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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떻게 설계되는가 - 경제학과 심리학으로 파헤친 행복 성장의 조건
폴 돌런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행복을 계량화할 수 있을까 학문이라는 것은 가끔은 너무 쓸데 없는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런 저런 방법으로 행복에 대해 논한다 한들, 어차피 그건 추상적이고도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행복이라 규정하고 그것을 설계한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시중에는 행복을 주제로 하고 행복을 탐구하는 수많은 매체들이 나돌고 있고, 여전히 많은 학자들은 그것을 정복하고 싶어한다.
무엇이 행복한 상태일까.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돈이 많은 상태는 분명 행복의 기본 조건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고용 조건과 절대적인 빈곤 앞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대적 가난이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자유경제체제에서 절대적 최고치에 이르는 행복지수의 평균은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할 수 없을까. 무엇이 행복이냐를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이 책의 저자 폴 돌턴은 '즐거움과 목적의식의 경험'을 행복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이 정의는 측정가능하다고 말한다.
이 두가지는 서로 상반된다. 매 시간별로 기록한 테이블에서 목적의식 점수가 높으면 즐거움이 낮고 즐거움이 높으면 목적의식이 낮다. 조금은 뻔해 보이는 결과이지만 여러 활동들로부터 얻은 데이터에서 두 가지 모두 높은 값을 보인 활동을 살펴보면 봉사활동,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식사 등을 들 수 있다. 목적의식은 잦고 즐거움이 높은 활동은 텔레비전 시청이고 목적의식보다 즐거움이 현저히 높은 활동은 근무, 비슷하지만 둘다 낮은 경우는 통근과 집안일이고, 숙제는 즐거움이 최하이면서 목적의식 점수도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즐거움을 얻는 활동은 사람들마다 다르고, 목적의식 역시 서로 다르다. 저자는 행복이라는 것을 산출하기 위한 기법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거기에 얼마나 많은 주의를 기울이냐에 따라 행복의 정도가 달라진다는 생복의 생산과정이라는 개념을 심리학과 경제학의 이론들을 융합하여 소개한다. 주의라는 것은 희소자원으로서, 한가지에 신경을 쓰면 다른 한 가지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을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행복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과는 달리, 경제학 모델에서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노동력과 기계장치들을 혹사하지 않아야 하듯, 우리의 주의력을 조심해서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자잘한 일상을 결정할 때,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행복을 향해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활동은 하루 일과를 각 에피소드별로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서 활동이 시작된 시간, 활동이 끝난 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에 대해 각각 기록하고, 그 활동에 대한 즐거움과 목적의식을 0부터 10까지 사이의 점수를 매김으로써, DRM(일상재구성법)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 에피소드 | 활동이 시작된 시간 | 활동이 끝난 시간 |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 누구와 함께 있었는가 | 즐거움(0~10) | 목적의식(0~10) |
| 1 | 0:00 | 7:00 | 잠 | 가족 | 8 | 8 |
| 2 | | | 기상 | | 0 | 7 |
| 3 |
| | 책읽기 | | | |
| 4 |
| | 식사 | | | |
| 5 |
| | 꾸미기 | | | |
| 6 |
| | 출근 | | | |
| 7 | | | 업무 | | | |
| 8 | | | 퇴근 | | | |
| 9 | ... | | TV시청 | | | |
대략 이런 식으로 작성하는 건데, 하다가 조금 이런 식으로 매일 정리를 하다 보면 즐거움과 만족의식에 대한 균형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지, 어디에 치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혹은 헛된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불행하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학계의 연구 결과들을 참조로 하고 미국 및 영국 등 20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탕으로 행복을 탐구하는 이 책은 손에 쥐면 모래알처럼 흩어져 없어질듯 실체가 보이지 않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많은 방법을 동원한다. 읽을 때는 솔깃해보이기도 하고, 다소 뻔한 주제와 결과에 대해 너무 많은 연구 결과를 참조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역시 행복이라는 것의 실체에 학문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은 엄청나게 소모적인 작업이며,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것의 학문적인 성과가 알번안둘의 기대에 부합하기에는 어렵다. 그럼에도 행복을 즐거움과 목적의식이라는 확실한 두 개념에 근거해서 체계적으로 찾으려한 방법은 여전히 행복을 찾아 더듬거리는 사람들에게 작은 가이드가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