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를 좋아한다.그런데 내 주변에는 가족이건 친구건 면요리 매니아가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주변에 면요리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 잘도 먹으러 다닌다. 부럽다. 저자는 면요리를 먹기 위해 일부러 맛난 집을 찾아가 4인용 식탁에서 혼밥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다. 그래도 부럽다. 그만큼 나도 국수 좋아하는데.


저자와는 약간 취향이 다른게 나는 탱글탱글한 면발의 식감을 국수 사랑의 제1요소로 사랑하는데 비해 저자는 뜨겁고 깊은 국물도 면식 수행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면빨이 중요한 나는 너무 뜨건 국물이 식지도 않는 뚝배기에 나오는 국수류는 먹다 보면 불어져 그닥 좋아하지 않고 외국서 저렴한 중국 식당에서 먹던 볶음국수류를 좋아하는데 나라마다 그 이름이 다르더라. 라면도 국물을 좀 적게 해서 끓인 후 궁물을 버리거 면만 건져 접시에 담아 먹기도 한다. 아이가 지나빠 닮아서 국물까지 마실 때 빼앗아 미리 따라 버리곤 했다. 그 짠 궁물을 후루룩 후루룩 마셔대는 게 나트륨 섭취를 너무 높일 거 같아서였는데, 이렇게 궁물 좋아하는 사람이 쓴 국물 애호에 대한 설득력있는 잘 쓴 글을 읽으니 그게 좀 횡포있던 거 같기도 하다. 

목숨줄과도 같았던 직장과 집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어이없는 이유로 전업주부가 되어 뭐라도 써보려고 십여년 동안 무얼 했나 따져보니 잘 하는 거 전적으로 좋아하는 게 국수 밖에 없더란다. 이 책은 국수 맛집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인생에서 만난 국수와 얽힌 삶의 자취들이다. 잘 모르는 저자가 자기 얘기 줄줄 늘어놓는 책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게 아니라 자기 지식이나 자기경험의 자랑을 싫어하는 거지 이런 식의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또 울컥하기도 한 진솔한 자기 고백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글도 참 잘쓴다. 뭔가 대단한 사상이나 지식을 전달할 것도 아니고 창작적인 소설이나 시를 보여줄 것도 아니라면 이런 류의 에세이류의 글을 쓰려면 이 저자만큼의 글솜씨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단한 말도 아니지만 같은 뜻의 말을 전하더라도 솔깃하고 공감가게 만드는 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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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3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9-02-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수클럽 같은 거 만들면 좋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