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들의 신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5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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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몇 페이지에는 이미 일어난 주요 사건의 끝에서 볼 때 오랜 기간 고통받은 인물이 있다. 그리고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는지를 궁금하게 하는 현재가 있다. 읽기도 전에 알아버린 쌍둥이의 사연은 거대한 공상주의 혁명이라는 역사의 한 장이 펼쳐지던 23년 전에 시작된다. 대의를 품은 그 큰 역사의 이면에서 그것을 움직이는 큰 신보다 하찮은 아주 작은 신들이 있다.  엄마가 나를 조금 덜 사랑하게 되는 작은 사건들, 개구장이 쌍둥이들의 작은 말썽들, 그리고 큰 사건 속에 강요된 어떤 타협.



우연은 없었다. 우발적인 것도 없었다. 노상강도도 개인적인 보복도 아니었다. 한 시대가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이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것이었다 422



에스타와 라헬은 쌍둥이다. 수 분을 차이로 한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들은 쌍둥이 임이 의문스러울 만큼 외형과 성격이 다르지만, 둘 사이에는 둘이 함께 하나로 느끼는  하나 된 정체성이 있다. 그렇게 둘이서 하나 같은 서로 다른 남매는 23년 만의 재회한다. 재회는 일방적이다. 에스타는 말을 잃었다. 그는 라헬을 보지 않고, 존재마저도 의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 시작점에서 저자는 하얀 소녀(백인)의 죽음이라는 커다란 패 하나를 보여준다. 인도 사회에서 백인이라는 특권적 존재와 그것의 죽음은 당연히 그 죽음과 관련이 있든 없든 많은 인도인들의 책임과 비극적 형벌로 이어질 것임을 암시한다. 소녀의 죽음과 함께 아버지에게로 돌려보내진 에스타(남)는 천천히 말을 잃어갔고, 젊지도 늙지도 않은 서른 한 살에 다시 마을로 돌려보내졌다. 낡은 저택과 함께 스러진 옛 가문의 영화를 접수해서 살고 있는 그들의 고모는 돌려보내진 에스타를 책임지라며,  이혼 후 홀로 이 일 저일을 전전하는 쌍동이 여동생 라헬에게 연락한다. 


에스타는 어디에 있어도, 배경에 녹아들어 투명한 존재와도 같아서, 그와 한 방에 있다는 사실을 한참동안 눈치채지 못한다. 그가 있음을 알았더라도 구고 전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알아차리는 건 더욱 어렵다. 그리고 그는 아주 작은 공간만을 차지했다. 어째서 말을 잃은 걸까. 엄마가 기차를 태워 6살 된 꼬마 아이를 홀로 보내는 장면이 플래시백 된다. 죽은 소녀는 외사촌, 아이들의 아빠 역할을 해왔던 외삼촌 차코의 딸이다. 그 소녀의 죽음이 소녀의 죽음과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을 거라는 예상은 하지만 대체 여섯살 짜리 아이가 어떻게 아홉살 자리의 죽음과 관련 있게 될지 읽을 수록 더욱 궁금한 상태로 몰고 간다. 그래서 책을 놓기가 어렵다.  



일단 찾아온 정적은 에스타 안에 머무르며 서서히 퍼져나갔다. 정적은 머리에서 뻗어나 늪 같은 두 팔로 그를 감싸안았다. 정적은 원시의, 태양의 심장박동 리듬으로 그를 얼러주었다. 정적은 흡반 달린 촉수들을 슬그머니 뻗더니 그의 두개골 안쪽을 따라 살금살금 움직여 그의 기억의 언덕과 계곡들을 빨아들이며 오래된 문장들을 몰아냈고 이를 혀끝에서 털어냈다. 정적은 사고를 묘사하던 어휘들을 그의 생각에서 벗겨냈고, 생각은 그렇게 벗겨진 채 벌거숭이로 남았다(26)



이야기의 시작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쌍둥이 엄마 암무의 연애와 결혼과 알콜 중독과 폭력. 거기까지만이었다면 쌍둥이들이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았을 지 모른다. 아버지 바바는 알콜 중독으로 플랜테이션 매니저에 해고될 상황에서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딜의 대상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쌍둥이들의 엄마 암무다. 암무는 자신이 자란 케랄라 주의 아예멤넨으로 돌아온다. 이것은 전혀 딜레마일 수 없다. 아무리 힌두 사회라도, 아무리 ‘친영을 한’ 고결한 집안이라도, 남편이 자기를 팔아, 직장을 유지해서 아이들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매일 때리는데 어떤 다른 대안적 선택이 있을 수 있나.  학대에 지쳐, 여성차별적 전통을 자랑스레 지켜온 지역 유지의 친정으로 암무는 아이들을 끌고 데려온다. 이미 친정의 대저택에는 캠브리지에서 공부하다 영국인 아내와 결혼/이혼 후 돌아온 차카도 아예멤넨의 대저택에 돌아와 있다.


어떤 상실이 쌍둥이 중 한 사람의 말을 잃게 하는 동안 쌍둥이의 다른 한 쪽, 라헬은 어떻게 했을까. 그녀는 냉담하다. 라헬을 사랑해서 결혼하고 미국으로 데려간 전남편은 그녀가 바라보는 벽 너머의 세계를, 그 공허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 일 저일을 전전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바라는 만큼 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된 라헬이다. 라헬과 에스다는 같은 날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졌고, 그럼에도 결국 이 둘을 하나로 잇는 깊은 상실감이 있다. 



그는 어딘가에서는 라헬이 떠나 온 나라 같은 곳에서는 여러 가지 절망이 서로 앞을 다툰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개인적인 절망은 결코 충분히 절망적인 수 없음을.  한 국가의 거대하고 난폭한, 휘몰아치며 밀어붙이는, 우스꽝스러운, 미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적인 혼란이라는 성지 옆에 불시에 개인적인 혼란이 찾아오면 뭔가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큰 신이 열풍처럼 아우성치며 복종을 요구했다. 그러자 작은 신(은밀하고 조심스러운 사적이고 제한적인 ) 이 스스로 상처를 지져 막고는 무감각해진 채 자신의 무모함을 비웃으며 떨어져나갔다. 자신의 모순을 확인하는 일에 익숙해진 그는 다시 일어나긴 했지만 정말이지 무심해졌다(35)... 한쪽 쌍둥이의 공허는 다른 쌍둥이의 침묵의 또 다른 버전이었음을(36)


이 모든 이야기의 직접적인 발단은 차카의 전처와 딸아이를 인도로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전 가족이 그들을 환영하기 위한 ‘연극’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차안에서, 기차 신호대기 중 대규모 혁명 시위단과 마주쳐 일촉즉발의 위기와 고모할머니를 향한 어떤 모멸의 순간을 맞게 되는데, 이 때 이 가족들과 잘 지내고 있는 불가촉 천민인 벨리타의 모습을 아이들이  발견한다.


벨리타.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1940년대 법적으로 금지되었으나, 아직까지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 이 카스트 계급에 들지 못하는 불가촉천민(untouchable) 집단이 있다. 그들은 종교로부터도 버림받아 경전을 읽을 수도 없고, 자기 발자국을 밟지 못하도록 뒤로 걸어가면서 비로 발자국을 쓸고 가야 할 만큼 분리되어 있다. 


1960년대 인도의 남부, 케랄라라는 주가 배경인데, 유독 이 케랄라에서 공산주의가 득세했다. 공산주의가 득세했음에도 불가촉천민을 향한 천대와 멸시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을까. 일본의 부라쿠마나 우리나라의 백정 같이 변혁과 개방 속에서 사멸된 계급이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1억이 넘는 인구가 차별과 빈곤 속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손으로 뭘 잘만들고 기계를 다루는 솜씨가 좋은 벨리타는 할머니의 공장에서 인정을 받는데, 쌍둥이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벨리타와 잘 지내고 있다. 쌍둥이들에게 벨리타는 엄마(암무)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가정을 이루는 데 실패하고 분열된 개인이 모여사는 가정이지만, 나름대로의 질서 속에서 살던 가족들은 외삼촌의 외국인 전처와 백인 소녀는 모두에게 각자 다른 이유로 불편한 존재지만, 그들에게 백인이 어떤 존재였던가. 겉으로는 끝도 없는 환대를 펼친다. 


작은 균열과 이질감 속에서 사건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돌려보내지고 다시 돌려보내지고 또 돌려보내진 에스타가 어떤 거대한 역사에 의해 말을 잃게 되었는지, 플래시백이 천천히 23년 사연을 천천히 비추기 시작할 때,  그 23년간 계속된 상실의 중심에는 하얀 아이의 죽음보다 더 큰, 역사가 있다. 그 죽음이 역사가 되기를 부인하기 위해 아이들의 두려움이 동원되고, 아이들의 미래가,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그리고 아이들의 인생이 저당잡힌다. 하지만 그 하얀 아이는 아예멤넨의 대저택에서 함께한 짧은 십여일동안 외할머니와 고모할머니, 이혼한 외삼촌, 이혼한 엄마와 쌍둥이 아이들이 하녀와 함께 살아가는 저택에서 세상의 중심이 된다. 하얀 아이의 죽음이 건드린 역사의 귀퉁이가 지난한 역사를 조금 무너뜨렸을까. 만일 그랬다면 그것이 보상이 보상이 될까. 상실에 대한, 말을 잃은 것에 대한, 그리고 무심함에 대한 보상이?


마르크스 혁명, 대지주와 기업. 이 말도 안되는 모순된 가치들을 함께  실현하고 있는 뚱보 외삼촌은 전처의 방문을 국가 대표 트로피마냥 자랑스러워하고,  남편의 폭력에 익숙해져 그걸 사랑으로 알고 있던 있던 맘맘무가 어느날 폭력의 아버지의 손을 뒤로 꺾은 그 아들에게로 애정의 대상이 넘어간 후, 영국인 전처의 방문에 질투를 발산하고, 아이들은 더욱 말썽이다. 이런 정신적 환대를 해나가기에 지친 암무는 어느날 아이들과 벨리타가 함께 있는 모습을 바라 본다. 



그 깃발을 높이 들고 분노로 팔근육이 불끈 솟았던 사람이 그였기를 바라게 되었다. 주의 깊게 쓴 쾌활함이라는 가면 아래에 그녀가 너무나도 격분하는 독선적이고 질서정연한 세계에 대항하여 살아 숨쉬는 분노가 감춰져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녀는 그 남자가 벨리타였기를 바랐다( 244)



암무는 마르크스주의자이자 부모의 기업을 말아먹고 계신 기업인 남동생의 모순된 태도와 세상의 부조리를 가장 직관적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지만, 그 시대의 여성이 깨어있어봤자 뭘하겠는가. 시니컬한 대화들은 통통튀며 인도 사회의 미세한 단면을 바라보게 만들지만, 역시 클라이맥스는 사랑과 욕망이 분출되는 순간이다. 소설 한 권으로 일약 세계적 스타가  되었지만, 저술활동은 사회활동가이며 사상가로서 주로 활동하는 저자의 이면에 이런 숨죽여 읽게 만드는 고혹적인 장면이 있다. 더욱 더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벨리타

몸에는 동전만한 햇빛들이점점이 춤추는 가운데 고무 나무 그늘에 서서 딸을 팔에 안은 남자가 고개를 들어 암무와 눈길이 마주쳤다.  수 백 년의 시간이 덧없는 한 순간으로 완결되었다. 역사는 방심하고 있던 곳에서 허를 찔렀다 오래된 뱀이 허물 벗듯 벗겨졌다. 오랜 전쟁의 그 흔적, 그 상처, 그 흉터와 뒤로 걷던 나날들이 모두 떨어져 나갔다. 그 빈자리에 어떤 독특한 기운이 감지할 수 있는 빛나는 무언가가 강에서 물을 보듯 하늘에서 태양을 보듯 분명하게 보였다.더운날 열기처럼, 팽팽해진 낚싯줄에서 느껴지는 물고기의 세찬 끌어당김처럼 분명했다. 너무나 명백히 있기에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245


암무

자라면서 암무는이 차갑고 계산적인 잔인함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부당함을 용서하지 않는 고결한 판단력을, 그리고 ‘누군가 큰 사람’에게 평생 괴롭힘을 당해온 ‘누군가 작은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마련인 고집스럽고 무모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다툼이나 대립을 피하기 위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런 것을 찾아 뵙고 어쩌면 즐기기까지 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252


필라이 동지 - 차코

궁핍한 환경이 자신에게 차코를 제압하는 어떤 힘을, 혁명의 시기에는 아무리 옥스포드에서 교육을 받았더라도 절대 맞설 수 없는 그런 힘을 부여 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K.N.M 필라이 동지)는 궁핍을 총처럼 차고에 머리에 겨누었다 379


하지만 동지, 그들을 대신해 동지가 혁명을 시작할 수는 없어요. 자각시킬 수만 있을 뿐이죠. 그들은 그들만의 투쟁을 시작해야 해요. 그들 스스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해요. 385


이렇게 그는 요리용 합성식초의 상표 계약을 따내고서 교묘히 차코를 ‘전복시키려는 자들’의 투쟁 계급에서 ‘전복시킬 대상’이라는 믿을 수 없는 계급으로 추방 시켰다 385


죽음에 이르게 한 ‘합법적’ 폭력. 사랑의 댓가

쌍둥이는 너무 어려서 이들이 역사의 심복일 뿐이라는 것을 몰랐다. 계산을 분명히 하고 역사의 법칙을 깬 사람들에게서 벌금을 걷기 위에 보내진 자들일 뿐이다. 원초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완전히 비인간적인 감정에서 행해진 일일 뿐이었다. 이제 시작 단계인, 아직 인정되지 않은 두려움-자연에 대한 문명의 두려움, 여성에 대한 남성의 두려움 힘없는 자에 대한 힘있는 자의 두려움에서 생겨난 경멸감. 421


우연은 없었다. 우발적인 것도 없었다. 노상강도도 개인적인 보복도 아니었다. 한 시대가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이들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것이었다 422


벨리타

그들의 작품이, ‘신’과 ‘역사’에게, ‘마르크스’에게, ‘남자’에게, ‘여자’에게, 그리고 머지않아 아이들에게 버림받는 작품이 접혀진 채 바닥에 놓여있었다 반쯤 의식이 있었지만 움직이면 없었다424



자신들이 한 남자를 죽도록 사랑했었다는 각자 나름의 확실한 인식으로 세 사람은 하나로 묶여 있었다 442


자신의 소멸이 유일한 출구인 터널에 들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가 알았더라면 돌아섰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어쩌면 돌아서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454


암무가 어둠 속에서 침실 문에 기대섰다  다시 저녁 식사 자리로 돌아가기 싫었기에.하얀 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유일한 광원인 듯 그 주위를 맴도는 나방처럼 대화가 맴도는 그곳으로. 그 대화를 한 마디라도 더 듣게 된다면 자신이 죽을 것만, 말라 죽을 것만 같았다. 만일 1분이라도 테니스 트로피 나도 받은 것 같은 차코의 자랑스러운 미소를 차만 해야 한다면 혹은 만만치가 발산하는 그 성적인 질투의 암류를 느끼게 된다면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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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향적이라는 말을 종종 듣고, 나 스스로도 그렇다고 인정해왔는데, 때로 완전히 반대로 내가 굉장히 내향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대화 중에 우연히 내가 좀 낯가리잖아 혹은 내가 수줍어서 말을 먼저 잘 못거는데 같은 말을 흘리면, 친구들은 웃기시네 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내가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 잘 모르는데,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에 보면 내향성을 판단하는 설문지가 나와있다. 이 질문지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들에게 외향적으로 비치는 내 성격에서 내향성의 점수가 굉장히 높게 나왔다는 사실은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그게 내 참모습인데 속이고 살려니 피곤한 듯하다.


1. 나는 단체 활동보다는 일대일 대화가 좋다.

2. 나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게 좋을 때가 많다.

3. 나는 혼자 있는 게 좋다.

4. 나는 동년배들보다 부나 명예나 지위에 덜 신경 쓰는 것 같다.

5. 나는 잡담은 싫어하지만 내게 중요한 문제를 깊이 논의하는 것은 좋아한다.

6. 사람들이 나더러 “잘 들어준다”고 말한다.

7. 나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8. 나는 방해받지 않고 깊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즐긴다.

9. 나는 생일에 친한 친구 한두 명이나 가족과 소박하게 지내는 게 좋다.

10. 사람들이 나더러 “상냥하다 거나 “온화하다”고 한다.

11.나는 일이 끝날 때까지는 사람들에게 내 작업을 보여주거나 그것을 논의하지 않

12. 나는 갈등을 싫어한다.

13. 나는 스스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

14. 나는 먼저 생각하고 말하는 편이다.

15. 나는 밖에 나가 돌아다니고 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냈더라도 기운이 빠진다.

16. 나는 전화를 받지 않고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게 내버려둘 때가 종종 있다.

17. 꼭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일정이 꽉 찬 주말보다는 전혀 할 일이 없는 주말을 선택하겠다.

18.나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19. 나는 쉽게 집중할 수 있다.

20. 수업을 들을 때는 토론식 세미나보다는 강의가 좋다.


이 20개 문항중에서 14, 19, 20을 빼놓고는 대부분이 해당된다. 결국 나의 내향성은 나의 내향성 속으로 깊이 감출 수밖에 없고 외향성의 외피를 쓰고 계속 살아가고 있지만, 내 방을 처음 가졌을 때, 대가족으로 북적대던 ‘안방’에서 빠져나와 나 홀로 가질 수 있는 깊은 밤의 시간들을 내가 얼마나 사랑했던가를 회상하면 나의 내향적 내향성은 나만 알고 있는 깊은 내면 속에 숨겨져 있던 것 같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향성의 이면은 어떻게 된 것일까. 성격이든, 능력이든, 신체 사이즈이든, 뇌의 활동 부분이든 어떤 표준 속에 여러가지의 멀티속성을 한꺼번에 다 구겨넣고 그것을 표현하면 개인이 가진 고유성 그러니까 여러가지 속성들의 들쑥날쑥함은 사라지고당 단어 혹은 범주보다 낮거나 높거나 하는 단순한 비교만 남는다.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이 있다. 서두(와 1장)의 내용을 축약해 보았다.


공군 전투기의 잦은 사고로 조종석의 규격이 최근 전투병들의 신체 사이즈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가정을 했고, 조종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10개 항목의 신체 치수에 대해 평균값을 냈다. 이 평균값을 바탕으로 평균적 조종사를 각 평균값과의 편차가 30퍼센트 이내인 사람으로 넓게 잡았다.조종사 4천여명 가운데 10개 전 항목에서 평균치에 해당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10개 사이즈 중 3개 항목만을 골라서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를 골라도 3.5퍼센트 미만이었다. 그들은 이미 전투조종사의 신체조건이라는 기준을 통과한 자들이었는데도 말이다. 평균적 조종사 같은 것은 없었다. 이것이 대니얼스라는 한 젊은 장교가 밝혀낸 사실이었다. 놀랍게도 뷰로크라틱의 전형일 것같은 군에 그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받아들여져 평균치가 아닌 개개인에 맞춘 시스템으로 바뀐다.엔지니어들은 비용이 많이 들고 불가능하다고 꺼려했지만 군이 밀어붙이자 곧 해결책을 제시했다. 현재 모든 자동차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조절가능한 시트가 그렇게 탄생되었다.


노르마는 1만5천명의 젊은 성인 여성들에서 수집한 신체 치수 자료로 평균값을 내어 젊은 여성의 표준 체격을 만든 조각상이다(조각가 아브람 벨스키, 의사 로버트 L 디킨스). 이 완벽한 표준에 가장 부합하는 대회가 열렸는데, 치열한 경쟁 끝에 막판 경쟁에서는 밀리미터 단위로 우승자가 결정될 거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참가자 3천8백여명 가운데 9개 항목 치수중 5개 항목에서 평균치에 든 참가자들이 40명도 채 되지 않았다.당시 대다수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미국 여성들이 건강하지 못하고 몸상태가 나쁘다고 결론내렸다. 미공군 대니얼스의 직관과 어긋난다.


평균이 쓸모가 있을 때도 있다. 두 집단간을 비교할 때다. 개개인에게 평균은 허상이며, 평균에 기반해서 비교당할 때 개인의 자신의 고유 가치를 잃게 된다는 게 저자가 서두에서 강조하는 말이다. GPA 평균(-D)에 의해 자신이 젊은 날의 한 때를 얼마나 낙오자로, 우울하게 지내게 되었는지를 고백하면서 이 책은 시작하고 있다. 고등학교 중퇴 후 15년만에 하버드 대학 교수가 된 저자는 어떤 추상적 철학을 발견하거나, 공부에 눈을 떠서가 아니며, 처음에는 직관에 의해 그 다음에는 의식적으로, 모든 인간은 다르며, 그 개개인의 원칙을 따라 삶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앞장에 소개된 뇌 활동 영역에 대한 내용인데, 우리가 무얼 하면 어떤 영역이 활성화되고 저걸 생각하면 또 어떤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식으로, 그러니까 뇌의 어떤 정해진 영역이 특정 기능을 한다는 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런 영역 역시 앞에서 본 것처럼 많은 데이터의 평균을 낸 것으로서, 같은 활동에 대해 뇌가 활성화되는 영역은 천지차이로 광범위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전적으로 외향적이거나 전적으로 내향적이지 않다. 평소에 말이 없고 타인과 거리를 두는 듯 해 보이는 사람도 끊임없이 사람과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와 사회적 활동을 찾는 것을 보면 평균이라는 것은 어떤 단어로 뭉뜽그려 표현하는 수단이될 뿐 다양성이 가진 개별 인간의 특징을 절대로 표현해주지 못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내향적이기도 하지만, 사람들과 만나고 말하고 듣고 즐거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향성의 측면을 남들이 못보는 거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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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8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9-02-18 12:19   좋아요 1 | URL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평균이라는 허수가 삶을 수치화해서 끊임없이 비교하고 좌절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어요
 


이런 깔끔하고 산뜻한 문체에 섬뜩하거나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강한 심리적 반전이라니. 계속 보고 읽고 알고 있던 주인공의 습관적 행위를, 이미 한 번의 반전으로 해피 엔딩의 결말을 맺나 하고 안심하고 나서야, 눈여겨 본다. 

처음 만남부터 남의 남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래서 언젠가는 헤어져야 겠기에, 철저히 베일에 쌓인 남자이기에,  그가 남긴 모든 것, 커피에 넣어 마시고 남은 각설탕, 콘돔 껍데기 같은 잘잘한 흔적들마저도 소중하다.  그런 것까지 모은다니 우웩 소리가 나오려는 것까지 그가 남기고 간 것은 그렇게 서랍 깊숙히 은밀하게 보관된다.  

그렇게 읽었다. 이해할 수 있다. 남자는 근처 아파트 공사장에서 건축사로 일하는 데 그 공사가 끝나면 그들의 관계도 끝난다.아이가 둘 씩이나 있는 남의 남자를 안을 시간은 퇴근과 귀가 사이의 얇은 시간의 틈새 한시간 절도 뿐이다. 문체가 어찌나 간결하고 건조한지 도통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힌트도 주지 않지만 둘의 애정행각은 영화로 본 장면처럼 시각적으로 생생하다.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하다 못해 조금만 더 있어달라 투정부리지도 못하는 사랑. 그의 아내와 가족은 금기시된 주제다.   이별의 시간은 다가오고 그녀가 그토록 소중하게 간직하는 그의 흔적들을 다루는 그녀의 행위 만으로 그녀의 절절함이 전해질 것 같은데….끝이 다가오자 그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진다.  

이별을 준비하는 것일까. 긴장했던 순간에 반전이 일어난다. 이제 그의 물건은 이제 더 소중하지 않다.  잠겨진 서랍 속에 새로운 물건이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이 두번째 반전은 첫번째 반전보다 더 충격적이다. 문체가 건조하지만, 묘하게 시적 반복성과 중독성이 있다.  뭐 대단한 상징이나 문학적 기법 같은 걸 찾을 필요 없이 소재 자체가 일상적 드라마에 머물러서 쉽게 읽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메디치상이 프랑스 문학상 중에서도 새롭고 독특한 실험적인 작품에 수여한다는데, 정말 새롭고 독특하다.1993년 수상작이다. 종이책이랑 전자책 모두 단행본으로도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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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좋아한다.그런데 내 주변에는 가족이건 친구건 면요리 매니아가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주변에 면요리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잘도 먹으러 다닌다. 부럽다. 저자는 면요리를 먹기 위해 일부러 맛난 집을 찾아가 4인용 식탁에서 혼밥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다. 그래도 부럽다. 그만큼 나도 국수 좋아하는데.


저자와는 약간 취향이 다른게 나는 탱글탱글한 면발의 식감을 국수 사랑의 제1요소로 사랑하는데 비해 저자는 뜨겁고 깊은 국물도 면식 수행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면빨이 중요한 나는 너무 뜨건 국물이 식지도 않는 뚝배기에 나오는 국수류는 먹다 보면 불어져 그닥 좋아하지 않고 외국서 저렴한 중국 식당에서 먹던 볶음국수류를 좋아하는데 나라마다 그 이름이 다르더라. 라면도 국물을 좀 적게 해서 끓인 후 궁물을 버리거 면만 건져 접시에 담아 먹기도 한다. 아이가 지나빠 닮아서 국물까지 마실 때 빼앗아 미리 따라 버리곤 했다. 그 짠 궁물을 후루룩 후루룩 마셔대는 게 나트륨 섭취를 너무 높일 거 같아서였는데, 이렇게 궁물 좋아하는 사람이 쓴 국물 애호에 대한 설득력있는 잘 쓴 글을 읽으니 그게 좀 횡포있던 거 같기도 하다. 

목숨줄과도 같았던 직장과 집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어이없는 이유로 전업주부가 되어 뭐라도 써보려고 십여년 동안 무얼 했나 따져보니 잘 하는 거 전적으로 좋아하는 게 국수 밖에 없더란다. 이 책은 국수 맛집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인생에서 만난 국수와 얽힌 삶의 자취들이다. 잘 모르는 저자가 자기 얘기 줄줄 늘어놓는 책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게 아니라 자기 지식이나 자기경험의 자랑을 싫어하는 거지 이런 식의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또 울컥하기도 한 진솔한 자기 고백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글도 참 잘쓴다. 뭔가 대단한 사상이나 지식을 전달할 것도 아니고 창작적인 소설이나 시를 보여줄 것도 아니라면 이런 류의 에세이류의 글을 쓰려면 이 저자만큼의 글솜씨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말도 아니지만 같은 뜻의 말을 전하더라도 솔깃하고 공감가게 만드는 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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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9-02-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수클럽 같은 거 만들면 좋겠네요 ㅎ
 














아작에서 코니 윌리스에게 덤벼러 내가 상대해주마 하고 올인하고 있는 듯하다. 쉴 새 없이 코니 윌리스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금 출간된 따끈따끈한 《올클리어1, 2》를 끝으로 아작에서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를 드디어 완간했다. 열린책들에서 《개는 말할것도 없고 - 주교의 새 그루터기 실종사건》과 《둠즈데이 북》을 오래 전에 출간했지만, 절판된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SF 출판의 구세주 아작출판사가 짜잔 하고 등장하면서 작년과 재작년에 절판된 책들을 재출간하고, 새로 번역하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SF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코니 윌리스를 《여왕마저도》에 실린 단편들로 처음 접했었는데 처음 읽은 단편은 지구에서 외계인과의 조우를 블랙 코미디적으로 그려낸 《모두가 땅에 앉아 있었는데(All seated on the ground)》였다. 너무 수다스러워 서사를 파악하는데 산만한 문제로 내 타입은 아니라고 영영 멀어질 수도 있었지만 인연을 도와준 건 작년에 출간된 《개는 말할 것도 없고》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가 그 전에 읽은 제롬 K 제롬의 《자전거 탄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과 연결된다. 정말 책은 책을 부른다.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에서, 달에 가고 싶어하는 주인공 킵의 아빠가 늘상 읽고 있는 책이 《자전거 탄 세 남자》 다.  어린 딸이 아빠 나 달에 가고 싶어, 키득거리면서 책장을 책장을 넘기던 아빠는 무심히도 말한다. 가려무나. 킵의 아빠는 이 책을 자나 깨나 읽는다. 읽고 또 읽는다.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자전거 탄 세 남자》는 빅토리아 시대 세 영국 남자가 템즈강을 거슬러 배를 타고 올라가는 여정을 다룬 슬랩스틱 코미디다. 하지만 당시 우주복=>자전거탄=>개는말할것도 로 이어지던 책의 여정은 개는에서 좌절되었었는데, 열린책들의 절판에 묶여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아작에서의 재출간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시간여행이 실현된 어느 미래를 그린다. 그런데 시간여행이 실현된 후, 고대에서 온갖 보물을 가져오면 떼부자가 되겠거니 했던 투자가들이 어떤 물리학 법칙에 의해 물건을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시간여행은 개밥에 도토리가 된 상황이다. 그래서 시간여행은 대학에서 연구용으로만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어떤 부자가 자기 증증증증조 할머니 일기장에 써있는대로 대성당을 재건하겠다고 나서면서 연구원들을 들볶아 파괴되기 전의 상태를 파악하러 빅토리아 시대와 2차 대전 폭격 직후 등으로 시간여행을 다니며 생기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부제는 《신부의 새그루터기실종사건》으로, 이 '신부의 새 그루터기'라는 물건은 재건할 성당에 복제하기 위해 필요한 소품으로 일종의 매거핀 같은 역할을 한다. 코미디와 탐정을 시간여행이라는 판타지와 SF 쟝르 속에 아주 찰지게 빈틈없이 정교하게 버무려놓은 방대한 작품이다. 미세한 단서까지도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해서, 여러 번 뒤로 돌아갔다가 앞으로 돌아왔다가 하면서 뒤적거려가며 읽어야 했다. 뒤로 돌아가서 읽을 수록 처음 읽을 때 단순 수다로 방치하고 놓친 더 많은 단서들이 거미줄처럼 엮여 있다. 시간을 넘실넘실 넘나들며 사건의 인과 관계와 미스터리를 파헤친다는 면에서 탐정적 성격이 짙지만, 시간여행물의 핵 로맨스 역시 놓치지 않는다. 사소한 사건과 수다에도 인과관계가 엮여 있고 모든 의문이 거의 해소된다. 유쾌하고 즐겁고 지적이고 방대한 소설이다. 
















알고 보니, 작년부터 아작에서 열심히 출간되는 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장편들은 모두 이 작품의 시간여행 세계관을 공유한다. 편의상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로 불린다.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에서 제롬K의  《자전거 탄 세 남자》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난 주인공은 제롬 K의 주인공들을 보트들로 가득찬 템즈강에서 조우한다. 깜짝 출연인 셈이다. 코니 윌리스는 이 제롬K의  《자전거 탄 세 남자》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알게 해 준 로버트 A 하인라인에게 이 책의 헌사를 바쳤다. 와이 낫 제롬? 아마도 한참 전 세대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리라. 것도 그렇고 작품 자체가 오마주이고 제목까지 부제를 끌어다 썼는데, 그보다 더한 헌사가 있을까. 

이 책은 코니 윌리스의 빅팬이 되기로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동시에 아작에서는 이 책과 이미 출간된 《둠즈데이 북》과 《화재감시원》, 《블랙아웃》을 포함하여 이번에 새로 나온  《올클리어》를 끝으로 코니 윌리스의 시간여행 시리즈를 완간한 것이다.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는 SF 중에서 휴고와 네뷸러 로커스 등의 상을 안받은 작품을 찾는 게 더 어렵기는 하지만 모든 작품은 이 세 개의 작품을 거의 대부분 수상하였고, 일부(내가 알기로 《개는 말할 것도 없고》와 《둠즈데이 북》 )는 세 개를 동시에 받았다. 


















이 중에서  《둠즈데이 북》은 가장 먼 곳으로의 시간 여행이다. 넷플릭스 역사 드라마를 즐겨보다가 앙드레 모루아의 영국사를 읽기 시작했는데, 영국 역사의 한 복판에서도 《둠즈데이 북》이라는 코니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간 여행 시리즈 책 제목과 같은 제목의 문서를 만날  수 있었다.  모루아의 역사책에 따르면 정복왕 윌리엄은 개사기꾼이다.  《둠즈데이 북》은 윌리엄이 세금을 쥐어짜기 위해 만든 토지대장이었던 거다. 서자여서 애비없는 자식이란 별명을 가졌던 그는 그나마 노르만디의 공작이었던 아버지의 정실에게서 다른 자식이 없었던 덕에 뒤를 잇고 어린 나이에 공작이 된다. 후에 정복왕 윌리엄이라는 별명을 갖고 영국을 노르만왕조의 손아귀에 넣은 그는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바이킹스에서 라그나 로스브로크의 동생으로 질투와 배신의 화신으로 등장해 결국 형제와 종족들을 배반하고 노르망디를 차지한 롤로의 후손으로, 영국왕이 될 연결고리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당시 영국 왕은 선출제여서 어느 먼 친척이든 영주들만 잘 구워삶으면 왕이 될 수 있었던 모양으로, 영국 왕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에드워드 왕위의 강력 후계자 헤럴드가 위기에 처했을 때 협박하여 모종의 서약을 맺게 했는데 영국왕이 되겠다는 윌리암의 계획만큼이나 터무니없는 것이었으나 이는 훗날 해럴드가 전임 왕 에드워드의 뒤를 이어 왕으로 선출되었을 때 침략의 구실이 되었다. 자격 미달인이 왕이 왕이 되려니 여기저기서 힘을 모아야 했고 교회를 지어주고 교황청과 결탁하여 교황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다. 이때부터 영국 왕은 로마 교황청의 영행력 아래에 놓이게 된다. 이후 잔인한 학살과 살육을 동반한 토지 개혁으로 대부분의 자유농민은 농노로 전락했고 장원이라는 단위의 영주와 농노들로 구성된 봉건제가 자리를 잡게 된다... 어쨌든 윌리엄의 둠즈데이 북은 세금을 걷기 위해 살림살이 하나하나에서부터 기르는 닭 한마리까지 아주 자질구레한 세부사항까지 치졸하게 재산 내역을 기록한다. 코니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에서 《둠즈데이 북》은 가고자 하는 시간 목적지가 중세로, 책 제목은 주인공이 시간 여행 기록을 윌리암의 토지대장 《둠즈데이 북》의 꼼꼼함에 영감을 받아 이를 사용한 것이다. 

"던워디 교수님. 저는 이 기록을 ‘둠즈데이북’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정복왕 윌리엄 1세가 시행한 조사가 그랬듯이 제 기록도 중세의 생활에 관한 내용을 담게 될 테니까요. 물론 윌리엄 1세가 만든 《둠즈데이북》은 소작인들이 내야 할 조세와 땅에서 나는 금 한 알갱이라도 확실하게 알아 두기 위해 만든 방편이었지만 말이죠."


코니 윌리스의 옥스포드 시간여행 시리즈의 순서를 굿리즈에서 퍼오면 다음과 같다 

Book 0.5 화재감시원  
Book 1   둠즈데이북 
Book 2   개는말할것도 없고 
Book 3   블랙아웃
Book 4   올클리어

나는 쥐뿔도 모르고 <개는 말할 것도 없고> 부터 읽었는데, 저 순서대로 읽으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 코니 퓔리스 풍의 수다가 코니 윌리스 입문자들에게는 복병이 될 수 있을 수도 있지만, 장편에서 그 모든 수다는 의미없는 헛소리들이 단 한마디도 없고, 시간과 공간이 여러 사건 사고가 벌어지는 복잡한 작품의 서사에 스위스 시계 부품처럼 정교하게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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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9-02-12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까 책을 주문했는데... <개는 말할 것도 없고> 이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빼먹었는데요. 취소하려고 들어가보니 이미 출고완료네요. CREBBP님 글을 보니 빨랑 코티 윌리스 옥스포드 시간여행시리즈를 마무리지어야할 것 같아요. 말하자면 올클리어죠 ㅋㅋ

CREBBP 2019-02-13 10:07   좋아요 0 | URL
이게 한꺼번에 짜잔 나온게 아니라서 꿰어 맞추다 보니, 저도 소장 목록이 엉망이에요. 제일 재밌다는 <개는말할것도없이>는 전자도서관으로 읽어서 사실 살 필요가 없거든요. 읽으면서 꿰어맞추다보니 거의 전 텍스트를 거의 두번씩 읽게 되더라구요. 게다가 전자도서관에서 이 시리즈는 거의 언제든 빌릴 수 잆는 상태라서, 다 읽은 책을 구매하기도 그렇고(안읽은 책 살 것도 많고 많은데), 게다가 화재감시원과 둠주데이북은 9년후면 서재에서 사라지고 블랙아웃과 올클리어만 남게 되겠죠 ㅋㅋㅋㅋ 그냥 보르코시건 시리즈나 파운데이션 혹은 르귄처럼 한꺼번에 짠 하고 구매해놓으면 맘도 편하고 흐뭇하고 그런데 말이죠. 결국 제일 소장하고 싶은 책만 쏙 빼놓고 갖춰놓게 되었어요. 근데 빌려보면 밑줄긋기가 잘 안돼서 불편...

transient-guest 2019-03-09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둠스데이북‘을 먼저 읽고, 그 다음으로 ‘화재감시원‘을, 그리고 ‘개는 말할 것도 없고‘를 읽었습니다. 나머지는 주문한 책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개는...‘에서 언급된 작품을 따로 찾으셨네요. 저도 구해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CREBBP 2019-03-11 17:20   좋아요 1 | URL
그게 우연히 하인라인의 책을 먼저 읽고 보트위의 세 남자를 읽고 나서야 그 책이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서두에 언급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세 개의 작품을 나란히 보면 유머 코드가 어딘지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있는 것도 같아요. 물론 개는 말할것도 없이 에서는 개를 오마주했고요. 하지만 원래 제롬의 개가 훨씬 더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