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재의 소설은 다니엘 키스가 퍽이나 공을 들인 작품인 듯하다. 동일 제목의 단편과 장편 두 버전이 있다. 단편을 써서 잡지사에 낸 후 같은 소재 같은 내으로 장편을 또 썼고, 계속해서 여러 차례 업데이트 해 나갔다고 한다.  두 작품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아서. 하나는 휴고상을 하나는 네뷸러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 번의 영화와 여러 버전의 뮤지컬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중편 작품이 또 있는 듯). 국내에서는 '안녕하세요 하느님' 이라는 드라마로 방영했었다고.







나는 짧은 버전을 <SF명예의 전당> 단편집 2에서 읽고, 영어로 읽었다. 찰리 고든이 주인공인데 아이큐 68의 바보에서 200이 넘는 천재가 되었다가 추락하는 내용을 1인칭 일기 형식으로 쓰여 있다.  맞춤법이 완전 엉망에 문장도 단순하가 짝이 없어 딱 초딩 저학년이 쓴 것 같이 시작된다. 아무 것도 몰라서 행복하고, 사람들을 좋아하기만 한 아이같은 찰리. 하지만 아이큐가 점점 높아지면서 세계를 이해할 수 있고 사람들의 언행과 관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면서 자신의 과거 역시 이해하게 된다.  수술로 아이큐가 세 배 이상 좋아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만일 그 수술이 안전하다고 증명된다면 아마도 그 수술을 하고 싶어질 것 같다. 하지만 몰라서 편했던 이해 불가능했던 현실 세계들을 알게 되는 것 때문에 괴로워 진다면? 하지만 모르는 것을  알기 전엔 그 모르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었다. 이 점에서 이 소설의 주제는 현재 읽고 있는 임마누웰 카레르의 <왕국>과도 통한다. 찰리는 자기가 바보라는 걸 알고 있고, '영리'해지고 싶어 그 수술에 실험 대상자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바보가 바보라는 사실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기가 바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만, 바보가 아닌 상태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글을 쓰고 읽게 되면 단지 다른 사람과 같이 영리해지지리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서, 글쓰기 공부를 열심히 하는 찰리. 그 '동기'라는 또다른 영역의 심리적 특성 덕분에 그는 실험 대상자로 선택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보지 못한 세계는 상상할 수 없다. 수술 이후 빠르게 아이큐가 향상되면서 자신이 바보일 때는 몰라서 행복했던 많은 일들이 사실은 자신을 골탕먹이던 거였음을 깨달으면서 불행은 시작된다. 더욱이 바보였던 그를 골려먹으면서도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어주었던 3백여명의 공장 친구들은 이제 무슨 이유인지 갑자기 그를 놀려먹던 자산들보다 훨씬 똑똑해진 그가 뭔가 부당한 짓을 한거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결국 1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은 그를 해고하라는 청원서에 서명을 하고 그 한명 조차도 찰리에게 이런말을 한다. 아담은 사과를 훔쳐먹었고 그래서 선악을 알게되었고 그것은 죄악이라고...선악을 모르는 바보로 태어난 인간이 선악을 깨닫게 된 것이 원죄가 된 것처럼 찰리는 이제 더는 예전의 찰리로 돌아갈 수 없다.

찰리가 똑똑해지기 전 그와 미로 경쟁을 하던 쥐 이름이 앨저넌이다. 그 실험적 수술을 가장 먼저 실험한 대상은 당연히 실험살의 쥐다. 수술 전 그리고 수술후에도 얼마간는 늘 앨저넌과의 미로 경쟁에서 졌고 그래서 앨저넌을 싫어했지만 어느날 자신이 이기고 난 후로는 앨저넌에게 미안해하고 쥐와 친구가 된다. 맞춤법과 구두점 문법이 엉망이었던 그의 일기 형식의 실험보고서는 점점 제대로된 문법과 어려운 단어들로 수준 높아져 가고, 끝내는 그를 실험했던 박사들조차 그의 눈엔 바보로 보인다. 어느날 앨저넌에게서 이상한 징후들을 보게 되고 그것이 자신의 미래라는 것을 깨닫는다. 

명작 중의 명작이다. 장편도 읽어볼 생각인데 저위의 별점은 '내가 장담컨데' 하는 거다. 단편의 경우에도 짧지만 너무도 강렬하고 먹먹하고 안타깝고 슬프면서도 더없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오히려 짧은 단편에 농축되고 생략된 여운이 좋았다. 

찾아보니, 다니엘 키스 작품이 앨저넌에게 꽃을 말고도 국내에 번역된 게 또 있는데, <빌리밀리건-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이라는 책이다. 다중인격이라는 소재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쓰이는 건줄 알았는데 24개의 인격이라는 말도 흥미롭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라고 하니. 흥미롭다. '1977년 납치와 강간 혐의로 기소됐다가 다중인격장애와 정신이상으로 무죄 혐의를 받은 '빌리 밀리건'의 일대기를 소설 형식으로 구성한 논픽션(출판사 소개글)'이라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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