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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존 말코비치 되기
스파이크 존즈 감독, 카메론 디아즈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을 처음 알게 된 건 <이터널 선샤인>에서였다.
연습만 더 하면 존 말코비치는
내 작업실에 있는 퍼피(인형극 인형)들과 다름없어...
인형극 연출가 크랙은 묘한 매력이 있는 인형극을 포기하고 구한 반층 짜리 직장에서
맥심을 사랑하게 된다. 반층짜리 직장이란 그 직장의 사무실이 건물 내 반층 높이의 공간만으로 되어 있다는 뜻이다.

그 반층짜리 회사 7층 반에는 존 말코비치가 되는 통로가 있다.
그 통로 문을 열고 미끄러져 들어가면, 존 말코비치가 된다. 존 말코비치라는 사람의 몸으로 영혼이 들어간다고 해야 하나. 그의 자아를 바꿔치기 한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존 말코비치가 된다.

그러나 크랙이 사랑하는 맥심이 사랑하는 사람은 존 말코비치의 몸에 들어온 그의 와이프 라티다.
완전 돌고 도는 삼각관계다. 크랙(남)은 맥심(여)을 사랑하고, 맥심(여)은 라티(여)를 사랑하고 라티(여)는 크랙(남)을 사랑하고..
맥심에 대한 질투로, 자기 와이프 라티를 우리에 감금하고 협박하여,
존 말코비치와 만나게 하고, 존 말코비치가 되어,
존 말코비치의 몸을 움직여 맥심과 사랑을 나눈다.
세 사람의 사랑이 이렇게 쳇바퀴돌 듯 서로 다른 사람을 향하는 동안,
존 말코비치의 몸에는 7층 반 짜리 회사의 통로에서 온 여러 사람들의 영혼이 들락날락한다.
남이 자기를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음을 알게 된 존 말코비치는 놀라 화를 내지만,
자신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스스로 들어가 보기를 시도한다.
존 말코비치의 안으로 들어온 존 말코비치의 눈에는
온통 존 말코비치 뿐이다.
이렇게 이상하고 매력적인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이터널 선샤인을 처음 보았을 때
대체 어떤 천재 작가가 저런 시나리오를 썼을까?
궁금해서였다.
맥심이 존 말코비치의 안에 들어있던 사람이 자기가 믿던 라티가 아니라
크랙이란 걸 알게 된 후에도 개의치 않고, 존 말코비치의 속에 들어있는 크랙과 사랑을 나누러 가고..
그렇게 이상하게 꼬여가는 스토리를 보고 있으면 멍해진다.
상상의 끝이다 이제 수습을 하겠지 하면 더 황당한 상상이 기다린다.
시나리오 작가의 붓끝에서 관객은 조롱을 당하고 있는 건지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그의 초기작은 이터널 썬샤인이나 그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훨씬 더 풍부하고 이상하고 한심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여기서, 맥심이 누구를 사랑하는 지는 중요치 않은 듯하다.
단지 두 사람이 한 몸이 되어 사랑을 나누는 행외 자체를 즐거워하는 듯하다.
라티는 회사 사장을 찾아가, 왜 자신이 항상
존 말코비치가 되고 싶어하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어쩌면 이것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을 조정하는 것
그것에 대한 상상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지 모른다.
어쩌면 남의 몸에 들어가 남의 자아를 대신하고 남의 몸을 맘대로 움직인다는 것의 이면에는
심오한 철학이 내포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써놓은 비평을 읽고 싶지 않다.
그냥 나만의 이 황당한 느낌을 '비평'에 오염되지 않은 채 그대로 갖고 있고 싶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에는 국내에서 DVD도 구하기 어려웠는데,
찾아보니 블루레이까지 나와 있다.
하나 장만해 놓고 싶은 영화다. 이거 사려면 블루레이 플레이어부터 사야된다.
기분이 개떡같은 날들은 이렇게 이상한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장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