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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ㅣ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6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21세기 가상의 애완동물
일하던 동물원이 폐쇄된 후 일자리를 찾던 애나는 블루 감마라는 게임 회사에서 뜻밖의 일자리를 제안받게 되는데 디지탈 애완동물의 일종인 디지언트들을 훈련기키는 직업이다. 고작 몇달간의 소프트웨어 테스터 교육으로 큰 게임회사에 취엄할 수 있었던 건 블루 감마가 출시하는 디지털 애완 동물이 실제 동물을 다루던 기술이 절실히 필요할 만큼 고차원적으로 진화했기 대문이다. 20여년 전 다마고치의 형태로 전세계에 가상펫 열풍을 일으켰던 가상펫의 21세기 버전이라 생각할 수 있다. 디지언트들은 뉴로 블래스터 라는 게놈 엔진을 사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개체의 진화가 나타나고 의식이 있다. 이들의 서식지는 데이타 어스라는 게임 플랫폼으로 인간과 상호작용하지 않을 때에도 데이터 어스 환경 내 에서 다른 디지언트들과 상호 소통하면서 스스로를 진화시키고 있다. (참고로 유전학적 진화와는 다른 의미로 이 책에서는 개체의 변화를 진화라는 말로 쓰고 있다) 침팬지와 곰 등 여러 형태의 아바타를 사용하여 개별 사용자의 선호도와 니즈를 만족시킨다. 뉴로 블래스트 게놈 엔진을 사용한 디지언트들은 기본적으로 애완 동물의 필수 조건인 순종적 성격과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고 언어 능력을 비롯해 학습과 훈련에 의해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당연히 출시와 함께 전세계적인 빅히트를 친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여러 단편과 중편에서 보여준 소재의 신선함과 참신함으로 작가 테드 창에게 큰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여러 문학상을 받고도 전업작가가 아닌 모양이어서, 작품 발표눈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 한 편이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비교할 때 임팩트 있는 반전의 묘미는 없지만 훨씬 성숙된 느낌을 받았고 무엇보다도 이 작은 소설이 현실과 근미래의 가상적 현실에 투사하는 방식에서 보여주는 핍진성과 현실에 대한 통찰은 놀랍기만 하다. 과학 소설이 독자에게 인도하는 것은 조금 다른 버전으로 대체된 가상의 시스템을 경험함으로써 철판같은 현실에서 제공하는 가치관과 철학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다. 익숙한 일상 속에서는 자각하지 못한 다른 시선이 보는 미러를 통해 세계관을 이루는 것들을 자각하는 것이다.소프트웨어에 객체라는 말이 붙기에 프로그래밍을 배우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제목부터가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사실 내용도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테스트, 출시, 고객 대응 유지보수 등의 일련의 주기를 다룬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개발자이거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익숙하다면 훨씬 풍부하게 컨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IT 산업의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 책의 문장 하나 하나가 주는 의미와 현실에 대한 비유를 일부 놓칠 가능성이 있다. 장황한 설명이 없기 때문인데, 이는 테드 창의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가 주로 중단편을 쓰는 이유는 서사가 부족해서가 아니고, 핍진성을 생략해서도 아니다. 나는 이 작가의 간결함이 주는 울림이 좋다.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사 놓은지 오랜만에 읽은 이유 중 하나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은 독자평 몇개를 읽고 기대가 조금 떨어져서였는데, 전작을 읽은 독자들의 그런 실망감은 아마도 반전을 기대하는 장르적 특수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내게는 오히려 잔잔한 울림이 오래도록 남는 과학기술적 상상력이 감성과 결합한, 전작 이상의 수작으로 평가된다. 소프트웨어의 소프트함 때문에 소프트웨어는 흥하고 소프트웨어는 망한다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었는지 몰라도 우리는 무생물 소유물에게 자주 감정이입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아끼던 물건들을 쉽게 방치하고 잊고 버린다. 유행이 밀물처럼 온세상을 덮쳤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듯 한 때 세상 전부라도 가진 듯 소유 속에 행복을 찾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는 것들로 변하고 새 것들이 그 자리를 대체한다. 크게 보면 이 소설은 그 대체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SNS만 해도 우리는 대세의 변화에 따라 천리안에서 각종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싸이월드에서 페북과 트위터 인스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파도 타듯 갈아타기를 반복하머 영원할 것 같았던 가치들 영광과 몰락을 지켜보았던가. 소프트웨어의 유지 보수가 어려운 건 아이러닉하게도 소프트웨어의 그 소프트함에 있다. 공장에서 찍어낸 상태에서 고작 망가진 부품을 교체하는 수리 차원의 유지 보수를 요구하는 하드웨어 기계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출시 후에도 고객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쉽게 수용하고 변경할 수 수 있다. 계속되는 업그레이드는, 계속 생겨나는 다른 버전을 의미한다. 안드로이드 앱은 기본으로 자동 업데이트 되도록 설정되어 있어서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기능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갑자기 원하지 않는 (광고) 기능이 추가되거나 오래된 폰에서 메모리 문제나 오류 등이 나타나서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거나 혹은 있던 기능이 사라지고 그 기능을 쓰려면 유료 버전을 사야되는 것 같은 정책의 변화를 수용해야 할 때가 있다. 원치 않은 업그레이드를 정지시키면 새로운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 딜레마를 경험하며 툴툴거리겠지만 개발사 측에서는 매번 발생하는 버전마다 다르게 발생하는 오류와 문제들을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없으므로 다른 대안이 없다. 동일한 유전자, 다른 객체 객체라는 것의 예를 들면 이렇다. 마르코와 폴로는 같은 게놈을 가졌으므로 동일한 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디지언트들은 일정 기간 사이버 공간 상에서 훈련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각기 다른 성격이 발현하기 때문에 똑같은 게놈을 가졌다 해도 둘은 다른 개체이다. 쌍둥이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트레이너들이 이 디지언트들을 훈련시키는 이유는 유아기가 끝나 말을 배운 상태에서 주인과 소통할 수 있고 기르는 재미를 줄 수 있는 훈련된 상태의 애완동물을 구입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말을 가르치고 배변 훈련을 시키고 세상을 이해시키는 데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가. 디지들도 마찬가지.마르코가 먼저 태어났고(생성되었고) 집중된 훈련을 통해 분별력도 생기고 말도 잘하게 되었을 때 이를 복사하여 복사판은 폴로라고 이름지었다. 애완동물로서 상품의 가치가 높아졌을때를 2살 버전이라고 한다면 이 때가 어떤 사용자에게는 가장 분양받기 적합한 상태일 수 있다. 이 버전의 복사본이 체크포인트에 저장되고 복사본은 언제든 얼만큼이든 판매가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는 매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마다 체크포인트가 생성되어 모든 단계의 소스 코드들을 저장하고 있지만 학습된 버전은 매 순간 ‘진화’가 진행되므로 체크포인트는 주기적 혹은 어떤 임계점을 넘을 때로 임의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치 않는 버그가 발견되면 이전 버전으로 롤백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그런 일이 발생하는데 한 디지언트가 욕을 배워 쓰는 것이 발견되자 모든 디지언트들을 한꺼전에 롤백하여 해당 트레이너가 디지언트 앞에서 욕하기 이전의 체크포인트로 되돌아간다. 이들은 블루 감마가 채택한 뉴로블래스터 계열의 게놈 엔진으로 순종적이고 높은 지능을 가진 특성을 지냈고 각 개체마다 고유 게놈을 가지고 학습과 환경에 따라 개체 차원의 ‘진화’를 하게 된다. 회사에서는 일정 수준까지 학습을 시키고 이를 전시하는데 이들은 애나와 동료들이 각각 한두 명씩 맡은 프로토타입으로 블루감마의 마스코트라 불린다. 마스코트들은 여러 단계의 체크포인트에서 복사본으로 팔려 나가게 된다.가령 내가 만일 디지언트라면 1살 버전 2살 버전.....10살 버전 이렇게 많은 나의 체크포인트에서 멈춘 상태의 여러 나이의 복사본이 존재하며 각기 다른 상태에서 각기 다른 무수히 많은 주인들에게 팔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객체가 된 복사판들은 각자의 세계에서 각기 다른 능력을 획득하며 각기 다른 성격으로 변화해 가기에 둘은 서로 만나도 각기 다른 개체가 된다. 여기에 설상 가상으로 소프트웨어 자원의 평등을 외치는 해커들에게 노출되어 해적판 디지언트들이 난무하게 되고 더욱이 데이터 어스 플랫폼 그러니까 가상세셰 자체도 복제판이 생겨나기까지 한다.아무튼 마르코와 폴로는 애나와 평생 썸을 타면서도 안타깝게 매번 비껴가는 아바타 디자이너 데릭이 키우는 침팬치형 디지언트고 잭스는 애나가 맡은 로봇 바디를 가진 디지언트다. 마르코의 특정 나이에서 복사되어 동일 환경에서 양육 되었지만 둘의 성격은 다르다. 하나는 더 신중하고 하나는 더 모험적이다. 트레이너들 역시 가상 세계에서 디지언트들을 만나야 하므로 아바타를 쓰고 그들을 만난다. 가상세계가 현실세계를 만날 때
가장 소름끼치는 설정은 이들이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를 만나는 장면이다. 디지언트들이 크게 세계를 휩쓸자 로봇 회사에서 디지언트들의 기능과 감각에 상호 작용하는 로봇 바디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를 갈아입듯이 디지언트들은 아바타를 이 현실 세계의 로봇으로 갈아입으면 그들의 현실은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아바타로만 보던 애나의 몸을 현실에서 본 애나의 디지언트 잭스는 매끈한 아바타로만 만났던 애나의 실제를 보고 미세한 신체의 특성들 작은 땀구멍과 솜털들 같은 것들에 놀라고 매료당한다. 로봇 회사는 홍보를 위해 감마 블루의 디지언트들에게 주기적으로 이 로봇 바디를 입히고 현실 세계로 소풍을 내보낸다. 사회적 동물인 그들은 함께 어울려서 동물원에도 가고 현실 구경을 한다.
디지언트들의 성장과 쇠퇴는 현실의 소프트웨어의 흥망성쇠와 같은 맥락으로 흥하다가 쇠퇴의 길을 걷는다. 초기 투자와 유지 보수 비용이 워낙 크기에 판매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워 사료 산업과 같은 보조적인 수익을 기대했지만 몇년 후 휩쑬고간 유행이 잦아들다 신규 고객의 유입은 줄고 디지언트를 중지시키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고 수입 창출을 기대했던 사료 투입 소프트웨어는 실패한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디지언트들이 성장하면서 제조사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요구사항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들의 게놈에 내재하는 예측불가능성은 개발자들의 목표를 빗나갔다. 너무 어려운 게임처럼 디지언트들의 도전과 보상 사이의 균형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대하는 재미를 벗어나 기울어졌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고객들은 그들의 디지탈 애원 동물들을 정지시키게 된다.
어떤 생태계도 인구 자체의 감소는 쇠퇴와 궁국적으로는 몰락이라는 길로 예언처럼 흘러가기 마련이다. 까탈맞고 돈도 많이 드는 디지언트들을 정지시키거나 유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들을 보호하려는 여러 시도는 번번히 물거품이 되어간다. 그러는 사이 데이터 어스에서 게임도 하고 애완동물도 키우고 사회 생활을 하던 많은 사용자들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겨 가고 그들이 즐기던 게임둘도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식이 시작되면서 데이터 어스는 점점 인적없는 폐허가 되어 가고 남아있는 디지언트들은 몇몇 매니아층이 소유한 한 줌 안되는 디지언트들 뿐이다. 새로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새로운 게놈의 디지언트들은 이런 복잡한 자아가 제거되고 한 가지에 집착하는 특성을 가졌는데 매력은 없지만 전문적인 일을 학습하는 데 뛰어나서 돈벌이가 되어 여러 산업에 응용되고 있지만 귀엽기 위해 태어난 디지언트들은 골고루 잘 하지만 어떤 특수 분야에 부각을 보이지는 않는다. 혹시 발현될 지 모를 천재성을 발굴하기 위해 없는 살림에 디지언트들의 교육비로 더욱 생활은 짜듯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충성 고객과 몇몇 대형 게임들로 근근히 유지하고 있던 데이터 어스는 결국 잘나가는 새 플랫폼회사와 통합라는 이름으로 폐쇄하기에 이르는데 데이터 어스에 기반한 모든 게임 앱들은 그쪽우로 이식되어 통폐합하기로 결정된다. 그러나 디지언트들의 게놈 엔진을 설계한 뉴로 불래스터는 데이타어스 통합 이전에 이미 망한 회사라 새 플랫폼에 이식할 수 없게 된다.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상황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 블로그를 차려 놓고 콘텐츠를 관리하던 사용자가 하루 아침에 네이버가 망하면 블로그까지 쫄딱 망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내 경우 드림위즈 때 파놓은 이메일 계정이 드림위즈 통폐합으로 서버를 잃은 경험이 있는데 다행히 인수한 네이트가 메일 계정을 유지해 줘서 근근히 1세대 메일계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경헙들은 나만 해당되는 건 아닐것이다. 플랫폼이 없어지면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모든 소프트웨어는 새로운 플랫폼에 이식해야 하는데 니 경우 처럼 이미 엔진 회사가 망해버렸다면 그야 말로 하루 아침에 길바닥에 나앉는 거 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린다.
다행히 해커들이 만든 복제판 풀랫폼에서 기거할 수는 있지만 인적 없는 텅빈 그곳에서 몇 안되는 수의 디지언트들은 새로운 자극을 받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로 삶의 질이 크게 낮아지고 유기되는 디지언트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도 점점 즐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자신이 일시 정지되는 동안 시간이 흐르면 그 시간에 대한 상실을 슬픔으로 인식할 줄 아는 디지언트들을 이러한 폐허 속에 사느니 차라리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일시정지시키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남은 디지언트 소유자들은 디지언트의 양욱의 부담이 매니아 수준을 넘어 사회적으로 이해 불가이 가정 생활이 파탄날 지경에 이른다.
섹스 로봇은 궁극의 구세주가 될 것인가
이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섹스로봇 회사의 제안. 그리고 새 타입의 무뚝뚝한 디지언트를 훈련시키기 위해 트래이너들에게 친밀성을 높이는 항정신성 약물 주입을 요구하는 회사의 취업 제안. 이 두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는 의식이 있는 디지언트들을 섹스 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훈련시키킬 것인지 혹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 스스로가 약물투여라는 비인간적인 수단으로 전락할 것인지에 대한 딜레마이다. 디지언트들은 자기들이 쓸모가 있으려면 스스로 모든 법적 책임과 의무와 자유를 갖는 법인등록을 하여 성인으로서의 지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섹스 로봇 회사의 제의를 주인 맘대로 거절할 수 없다. 디지탈 애완동물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려는 애나와 이를 미친짓이라고 여기는 애나의 남편은 그렇다 쳐도 자신의 두 디지언트들에게 법인 등록을 함으로써 스스로 책임과 의무에 벗어나고 한 발 더 나아가 섹스 산업에서의 직업을 스스로 판단케 하고 애나를 구하려는 데릭은 그러한 배반이 다시 애나를 화나게 하여 친구인 둘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비록 아바타 없이는 형체조차 없지만 조금씩 의식이 께어나고 자아를 표현하고 슬픔과 기쁨을 느끼고 자기 주장을 할 줄 아는 객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딜레마들이 서로 얽힌 상황을 너무나도 지적으로 담담하게 그려내었다. 키보드 몇 스트록으로 일시에 그동안 쌓은 모든 추억, 기쁨과 슬픔, 함께 했던 모든 기억을 얼려 버리고 시체도 남지 않는 영원한 유기 방기 상태에서 죽음도 삶도 아닌 어떤 상태로 남겨졌다가 휘발되듯 잊혀지고 사라질 이 존재들이 소프트웨어라서 아바타 없이는 물적인 형체가 아니어서 쉽게 잊혀질 수 있을까. 그 기억, 그 시간, 그것들에게 쏟았던 내 애정을 사랑한다면 그렇게는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