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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평점 :
인문학이라는 용어가 책의 표지와 제목에 자주 사용되는데 적어도 학이라는 글자를 붙일 때에는 학에 걸맞는 내용을 써야 한다. 인문학과 수필 혹은 에세이 산문 등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내 생각이지만 수필에는 근거가 필요없다. 잘 표현된 말끔한 생각의 매끄러운 흐름이 필요할 뿐이다. 독자는 이해하거나 습득할 필요없이 공감하고 느끼고 감동하면 된다. 인문학이라면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뭔가 배울 게 있어야 된다. 산문에서도 다른 이의 생각을 통해 드러나는 관점을 배울 수 있지만 애초 인문학 서적이라면 생각의 탄생 과정이 공상이 아니라야 한다. 뚜렷한 증거와 논리로 생각의 발생 과정을 납득 가능한 텍스트로 나열해야 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스맛폰은 몸에 해로워. 자본주의 꺼져.성형은 개객끼야. 이런 류의 호소는 대개 어떤 식으로 말해도 먹힌다. 하지만 이건 북한을 신뢰할 수 없으니 관계개선 마저도 부정하는 정치집단과 아베 세트들과 다를 바가 없다.
스마트폰의 여러가지 폐해에 대해 한번쯤 환기해 가며 사는 것도 좋다. 자본주의도 그렇고 싱형도 그렇고. 하지만 그걸 누가 모르나. 오죽하면 몇년전 떠돌던 사진에 모임에서 스맛폰을 다 걷어 중앙에 쌓아놓은 모습이나 제일먼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인간이 밥사는 내기같은 것이 생겼을까. 자본주의는 한 발도 물러설 수 없는 현대 국가의 선택이다. 그런데 문명이 발달한 이후 화폐가 등장하면서 언제 자본주의가 아닌 적 아닌 곳이 있었나. 고대 중세의 중국이나 페르시아 같은 곳에서도 상인들이 늘 등장하고 화폐가 없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소금이니 조개껍질이니 하는 것으로 필요한 물건들을 바꾸고 물물교환을 했는데 말이다. 단지 국가의 제재가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체제의 이름이 달라지는 것 뿐. 게다가 공산주의는 공산주의 때문이 아니라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했던 폭력과 전체주의 때문에 이미 가치는 훼손되었고 나란히 경쟁하던 자본주의와의 격차 때문에라도 후진제도로 낙인 찍혔다. 그러니 무슨 대안이 있나
대안은 사회제도에서 발생하는 모순과 문제점을 끊임없이 교정해 나가는 것이다. 누구나 다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문제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는 아무도 모른다. 국가마다 처한 환경과 역사와 사회 구성원과 집단적 종교적 믿음이 다르기에 성공한 나라의 제도가 다른 나라에 똑같이 성공할 수도 똑같이 적용가능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자본주의의 모순을 말하려면 정치관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다. 보수는 자유와 욕망을 헷갈려하는 듯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를 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진보는 국가가 나서서 도와줘야한다고 믿는데 그 믿음의 기저에 있는 지식과 철학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주의를 말하려면 정치와 경제를 먼저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공허한 외침과 다를 게 없다. 이 책은 그 책과는 달리 문장이 힘차고 세련되었고 호탕하게 단정짓는 결기에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음양오행 이론이니 역학이니 하는 고전을 폄하할 의도는 없지만 그리고 저자의 주장 대로 몸은 하나의 우주라는 관점도 지지하지만 그 음과 양의 개념은 단지 사물을 보는 하나의 방법이지 그것을 책으로 논할 때는 납득가능한 증거나 논리를 제시해야 과학이 아닌가. 특히 남자는 양기 여자는 음기 이런 관점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구 문화의 많은 언어권에서 사물에 여성과 남성 중성을 부여하는데 예를 들어 배는 여성이면 언어가 이미 고착된 상태에서 나타난 명사들 차 스마트폰 에어컨 이런건 여성인건가 남성인건가. 음기 양기를 따질 때도 오랜 맹신을 체계적 맹신으로 교묘히 바꾼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읽을 땐 나름 재미있었는데 이게 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재활용한거라 호흡이 짧다. 주장이 먼저 있으면 그다음 근거를 기대하게 되는데 대략적인 맥락만 있고, 주제로 넘어간다. 개별 주제가 짧다보니 공백많고 텍스트는 상대적으로 적은데 텍스트의 양에 비해 두꺼워지는 비효율적 선택. 과학은 우리시대의 주술이라며 무당들의 주술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이 온통 수치로 이루어졌다고, 오진률, 근거가 희박한 정황들, 맹목적 의존성 등의 측면을 예로 들었는데 과학을 이렇게 일반화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타 쪼가리 하나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 맹신과 이 맹신은 어떻게 다른가. 차라리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에서 지우고 편히 자기계발서나 뭐 수필 같은 걸로 포장하는 게 정직할 듯하다.
글이 더 세련되고 글의 틈새에 저자의 유식함을 드러내는 지식 조각들이 많을 끼어 있는 게 다를 뿐 근본적으로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 얘기를 자꾸하는 이유는 저자가 책에서 그 측을 까는 부분이 있어서다. 앞서도 말했지만 문장이 힘차고 찰져서 읽는 재미는 있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다. 공감 안되는 부분이 그만큼 많은데 설명이 없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