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시간은 순환한다. 현재는 과거로 흘러가고 미래는 현재로 다가온다. 그러나 과거가 현재 속에 뒤섞이고  그 뒤섞임은 미래와 함께 엮인다. 우리가 사는 세계다. 너무나도 쉽게 피흘린 역사가 가르쳐준 것들을 잊는다. 어렵게 쟁취된 것들은 그것 자체의 혼란 속에서 다시 뒤집어지고 또 뒤집어지며 비극을 되풀이한다. 수없이 많은 살상과 파괴를 낳았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정신은 망각 속에 갇히고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숫자와 이름들로 된 쪼가리 지식들만 넘쳐나며, 네트웍을 타고 날아다닌다. 


앞서간 혁명가들의 피와 뼈를 갈아 세운 발판을 딛고 드디어, 기어코 해낸 혁명이 역사에서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굵직한 러시아 귀족들은 혁명 이전에 재산을 빼돌려 일찌감치 편안한 망명가로서의 법적 지위를 얻었을 것이다. 혁명에 동참한 사람들은 하나 둘씩 그 자신이 인민의 적이 되어 숙청의 칼날을 피해 달아난다. 디아스포라가 슬픈 건, 단지 가족과 고향에서 멀어진 것 때문이 아니다. 망명자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한 한 장의 문서를 챙길 틈도 없이 서둘러, 아내의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아이의 뺨 한 번 맛대보지 못하고 빠져 나와 얻은 목숨이 그대로 살아서, 그 위대하고 원대한 꿈들이 산산조각나듯 흩어져 없어지지 못하고, 낯선 땅 낯선 말을 쓰는 사람들 속에서 이방인이 되어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아무 꿈도 없었던 사람처럼, 세상의 시선에서 멀어지고 잊혀져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은 망명자들이 함께 체스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비스트로(식당) 안쪽의 폐쇄된 공간이다. 그들은 법적 망명자로서의 지위를 얻기 위해, 누추하고 구차스런 삶의 한 자락을 붙들고 분투할 때, 다른 세계에서 온 다르면서도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었다. 당에 충성하고 묵묵히 의사였던 사람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숙청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말린 생선 한 마리를 손에 쥐고 국경을 넘어 와서 택시 운전사가 되었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전쟁의 트라우마를 이겨낸 파일러트는 사랑을 위해 친구를 배신했지만 끝내 혼자가 되어 뼈속까지 공산주의자로 남아 있다. 


헝가리의 국민오빠였던 남자 배우는 부다페스트에서 공산당 독재 타도를 외칠 때 한 편이 되었다가 미국과 서방이 자신들을 돕지 않게 된 걸 깨닫고 자신의 파트너와 국경선을 넘었고, 독일 출신의 레지스탕스였던 한 남자는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깨어난다. 체코의 한 외교관이었던, 최고 위치의 당 간부였던 사람은 줄을 잘못 선 대가로 숙청의 칼날을 피해 겨우 피해 달아났다. 이렇게 각기 다른 사람들, 어떤 사람들은 뼈속까지 공산당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공산당을 혐오하는 그 이질적인 사람들이지만 한 때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그게 옳던 그르던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가고 있던 사람들이다. 이 클럽에 열네살 미쉘이 합류한다. 


미쉘의 가족은 엄마와 아빠의 혈통을 중심으로 이분법처럼 쫙 갈라진다. 그 둘은 원래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아버지는 전형적인 프롤레타리아 출신으로 미쉘의 외할아버지가 운영하는 공장의 직원이었을 때, 그집 딸과 교제를 하다가 엄마의 임신을 모른 채 군복무를 채웠다. 엄마의 가족은 전형적인 브루주아 출신으로, 미쉘의 엄마가 미쉘의 형인 프랑크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미쉘의 아버지를 사위로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질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프랑크가 없었으면서로 잊혀질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결혼은 프랑크의 태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일이었던 데다가 업친데 덥친격으로 결혼식 날에는 신부쪽 형제의 전사소식을 받게 된다. 미쉘의 집안은 그렇게 우울한 날 그렇게 축복받지 못한 채로 탄생된다. 


나는 내 진영을 선택한 게 아니야. 그냥 내 진영 안에서 태어났지. P18


미쉘 가족의 에피소드와 망명자들의 에피소드들이 번갈아가면서 서술된다. 현재는 샤르트르의 장례식장에서 미쉘이 이미 그 클럽에서 나와 십여년이 흘러 성인이 된 후 클럽의 한 멤버를 우연히 만나는 시점이고, 이야기는 미쉘이 그 낙천주의 체스클럽을 다니며 중학교를 다니던 시점을 회상하며 쓰여진 성장담이다. 가족의 이야기이자 한 아이의 성장담이고, 아이가 그 짧은 몇 년의 시간동안 한명씩 한명씩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가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동시에 낙천주의자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그러니까 이야기의 전개 시점은 미쉘이 소년이었던 시절 1950년대의 프랑스이고, 또다시 미쉘이 그 낙천주의자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그들이 어떤 한 족의 사상에 빠져 충성하고 성취하고 배반당하고 배반하다가 목에 칼이 들어오기 바로 직전 빠져나오기까지의 시점이 서로 오간다. 이렇게 쓰니까 소설의 구성이 몹시 복잡하고 어려울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작품성이 높다고 평가받은 권위있는 문학상 수상작 소설들은 소설의 참목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오락성과 재미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드문 케이스의 소설이다. 그냥 재미있다라고 하면 재미라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지만, 일단 아직은 그리 어려운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 단순한 소년의 시각으로 쓰여져서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그 소년이 소설책에 완전히 집착적으로 빠져 있어서 작위적인 천진난만함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가독성과 작품성의 균형있는 조정을 보여주었다. 


두번째는 역사적으로 다른 두 시점(즉 망명자들의 과거와 미쉘의 현재)의 이야기가 평행하게 진행되지만 매우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고,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헷갈리지 않게 한 명씩 한 명씩 연극배우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방식으로 과거를 이야기 하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으며, 독자들은 한 소설 속에 많은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독립적인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명 한명의 이야기는 모두 미쉘이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이다. 


그들은 어떤 면에서는 독재적인 공산정권을 수호하기 위해 훗날 그것이 나쁜 짓이었음이 판명되는 일을 했던 사람도 있고, 한 때 영웅이었던 사람도 있다. 독립된 체제였다면 그렇게 한데 섞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것이다. 마치 미쉘의 가족이 프랑크가 아니었다면 섞일 수 없었을 가족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알제리의 독립을 바라는 프랑크는 아버지가 한편이 되고, 물질적인 것에 현혹되는 여동생은 어머니와 한편이 되어 집안은 베를린 장벽처럼 커다란 장벽 앞에서 위태롭게 대치한다. 미쉘은 아버지와 정신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이혼과 더불어 집에서 나가는 방법으로 미쉘에게는 커다란 배반감과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상의 실현을 믿던 순박한 공산주의자들과 그들 편에 섰던 인민들에게 가해진 폭압과 폭정으로 얼룩진 배반처럼, 정서적으로 따스하게 매만져준 아버지의 떠남은 미쉘에게 있어 그 어떤 것보다 용서하기 힘든 배반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런 날들을 보내면서 아이는 자랐다. 


알제리의 독립이라는 상황은 당시 프랑스를 또다시 두 편으로 갈라놓는다. 알베르트 카뮈는 샤르트르의 친구였으나, 알제리의 독립을 반대함으로써 그를 믿은 지식인들을 배반한다. 공산주의를 지지했던 샤르트르의 장례식은 한 시대의 멸망을 의미한다. 그것은 공산주의의 몰락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 상반된 이념이 피로 서로를 찌르고 공격했던 그 아픈 역사가 아무 의미없이 공허하게 사그라드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치 없었던 사람처럼 사진 속 숙청자들을 지워 없애던 사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전체 2/3가 지난 지점에서 등장한다. 그가 지닌 사연, 그가 구제불능 낙천주의 클럽에서 폭력을 당하고 배척을 당하는 이유 등이 미스테리처럼 비밀을 숨기고 있다가 막판에서 그 이유가 추리 소설의 끝처럼 밝혀지며, 우리는 한숨을 쉰다. 


오늘 우리는 한 작가를 땅에 묻는다. 시위를 하듯이. 그 작가와 더불어 시위를 벌이듯이. P13


*알라딘 독자 신간평가단에서 선정하고,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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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6-12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체제 안에서 섞일 수 없던 이들이 체스 클럽에서만큼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프랑스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하지만 현실은 ㅠㅠ

CREBBP 2015-06-12 20:53   좋아요 0 | URL
그러는 동안 그들 양쪽 모두가 목숨을 걸었던 그 체제라는 것은 완벽하게 박살나버렸죠. 샤르트르의 죽음처럼 묻혀질 사상들.. 참으로 이렇게 허무한 것들을 이렇게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다니 대단해요.

에이바 2015-06-12 21:28   좋아요 1 | URL
프랑스 소설은 실험적인 작품이나 문학상 위주로 소개되다보니 지루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요. 기네스님 말씀대로 오락성과 작품성의 균형을 잘 유지한, 무지 재미있는 소설이니 많이들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게나시아가 이 소설만 6년 반 넘게 썼다니... 지금 5년째 접어드나요? 작업 속도 제맘대로 상상해서 지금쯤이면 다음 소설 나올 때 되지 않았나.. 기다려집니다ㅎㅎ 이 소설 판매량 엄청 늘어서 다음 소설은 빨리 소개됐으면 해요. 이게 인생 소설이라 더 안쓰려나요..

CREBBP 2015-06-12 21:27   좋아요 1 | URL
저도 엄청 재밌는 책 한권 발견하면 동네방네 그 책 전도사가 되는데 에이바님도 비슷하시네요 찌찌뽕
 
[eBook] 오르페우스의 창 (1~18권)
Riyoko Ikeda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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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시절에 해적판으로 읽었는데당시 러시아 혁명을 다룬 내용이 출판금지여서 그림 위에 엉뚱한 스토리를 끼어 입혀있었다배경이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에서 핀란드의 독립운동으로 완전히 바뀌었던 것이다나의조국 러시아가 아니라 나의조국 핀란드 이런 식으로 대충 바뀐 게 아니라그림을 그대로 두면서 핀란드 독립운동의 역사에 끼워맞춰 스토리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작업도 만만치 않았을거란 생각이다

 

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러시아 혁명 역사를 그대로 번역한 본이 처음 나온 게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이 책은 2012년이 초판본이다.  그 전에 정식 번역본이 안나왔다면 수십년동안 이 만화책의 정식 번역판을 기다려온 독자들은 목이 빠지다못해 늙어죽을 뻔 했다기다린 보람이 있다(기다렸다기 보다는 잊고 있었다는)한 권 한권씩 야곰야곰 나와서 7편 정도까지 종이책으로 사두고 읽다가어쩐지 좀 시시해져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얼마전부터 읽던 책에 러시아 혁명과 그 망명자들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러시아 혁명사에 대한 공부도 할겸 이번 주말에 나머지 18편까지를 이북으로 다운로드 해서 휴대폰에서 읽었다

 

18편까지 나오는 등장인물만 해도 50여명이 넘고혁명 이전의 1900년 경의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부터 러일전쟁, 2월 혁명과 10월 볼세비키 혁명그리고 내전에이르기까지 급박하게 돌아갔던 러시아 혁명이 9권부터 18편 마지막까지의 배경이고그 배경속에서 사랑과 음모와 배신과 전쟁과 예술그리고 혁명가의 비극적인 삶이 길쭉길쭉한 순정만화 속에서 아름답게 펼쳐진다

 

독일의 유서깊은 도시푸른 도나우 강이 흐르고고풍스런 대성당이 랜드마크를 자랑하는 아름다운레겐스부르크에 성 세바스찬 음악학교(실재하지 않음)가 있다그 학교 전설에 오르페우스의 창이라는 아주 오래된 창(window)이 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다 마주치는 사람과 비극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구구절절한 사연으로 남장을 하고 이 학교 피아노 과에 다니는 율리우스는 그 곳 창에서 클라우스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그러나 클라우스는 러시아 귀족의 아들로혁명의 도화선에 불이 붙기 시작한 시점에 동료의 배반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드미트리의 동생으로 그의 뜻을 물려받아 혁명운동을 하다가 잠시 피해 독일로 온 러시아 혁명가다클라우스는 율리우스가 처음엔 남자인 줄 알았으나 아름다운 금발과 남장 속에 가려진 여린 몸과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 이끌려오다가어느 날 그가 여자인 줄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지만곧 러시아로 돌아가야 하는 운명이다그는 사랑하는 율리우스에게 거짓 약속을 하고 혁명을 위해 자신을 불사르기 위해 조국 러시아로 떠난다

 

한편 율리우스는 가족 내 복잡한 사정으로유산 상속을 위해 정부였던 엄마에게 남자로 길러지다가아버지가 죽자 저택으로 돌아와 공식 상속자가 되지만그 내막을 알고 있는 주치의에게 엄마가 협박을 당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칼과 시체를 저택의 정원에 묻는다.(여자 둘이 한 밤중에 꽝꽝 얼어붙은 땅을 파서 시체를 묻는다니.. 힘도 세군). 죄책감과 사랑에 몸부림치던 율리우스는 클라우스에게 모든 것을 걸지만자신을 배반하고 떠난 클라우스를 잊지 못해 가문의 모든 걸 포기하고 홀홀 단신 러시아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몇 번 아슬아슬 클라우스를 만나지만매번 클라우스는 사랑을 버리고 혁명을 선택한다



클라우스의 본명은 알렉세이로처음에는 형의 노선을 따르는 형의 약혼녀의 영향하에 부르조아와 협력하는 멘세비키였지만부르조아와의 협력에 있어서의 한계를 깨닫고 노선을 달리해 볼세비키가 되어 혁명의 최전선에서 싸운다.  20세기 초반의 거센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무능한 왕조, 부패한 귀족, 굶주린 민중과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 혁명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혁명 밖에는 살아남을 수 없는 배경을 이 만화는 실제 역사 실재한 인물 그리고 허구를 거대한 스케일의 드라마 속에 끌어들이고, 잘 조합하였다. 급박하게 돌아갔던 역사적 디테일들이 그대로 드라마 속에 녹아 들고, 주인공 알렉세이는 혁명이 성공하기 위해 딛고 올라서야 했던 디딤돌이 되어 스러지고,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온몸으로 돌리다가 이름 없이 부서져간 위대한 영혼 그 자체다.  

 


대의를 위해 사랑을 저버려야 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오르페우스의 비극적 사랑에 대한 전설은 전체 서사를 관통한다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는 이유그것은 결코 수천만의 생명을 담보하지 않고는 꿈꾸어볼 수 없었던 조국 러시아에 대한 혁명적 사랑 때문이다자기 한 목숨을 바쳐 사랑을 찾아가는 율리우스의 사랑은 온전히 알렉세이(클라우스)만을 위해 바쳐지는 사랑이다 엇갈린 사랑은 운명의 장난으로 아슬아슬 스쳤다 지나가고 스쳤다 지나기가를 반복한다. 러시아 혁명사를 로맨스로 읽고 싶다면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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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9 1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내 영혼의 만화책! 제가 이 만화책의 거의 대부분을 베껴그렸다는 것! 그 복잡한 독일 고딕건물부터 러시아풍경, 이자크의 피아노치는 손! 드레스덴 사건과 라스푸틴도 이 만화로 처음 알게 됨! 와~ 눈물난다 ㅜㅜ

CREBBP 2015-06-09 16:35   좋아요 1 | URL
Agalma 님과 공통점이 많네요. 저도 그려서 애들 나눠주고 그랬어요. 미술시간 그림 점수는 낮았지만 고대로 베끼는 만화책은 따라갈 자가 없었다는 ㅎ.. 지금 봐도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 표정 기가막혀요. 지금에서야 알았지만 러시아 풍경은 물론 레겐스부르크의 건물들도 그대로 재현했었다는.. 음악 학교는 유서깊은 다른 건물을 모델로 했다고 해요.

AgalmA 2015-06-09 16:43   좋아요 0 | URL
이케다 리요코가 이 만화 그리려고 자료수집만 몇 년 했다고 아주 오랜 뒤에 알게 됐죠. 그 꼼꼼함이 제겐 도움이 됐죠.
허영만 화백 문하생이었던 윤태호 비롯한 만화가들 보면 그 꼼꼼함이 선생님에게서 전수된 게 눈에 보이니까...음식먹는 장면의 리얼함은 숨길 수 없는 닮은꼴ㅎㅎ

CREBBP 2015-06-09 16:43   좋아요 1 | URL
자료수집... 그렇게 하지 않고는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그림들이죠. 장면장면들 하나같이 예술의 경지에요.

에이바 2015-06-09 1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훼스의 창!!!! 저도 올훼스 시절에 읽었어요. 기네스님도 낙천주의자 클럽 읽고 계세요? 러시아 혁명사 때문에 다시 보셨다니 리뷰가 기대됩니다. 믿고보는 기네스님ㅎㅎ

CREBBP 2015-06-09 16:49   좋아요 1 | URL
앗 맞아요. ㅎㅎㅎ. 그 책 진짜 너무 재밌어서 배경지식을 조금 더 넓히려고... 러시아 망명자들 얘기 나오는데... 그렇다고 이 나이에 러시아 역사를 공부할 수도 없고.. 게다가 어떤 비주얼한 것들과 혁명의 열정이나 감정적인 것들을 함께 얻고 싶어서 읽었죠. 흐 감사합니다. 그동안 신간평가단이 너무 작품성 때문에 오락성(?)이 희생되어 왔는데 오래간만에 대만족입니다. 2편 조금 남았는데, 다 읽어치우기 아까울 정도에요

에이바 2015-06-09 16:59   좋아요 0 | URL
진짜 재밌죠. 저도 오랜만에 소설이 주는 재미를 누렸습니다. 프랑스 청소년들 보는 눈이 있어요ㅋㅋ 배경지식이 있을수록 더 재밌게 읽히는 것 같아요. 잘 녹여냈다는 기분이 들어요. 인생 소설이에요 진짜.
 
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 경제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행복 성장의 조건
폴 돌런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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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계량화할 수 있을까  학문이라는 것은 가끔은 너무 쓸데 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행복에 대해 논한다 한들, 어차피 그건 추상적이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행복이라 규정하고 그것을 설계한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시중에는 행복을 주제로 하고 행복을 탐구하는 수많은 매체들이 나돌고 있고, 여전히 많은 학자들은 그것을 정복하고 싶어한다. 


무엇이 행복한 상태일까.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돈이 많은 상태는 분명 행복의 기본 조건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고용 조건과 절대적인 빈곤 앞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대적 가난이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자유경제체제에서 절대적 최고치에 이르는 행복지수의 평균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할 수 없을까. 무엇이 행복이냐를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 책의 저자 폴 돌턴은 '즐거움과 목적의식의 경험'을 행복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이 정의는 측정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두가지는 서로 상반된다. 매 시간별로 기록한 테이블에서 목적의식 점수가 높으면 즐거움이 낮고 즐거움이 높으면 목적의식이 낮다. 조금은 뻔해 보이는 결과이지만 여러 활동들로부터 얻은 데이터에서 두 가지 모두 높은 값을 보인 활동을 살펴보면 봉사활동,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식사 등을 들 수 있다. 목적의식은 잦고 즐거움이 높은 활동은 텔레비전 시청이고 목적의식보다 즐거움이 현저히 높은 활동은 근무, 비슷하지만 둘다 낮은 경우는 통근과 집안일이고, 숙제는 즐거움이 최하이면서 목적의식 점수도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즐거움을 얻는 활동은 사람들마다 다르고, 목적의식 역시 서로 다르다.  저자는 행복이라는 것을 산출하기 위한 기법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거기에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이냐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생복의 생산과정이라는 개념을 심리학과 경제학의 이론들을 융합하여 소개한다. 주의라는 것은 희소자원으로서, 한가지에 신경을 쓰면 다른 한 가지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행복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는 달리, 경제학 모델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노동력과 기계장치들을 혹사하지 않아야 하듯, 우리의 주의력을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잘한 일상을 결정할 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행복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활동은 하루 일과를 각 에피소드별로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서 활동이 시작된 시간, 활동이 끝난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에 대해 각각 기록하고, 그 활동에 대한 즐거움과 목적의식을 0부터 10까지 사이의 점수를 매김으로써, DRM(일상재구성법)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에피소드 활동이 시작된 시간 활동이 끝난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누구와 함께 있었는가 즐거움(0~10) 목적의식(0~10) 
 1 0:00 7:00 잠 가족 8 8
 2   기상  0  7
 3
  책읽기   
 4
  식사    
 5
  꾸미기   
 6
  출근    
 7   업무   
 8   퇴근   
 9 ...  TV시청   


대략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 건데, 하다가 조금 이런 식으로 매일 정리를 하다 보면 즐거움과 만족의식에 대한 균형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지, 어디에 치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혹은 헛된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학계의 연구 결과들을 참조로 하고 미국 및 영국 등 2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탕으로 행복을 탐구하는 이 책은 손에 쥐면 모래알처럼 흩어져 없어질듯 실체가 보이지 않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동원한다. 읽을 때는 솔깃해보이기도 하고, 다소 뻔한 주제와 결과에 대해 너무 많은 연구 결과를 참조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역시 행복이라는 것의 실체에 학문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소모적인 작업이며,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것의 학문적인 성과가 알번안둘의 기대에 부합하기에는 어렵다. 그럼에도 행복을 즐거움과 목적의식이라는 확실한 두 개념에 근거해서 체계적으로 찾으려한 방법은 여전히 행복을 찾아 더듬거리는 사람들에게 작은 가이드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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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7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북플과 서재를 몇 번에 둘 지 고민되네요....

CREBBP 2015-06-07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플과 서재는 제 경우 즐거움은 만점 목적의식도 평균이상이지 않을까.. 읽는 거는 아무래도 멍하니 앉아 티브이 보는 것보다는..
 
그림의 힘 2 -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 그림의 힘 시리즈 2
김선현 지음 / 8.0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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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힘> 첫번째 버전이 3월에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지 얼마 안되어 두번째 버전이 나왔다.첫번째 책이 최상의 리듬을 찾는 내 안의 새로운 변화라는 주제였는데 , 두번째 책은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다. 명화를 볼 때 인간의 뇌가 무언가를 인지하고 감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용한 미술치료 효과를 자기계발에 응용한 매우 영리한 책이다. 


내 경우, 어떤 자극을 얻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은 것은 아니고, 단순히 책에 실린 그림을 감상하고픈 마음과, 미술치료라는 심리적 치료가 어떤 그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읽었다. '합격을 부르는 최적의 효과'라는 소제목에 조금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어쨌든 그러한 제목이 더욱 많은 주의를 끄는 건 사실이다. 합격을 부른다니, 강렬한 붉은 색을 띈 엄청 전투적인 그림들이 많을 것 같아 더욱 흥미를 끌었지만, 합격이라는 게 죽어라고 공부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닌만큼 쉬어갈 때, 지쳤을 때, 마음 다쳤을 때, 긴장감이 고조로 달했을 때, 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싶을 때,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등을 위해 고요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림도 많고, 공부 에너지를 샘솟게 하거나, 보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지거나 , 뇌를 자극하거나,  암기력을 향상시키고, 두뇌를 움직이고 졸음을 달아나게 해서 직접적으로 공부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그림들도 있다. 


미술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순간적으로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예술이 이끄는 세계로 빠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경험해본 사실이 있을 것이다. 대개의 미술관련 서적들은 예술사적으로 혹은 미학적인 텍스트를 주로 갖는데 비해, 이 책은 그림을 어떤 탐구 대상으로도 보지 않고 단순히 마음 치유에 그 목적을 갖는 만큼 그 그림에 대한 어떤 미술학적 지식도 필요 없고, 공부 대상도 아니다. 인상주의니 사실주의니 하는 것들에 신경쓸 필요도, 작가의 생의 어떤 시기에 그린 그림인지도 알 필요가 없다. 단지 그림에서 주는 느낌에만 집중하면 된다. 



바로 이 그림이 몬드리안의 테이블 No.IV로 '신기하게도 머리를 좋게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따라 그리기도 쉬우니, 커다란 도화지에 그려서 아이들 책상 앞에 붙여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뿐만 아니라 아래 콤포지션 No2와 같이 수직과 수평의 선들은 마음을 질서있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실제 미술 치료에서도 자주 이용되는 방법중 하나로, 주의력 결핍 장애 아이들에게 이러한 종류의 그림을 권한다고 한다. 



그림 관련 서적들을 여러권 사다 보면 특히 미술사적으로 아주 획기적인 선을 그은 엄청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중복적으로 이책 저책에서 많이 나오는데, 이 책이 특히 좋았던 것은 다른 일반적인 책들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그림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모르고 있던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그림을 구경할 수 있었고, 아래 그림은 그런 그림들 중 몹시도 마음을 움직인 그림이다.  Eastman Johnson의 <The girl I Left Behind Me>라는 제목도 시적이고, 그림 사이즈도 한페이지 가득하다. 여기 나온 그림들의 프린트 상태도 매우 좋아서 선명한데, 유화컴퍼니의 프린트디렉션(데이터 및 인화 관리) 과정을 거쳐 리뉴얼된 이미지 데이터를 사용한 도서라고 표시되어 있는데, 아마도 그림이 중요한 책인만큼 색상 처리에 공을 들인 것이라 해석된다. 자신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그림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바람부는 벌판에 혼자 서서 무소의 뿔처럼 나아갈 것 같은 책을 든 어린 여성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고 감정이입이 되는 그림이다. 



조르주 브레이트너의 <귀고리> 역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계속 빠져들게 한 그림인데, 시험 직전 효과 만점인 좋은 긴장감을 주는 그림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긴장감과 여유를 동시에 안겨주며 우아하게 귀고리를 만지는 여인은 전혀 조급함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큰 키의 여인의 뒷모습에서 알 수 없는 고독감과 홀로선 당당함이 함께 느껴진다. 



합격을 위한 목적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그림을 만날 수 있고, 그 그림에 대한 매우 쉬운 심리적 해석을 만날 수 있는 점에서, 누구나 쉽게 그림에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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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6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조르주 브레이트너 <귀고리>는 클림트의 유디트 시리즈와 비슷하네요. 길쭉하면서도 금빛과 흑백의 강렬한 대비 하며!
그런데 거울 속 얼굴은 라이언 고슬링 닮았!(분위기 깨는 재주가 있어 죄송;;)

CREBBP 2015-06-07 00:42   좋아요 1 | URL
거울 속 얼굴은 주의깊게 안봤는데 ㅋㅋ. 그러고보니 클림트를 하도 봐서 이 그림도 좋아졌을 수도 있겠군요. 왜 눈에 익은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잖아요. 목덜미에서 느꺼지는 긴장감이 약간 설레는 거 같아요
 
마음이 설레는 집 도감 -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공간 배치 아이디어 123 집도감 마음이 설레는 집 도감 시리즈 1
X-Knowledge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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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가끔은 작은 뜰에서 꽃나무를 가꿀 수 있고, 빗소리를 들을 수 있고, 창을 열면 바로 마당과 이어진 독립된 주거 공간을 갖는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나는 어릴 때 대청마루가 있는 오래된 한옥집에서 자라서 빗소리가 들리고 확트인 개방 공간과 실내 공간이 바로 연결되는 주택이 가끔은 그립다. 그렇다고 그런 집으로 이사가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더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타협해서 그런 공간으로 이사가야 할 일이 생길 것 같다.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일에 대비해서 나중 살 공간에 대한 생각을 차곡 차곡 모아놓을 필요가 있을 듯해서 한동안 건축 관련 책들을 몰아서 봤었는데, 오랜만에 매우 현실적인 책을 보았다. 


건축가가 쓴 공간에 관한 에세이류를 읽으면, 직접 디자인한 공간에 대한 배치라던가,  각각의  공간이  어떤 의도로 어떻게 설계되어 있으며, 어떤 공간적 특징을 갖는다는 등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그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아쉬운 점은 마치 책을 읽지 않은 채 감상문만 읽는 것이나, 혹은 그림은 보지 않은 채 그림에 대한 리뷰를 듣는 것, 연주회에 가지 않은 채 음악에 대한 감상문과 리뷰를 읽는 것처럼 답답했다. 물론 대개는 사진들을 싣기는 하지만, 두루 둘러보는 것과 한 방향에서 일부만 찍은 사진과의 차이는 크다. 그럴 때는 (비록 건축 설계도를 제대로 읽을 줄 모르지만) 설계도면 같은 게 있으면 그 공간의 다양한 각도와 배치에 대해 상상력을 가질 수 있을텐데 없는 경우가 많아서 답답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답답함을 해소시켜주는 공간 배치의 실제 모습인 평면도와 평면도 상의 각 공간의 사진을 함께 실어 놓은 제목 그대로 집도감이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잘 이용하는 일본인들 답게 작은 도시의 귀퉁이 땅에 맞게 설계되고 그 작은 땅에 또 작은 뜰이라든가, 주차장이라든가 하는 공간들을 활용하여 잘 꾸며진 집들을 구석구석 사진과 함께 싣고 있다. 따라서 텍스트 보다는 집의 설계도면과 각 공간의 사진, 그리고 부분에 대한 간략한 설명 위주로 되어 있다. 전체 123개의 실제 집에 대한 도감이 들어있는데, 도쿄를 비롯한 일본 각지에서 좁은 땅 위에 가정집 목적으로 지어진 집들이 용도와 목적 혹은 취향에 맞도록 몇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대지 면적은 20평~30평 규모가 가장 많고 50평만 해도 큰 편에 속한다. 대개 지상 2층이나 3층의 형태로 되어 전체 연면적은 30~40평 내외 규모이고 기본적으로 거실, 욕실, 주방, 안방과 아이들방 혹은 목적에 맞는 방들로 이루어진다. 


이 집들은 11개의 장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조망좋은 방을 갖고 싶은 경우, 실외와 실내를 잇고 싶은 경우, 자연 가까이에 사는 경우, 목재가 어우러진 집,  공간을 넓게 쓰고 싶은 경우, 깔끔하게 수납하고 싶은 경우, 주방 중심의 집,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집, 한 집에 오래 사는 경우의 집, 자연 친화적인 집, 적절한 비용이라는 조건을 만족시켜주는 집으로 분류되어 있다.  실내에서도 여유로운 풍경을 즐기려면 어떻게 공간 배치를 해야 할까. 창이 있는 곳에 나무를 심거나 숲이 보이는 쪽으로 방을 둘 수 있겠지만 창의 크기와 형태에 따라서도 풍경이 달리 보이므로 대형 미닫이창을 완전히 열면 반 옥외 공간이 되도록 공간을 배치하는 예를 보여준다. 바다가 보이는 건물 남쪽에는 테라스로 이어지는 개방성 좋은 거실과 식당을 배치하는 식이다. 


케이블 티브이에서도 여러가지 종류의 작고 특이한 집들을 짓고 사는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종종하는데, TV나 잡지 같은 곳에서 예쁜 곳만 골라 찍은 작고 에쁜 집들을 이렇게 많이 모아놓으니, 심심할 때마다 들여다보면서 작은 사진에 찍혀 있는 각 공간들을 배치도를 보며 상상으로 연결하고 그 공간을 그려보는 재미도 있다. 나이가 들면 뜰이 달린 집을 갖고 싶어하는 가족이 있는데, 편한 걸 좋아하는 나는 결사 반대지만, 이렇게 작고 아담하고 쾌적한 공간을 가진 소박한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집이라면, 생각해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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