과 캐릭터와 쌓은 친분으로 더욱 사랑스러워진 murderbot의 행동이 더욱 흥미롭다.
중편이 Novella와 Novellete로 나뉘는데, Novella는 헐렁헐렁하게 편집하면 책 한권으로도 엮을 수 있을만한 분량이고, Novellete는 도저히 그거 하나로 책 한 권 냈다가는 욕만 디지게 먹을만큼 짧은 중편, 즉 단편과 중편의 중간정도 분량이다. 수잔 팔머의 <Secretes life of bots>는 Clarkesworld Magazine September 호에 실린 작품으로 해당 매가진의 온라인 판을 통해 인터넷에서 바로 읽을 수 있고, 팟캐스트로 오디오북까지 제공된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난 다용도 로봇은 자기가 비활성화된 동안 엄청난 시간이 흘렀으며, 그 엄청난 시간 속에서 봇들의 세계 역시 완전히 달라진 것을 알게 된다. 봇들은 전문화되었고, 자신에게는 보도 듣도 못한 봇넷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수많은 봇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수세대만에 깨어나서 겨우 해충 퇴치 역할을 부여받은 봇9은 다른 봇들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들이 탄 우주선과 승무원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구를 공격하는 외계 우주선과 충돌해 모두 파괴될 위험에 있음을 알게 되고 독자적 행동을 하는 내용이다.
단편 부분에서 AI와 로봇 분야의 후보에 오른 작품은 Vina Jie-Min Prasad의 <Fandom for robot>이다. Uncanny Magazine Sep/Oct 2017에 실렸고, 역시 온라인 판에서 직접 읽을 수 있다. 이 잡지도 팟 캐스트를 통해 오디오북을 제공하는데, 이 작품은 오디오북으로는 제공되지 않는 듯하다. 내용은 50년대 제작된 지능형 로봇 로봇트론이 투박하고 오래된 지능형 로봇이라는 이유로 폐기되지 않고 살아남아 로봇 박물관에서 지각이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는 쇼를 하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중, 어떤 소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일본 애니를 조사하다가 그 애니에 빠져 팬픽도 쓰고, 인간과 교감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유발 하라리는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챕터에서, 과학소설들이 지능과 의식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로봇에게 지능은 있지만 의식은 없다는 것이다. AI와 관련된 모든 영화와 과학 소설의 기본 플롯이 의식을 갖게 되는 마법적인 순간을 갖게 되고, 이후 인간과 로봇은 사랑(혹은 우정)에 빠지거나 로봇이 인간을 모두 죽이거나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형적인 틀을 휴고상의 세 후보작 및 수상작들은 극복했을까? 우선 <murderbot>을 보면, 이 SecUnit은 분명 의식이 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굉장히 민감한 상태의 감정에 처하고, 그것을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을 숨기지도 못한다. 이 소설에서의 '매직'이라면 2편에서 밝혀지는 것인데 단순 기계가 아니라 construct라 불리는 유기체와 기계의 합성체라는 사실이다. 결국 인간 생체적 신호를 처리하는 두뇌를 모방해 의식과 감정과 관련된 처리를 맡긴다는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이 murderbot에게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두번째 소설에서는 단순 기계들로서, 네트웍을 통해 지식을 교환하는데, 거대한 선체를 가진 우주선 자체가 마스터 로봇이고, 그 마스터 로봇이 모든 로봇을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설정으로, 우리가 주변에서 대하는 모든 기계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듯 인공지능 모듈을 심고 네트웍 연결을 통해 빅데이터와 연결하기에,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유사한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 의식의 측면과 인간과의 관계 측면에서는, 하라리의 일반화에 반은 들어맞지만 반은 그렇지 않다. 봇들은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데, 만일 우주선과 승무원을 구하는 일이 승무원들의 명령을 위반하는 일과 상호 모순될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도 알고리즘이 처리할 수 있으므로 그들의 행동을 의식으로 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팬덤 오브더 로봇은 보다 판타지에 가까운 과학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짧은 소설 속에 인간과 기계에 대한 교감을 담았다는 면에서 하라리의 귀결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그 로봇이 팬픽을 쓰는 이유는 의식의 결과라기 보다는 머신 러닝의 결과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서만 볼 수 있는 오타쿠적 행위를 통해 기계와 인간이 교감하는 것은 시사하는 게 크다. 그렇다면 인간만이 가졌다는 그 '대단한' 의식이란 게 결국 무엇이냐라는 문제로 방향을 틀기 때문이다.
Best Novel
- The Stone Sky, by N.K. Jemisin (Orbit)
- The Collapsing Empire, by John Scalzi (Tor)
- Provenance, by Ann Leckie (Orbit)
- Six Wakes, by Mur Lafferty (Orbit)
- Raven Stratagem, by Yoon Ha Lee (Solaris)
- New York 2140, by Kim Stanley Robinson (Orbit)
Best Novella
- All Systems Red, by Martha Wells (Tor.com Publishing)
- “And Then There Were (N-One),” by Sarah Pinsker (Uncanny, March/April 2017)
- Down Among the Sticks and Bones, by Seanan McGuire (Tor.Com Publishing)
- Binti: Home, by Nnedi Okorafor (Tor.com Publishing)
- The Black Tides of Heaven, by JY Yang (Tor.com Publishing)
- River of Teeth, by Sarah Gailey (Tor.com Publishing)
Best Novelette
- “The Secret Life of Bots,” by Suzanne Palmer (Clarkesworld, September 2017)
- “Wind Will Rove,” by Sarah Pinsker (Asimov’s, September/October 2017)
- “A Series of Steaks,” by Vina Jie-Min Prasad (Clarkesworld, January 2017)
- “Extracurricular Activities,” by Yoon Ha Lee (Tor.com, February 15, 2017)
- “Children of Thorns, Children of Water,” by Aliette de Bodard (Uncanny, July-August 2017)
- “Small Changes Over Long Periods of Time,” by K.M. Szpara (Uncanny, May/June 2017)
Best Short Story
- “Welcome to your Authentic Indian Experience™,” by Rebecca Roanhorse (Apex, August 2017)
- “Fandom for Robots,” by Vina Jie-Min Prasad (Uncanny, September/October 2017)
- “The Martian Obelisk,” by Linda Nagata (Tor.com, July 19, 2017)
- “Sun, Moon, Dust” by Ursula Vernon, (Uncanny, May/June 2017)
- “Carnival Nine,” by Caroline M. Yoachim (Beneath Ceaseless Skies, May 2017)
- “Clearly Lettered in a Mostly Steady Hand,” by Fran Wilde (Uncanny, September 2017)
출처(http://www.thehugoawards.org/hugo-history/2018-hugo-awar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