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 10개의 질문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침대, 기차 안, 캠핑중 야외 의자에서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종이책/ 전자책 모두 읽습니다. 갑자기 어떤 글귀 때문에 기발한 생각이 퍼뜩 지나갈 때 가끔 에버노트에 메모합니다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10퍼센트 인간, 채식주의자(한강), 피에로들의 집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너무 많아 간소하게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키다리 아저씨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아주 오래된 명작 전집류와 전공서적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움베르토 에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안나 카레리나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야전과 영원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축복받은 집(줌파 라히리), 라면을 끓이며(김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바 2016-04-22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키다리 아저씨 좋아했어요. 성인이 되어선 재평가하였습니다... 기네스님 같이 들어요~ 언니네 이발관의 키다리 아저씨예요. 노래는 마이앤트메리의 정순용이 불렀어요. ㅎㅎ https://youtu.be/HRScMQa8zYk

5월에 문동에서 전쟁과 평화 나온대요. (문동 안나 카레니나 번역하신 박형규 교수님 역) 그래서 BBC 전쟁과 평화 드라마 결제해 보는데 KBS에서 방영한 버전이라 블러 처리되고 거슬려요. 폴 다노 연기도 넘 좋고 영상미가 참 좋은데 어딘지 모르게 영국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러시아가 되어버렸다는... 방송국 스타일에 연출때문인지..

CREBBP 2016-04-25 11:50   좋아요 0 | URL
틀어놨어요. 앨범 아트가 너무 좋아서, 그림 바뀌나 한참 쳐다봤는데 안바뀌네요. ㅎ 담달에 키다리아저씨나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전 한 5~6년전쯤 다시 읽었을때 여전히 좋더라구요. 그 천진한 문체와 발랄한 분위기, 갑자기 아저씨가 애인으로 변한걸 아는 순간들 너무 좋아요. BBC 드라마 참 좋아하는 편인데,, 뭐랄까 설명할 수 없는 그 특유의 분위기 말에요. 그 분위기로 전쟁과 평화를 만들었다면, 그것 나름대로 좋을 것 같은데요. 러시아 소설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첨엔 잘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함이 있잖아요? 좀 더 많이 읽으면 더 이해할 수 있겠죠. 안나 카레리나도 민음사 문동 버전 다 있는데, 읽고 싶은 책은 모아놓기만 하고 막상 읽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숙원이었던 <적과흑>과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었으니 이제 도전해볼 수 있겠지요. 400주년 기념으로 세익스피어 몇 개 읽고 시작하려구요. 평가단 도서를 줄여야 가능한 일인데, 문학과 과학 그리고 약간의 가벼운 예술혹은 실용취미 쪽으로 거의 좁혔는데도 읽을 책이 늘 너무 많다는. 책욕심을 버려야

2016-04-2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4-26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대개의 경우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의 자기는 저자 자기를 향한다. 독자는 저자의 계발을 도와주기 위해 책을 사고 읽는다. 저자는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책을 쓴다. 이것이 책의 작가 모신 하미드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생각에 대해 깊은 논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아니 많이 수긍할 뿐이다. 대개의 자기계발서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로는 이렇다. 책을 쓴다. 출간한다. 안팔린다. 신경 안쓴다. 또 쓴다. 출간한다. 또 신경 안쓴다. 계속 출간한다. 출간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에 다다르면, 이 사람은 OO계의 권위자가 된다. 그 이름은 스스로 붙인다. 책을 많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방면에 권위자가 된 저자는 다시 권위자의 이름으로 또 책을 쓴다. 그러는 동안 백방으로 자신을 피알하고 유명한 자기계발 강사라고 뻥을 친다. 조금씩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일단 한 번 들어오면, 그 다음에는 계속 들어온다. 이것이 계속되면 안팔리던 책도 잘 팔리고, 강의는 점점 더 많이 들어온다. 이제 먹고 살 걱정은 없어지는 것이다. 뭐 한국에서 정확하게 이러한 루트를 통해 자기 계발이 이루어지는지를 취재한 적은 없지만, 이런 일이 손가락 몇 개만 까딱하면 쉽게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그 정보를 알 수 있다. 대개 책쓰는 요령 이라는 수백만원짜리 강좌같은 걸 통해서 빠르게 책써서 성공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또다른 자기계발의 루트를 통해 책써서 자기계발하는 자들을 모집하는 피라미드 마케팅들이 성행하는 책쓰기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자기계발 형식으로 2인칭 당신이 주어로 쓰인 작품이다. 더럽게 부자되는 법이라는 제목에서처럼 책의 주인공인 당신이 더럽게 부자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아니, 이게 뭐야 요점이 빠졌자나? 기껏해봤자, 특별히 당신이 '더럽게' 행동한 것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임박힌 식품의 라벨을 제거하고 유통기간이 넉넉한 새 라벨을 붙이는 기술을 전수받아 생수사업을 시작하고, 얼렁뚱땅한 방법으로 대충 걸러낸 물을 돈을 주고 팔아 부자가 된 정도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세한 노하우는 대개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이 이 책에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작가가 맨 처음에 자기계발서의 자기가 독자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라는 것에 대한 명쾌한 증명을 몸소 소설을 통해 보여준 알레고리가 되겠다. 


그래도 자기계발을 하려면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주어야 책을 집어드는 독자가 생기기에 각 단락별로 인생 단계별 더럽게 부자되는 많은 길 중 한 가지 선택들을 전략적으로 제시한다. 총 12가지다. 도시로 나간다. 교육을 받는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이상주의자를 멀리한다. 고수에게 배운다. 스스로를 위해 일한다. 폭력 사용을 마다하지 않는다. 관료와 친구가 된다. 전쟁기술자들을 후원한다.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다. 출구전략을 마련한다.  당신은 시골에서 태어나, 위의 12가지 과정을 거치며 한 때 거대한 저택에서 사방에 경호원들과 하인들을 부리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게 된다. 십대 중반에 다달했을때 당신은 DVD 배달 일을 하다가 평생을 통해 그리워하게 될 동네 예쁜 여자를 만나 사랑한다. 당신 못지 않게 부자가 되기로 한 예쁜 여자는 당신을 남겨둔채 한 번의 뜨거운 사랑을 선물처럼 맛보여주고 떠난다. 대학에 들어가지만,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학교를 떠난 당신은 아주 더러운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장 밑에서 노하우를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생수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다. 성공한 그는 예쁘고 가정환경도 좋은, 20세나 차이나는, 분에 넘치도록 상냥하고 착한 여자를 아내로 삼았으나, 일에 치이고 예쁜 여자를 가슴에 남겨둔 당신은 냉담함과 무심함으로 아내를 대하고, 끝끝내 화해하지 못할 앙금을 상처로 남겨둔 채, 훗날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결혼의 파멸에 이른다. 그동안 당신은 예쁜 여자가 거리 곳곳에 모델 사진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멀리 지켜보는데, 둘다 유명인사가 된 그들은 우연히 호텔 행사장에서 만나게 되지만 짧은 만남은 더욱 큰 그리움만 남겨놓는다. 


이야기가 종반에 다다르면, 이제까지의 삶, 더러운 부자가 되기 위해 흘렸던 땀과 노력이 어떤 배반으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더라도, 그에게 간직해 왔던 그 소중한 평생을 통한 사랑이 우연과 필연이라는 운명의 장난을 통해 만났을 때의 마지막 남겨진 삶의 가치가 그렇게 비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당신의 이야기니까 그렇다. 대개는 인생 종반에 돈이 가장 최고의 가치라고 믿어지고 그것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각고의 노력을 한다. 나이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모든 것을 잃고 의탁할 데 조차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예쁜 여자 역시 자신의 작은 집에 세까지 주어 살아가는 처지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에는 발기조차 힘든 아주 늙은 시간이다. 두 사람이 만나 함께가 되는 것이 만일 운명이었다면 그 길고 긴 시간동안 주어진 찬란한 젊음은 모두 허망하게 거품처럼 사라질 '더러운 부자'가 되는 자기계발을 위해 잃어버린 채, 정신마저 오락가락한 황혼의 노년이 되어 함께하게 된 그 시간들은 너무 억울할 테지만, 이 작품은 그 둘의 마지막 모습을 참으로도 정겹게 그려놓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극히 내성적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타인을 볼 때에는 자신이 가진 생각의 틀로 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최정화의 <지극히 내성적인> 작품집은 이 생각에 확고함을 더해주었다. 신을 이해하지 못해 대신 믿어야 하는 문제와 같다. 지구 반바퀴를 날아가는 새들의 방향 감각이 전자기라는 인간은 가지지 못한 감각 때문이라는 것을, 전자기라는 개념과 이름을 과학적으로 발견되기 전에는 결코 이해불가능했던 것과 같은 일이다. 아직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처럼, 타인에게는 들여다 볼 수 없는 컴컴한 영역이 존재한다. 친숙한 타인이라 하더라도 그 어느 곳 알 수 없는 이해불가의 영역이 존재한다. 가족이거나 가장 친한 친구이거나 할 것 없이 말이다. 양보와 배려 따위가 이해의 근처에서 그 몫을 대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이해와 완전히 치환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 방식대로 내가 해석하는 틀 내에서 바라보는 일만이 가능한 것이다.  


타인에 대한 소통의 문제로 인해 우리는 참으로 많은 시간을 기울여 온 힘을 다해 우리를 설명한다. 때로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 그 사람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이름을 붙이면 심리적으로 위안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남을 그렇게 모른다면 자기 자신은 어떨까. 때로 타인의 해석으로 발견하는 자신이 신선할 때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춤을 출 줄 모르는 고래에게, 유연한 몸놀림이 천재적 춤꾼의 기질을 보여준다고 말하면 막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한 고래는 춤추는 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


최화정의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타인의 성격을 묘사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독자는 타인을 묘사하는 또다른 타인을 타인의 시선으로 본다. <구두>의 경우처럼, 도우미를 열심히 설명하는 화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독자는 둘 사이의 미묘한 긴장 관계를 통해, 그리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희미한 열린 결말을 통해 결국은 자신과 만난다. 자신을 들여다 보고 자신을 해석하는 틀의 방향을 이리 저리 돌려보게 된다. 도우미가 실제로 화자가 보는 것처럼 무슨무슨 증후군의 환자인 것인지 혹은 화자의 과민한 성격이 타인에 대한 경계와 계급의식과 결합해 낳은 상상의 산물인 것인지는 뚜렷하지 않다. 자신이 도우미로서의 처지를 잃고 마치 안주인이 된 걸로 착각해서 구두를 바꾸어 신고 간 것이라는 화자의 의심은 타당한가 아닌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은 도우미를 처음부터 경계하고 의심하는 화자는 독자에게 화자가 설명하는 도우미만큼이나 비정상적으로 보인다. 이를 화자 역시 알고 있다.  이처럼, <지극히 내성적인>은 정신적 문제를 지닌 타인들을 의심과 관찰의 눈으로 바라보는 화자들 역시 문제적인 성격을 말해주는 자잘한 단서들을 지닌다.  


<구두>에서와 같이 작품 속 인물들은 대체로 문제적인 성격을 지녔다. <팜비치>에서 남자가 바라보는 여자는 허영과 사치로 일관하면서 남편을 무시하는데, 그녀와 대조되는 남자는 그저 아내를 바라보고 아내의 명령에 아무 저항도 없이 따르는 문제적 남자다.  발바닥을 베어 살점이 떨어져나가 피를 흘리고 다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무감각한 남자의 무기력이 아슬아슬한 긴장을 이룬다. <오가닉 코튼 베이브>는 약국에서 강박적으로 보조식품을 사먹던 여자와 결혼한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자의 강박적 모습이 담겨있다.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에서 작가가 세들어 사는 집의 주인인 화자는 평범한 듯 하면서도 작가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동성애적인지를 의심케 하는데, 사소한 말과 행동에서도 이상하리만큼 긴장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작가를 향한 나의 마음이 이상한 강박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지 눈치채기 어렵기 때문이다.   <파란집>의 그녀가 인테리어용 책으로 적격인 두께와 색상의 책을 골라 꽂았는데 하필, 하이데거의 책이다. 집들이에 왔던 남편 동료들에게 (여상을 나왔음에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대답하고, 철학이 전공이었던 남편 동료에게 그 책을 읽었다고 거짓말을 하다가 현존재에 대해 묻자 현준재로 알고 희성이라고 대답한다. 


이 작품집에서 주목할만한 공통점은 관계의 변화이다. <지극히 내성적인 살인의 경우>에서는 이러한 관계의 변화가 두 번에 걸쳐서 만들어지는데, 유명한 작가라는 생각에 작가와 친해지고 싶지만 작가가 버린 작품들을 읽으면서 서서히 작가와 가까와지고 둘이 함께 외출도 하고 매우 즐거운 시간을 지내는 첫번째 단계와, 어떤 단계에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작품에 대해 부정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결국 둘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깨지는 두번째 단계가 그러하다. 이러한 단계에서 화자는 매우 섭섭함을 느끼지만 곧 출간된 그녀의 책 첫장에 인쇄된 '지난여름을 내내 함께한 너에게'라는 글귀가 자신을 향해있음을 확신하고, 또 소설의 내용이 자신과 그녀의 이야기라고 확신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생각이고 실제로 작가가 그녀를 염두에 두었는지는 <구두>의 경우에서처럼 알 수 없는 일이다. <틀니>에서 사고로 앞니를 잃어 틀니를 해야 하는 남편은 초라한 아내에게는 비교가 안될 만큼 완벽한 사람이었지만 남자가 집에서 <틀니>를 빼면서 그 관계는 조금씩 바뀌어가다가 급기야는 역전된다. <홍로>는  친구들 앞에서 남자가 시작한 거짓말 때문에 시작한 동거녀의 거짓말이 초라한 동거녀의 자아와 치환되면서 자신만만해지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사실혼을 유지하면서도 고용주와 피고용인의 관계이던 이제까지 둘 사이의 수직적 관계를 깨는 사건이 실제 자신의 모습이 아닌 허구 속에서 왔음이 동거녀에게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남자가 시작한 거짓말 속의 그녀 즉 대학을 나왔으며, 아들은 교사인 그녀로 착각한 동거녀의 모습은 작가가 묘사하는 그라는 화자의 생각이다. 실제로 그녀의 상기된 모습이 스스로의 거짓말에 의해 창조된 허구의 자신에서 전달된 자신감인지, 혹은 남자의 거짓말에 스스로 생각하기에 잘 대응했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 즐겁게 보낸 한 낮의 시간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파란집>의 그녀는 결국 그 파란책을 계기로 하이데거 철학에 파묻혀 '남편과는 다른 땅을 딛고 서'있는 존재가 된다. 


<대머리>는 얼마 전 읽은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에 등장하는 모리스를 연상시키는 한 제비족 남자의 시선으로, 여자와 여자의 사촌을 본다. 자신의 능력으로 돈 많은 여자를 접수했는줄 알았는데 아버지 대신 등장한 사촌이 전한 진실은, 실패한 남자만 골라서 선택한다는 여자의 독특한 남자 선택 방식이다. 여기서 남자는 실패한 자신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여자를 견딜 수 없다. 모욕감을 준 사촌보다 동정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선택한 여자의 따스한 시선이 더욱 모욕적인 것이다. 몰릴 때 까지 몰려, 이 여자를 낛지 않았다면  인생이 어느 밑바닥까지로 추락했을 지 모를, 통장 잔고는 네다섯자리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 남자는 이제야 못생긴 여자의 얼굴과 보라카이를 보카라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무식 같은 것을 발견하고는 저울질을 하지만, 이 여자 말고는 대안이 없음을 깨닫는다. 소설의 제목이 대머리인데 사촌의 머리가 듬성듬성 빠져 취한 김에 사촌을 어이 대머리라고 부르고 낄낄거리기 시작한다. 여자 대머리를 본 적이 없는 남자는 여자와의 결혼에 걸림돌이던 사촌이 대머리라는 사실을 즐거워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승우 작가가 등장인물의 내면을 묘사하는 방법은 때로 독자를 기만하는 듯 말장난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게 동어 반복적이다. 그 반복적인 문장을 계속 읽다보면 그것이 기만이 아니며, 기만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쓴 것은 아니지만 기만인 것처럼 보임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기만인가 기만이 아닌가를 확인하기 위해 꼼꼼하게 읽도록 유도한다. 때로는 기만인지 아닌지가 오리무중으로, 그 문장과 그 문장을 다른 문장으로 반복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레 기만하는 듯한 문체를 유지함으로써 독자들이 그것을 기만으로 받아들여도 상관없다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좋다. 기만이든 아니든. 그런데 중요한 건 기만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보다 은밀한 내면, 감추어진 욕망, 비뚤어진 마음을 오히려 명징하게 해부해 내는 도구로 이 동어반복적 문장을 적절하게 쓰고 있다는 점이다. 기만인 듯하지만 위대한 작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이 만드는 문체. 그것이 이승우 문학의 특징이다. 작가의 문장은 생각이 미치지 닿지 못했던 맨 바닥에 있는 본성의 욕망을 아주 아주 작고 날카로운 칼로 일일히 도려내어 최소의 단위의 세계로 해부하고는 적확한 언어의 유희적 문장에 유려하게 담아내는 그의 소설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문체만이 전부일까? 이야기는 없을까? 명쾌하고 또렷하기만 하다면 그게 무슨 문학일까마는 언제부터인가 지나친 상징성과 모호성은 문학이라는 것이 떄로 문학을 읽는 나를 문학으로부터 소외시켜왔다. <리모컨이 필요해>에서는 여관방에서 매일 새벽 다섯시 반마다 알람처럼 켜지는 TV와 다섯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는 윤락녀와의 관계가 그렇다. <신중한 사람>에서는 귀에 이상이 생겼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과 정말로 미칠것 같은 순간 그 증상이 한 번 나타나는 일이 그렇다. 이미를 떠나 어디로 가려고 여관방을 잡고 물가를 산책하는 <이미, 어디>의 사람들이 안개속으로 사라져간 곳은 어디일까.<딥오리진>의 망상속의 그녀는 자기 자신일까, 다행히도 <신중한 사람>에 실린 단편들 중 대개는 어떤 사람들, 특히 그가 '신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형성하는 그 배경과 사건들에 집중한다. 속터지고 억울하고 재수없는 일의 연속이다. 이승우 단편에서 발견되는 진실이란 어떤 개인, 어떤 타자를 통해 투영되는 나 혹은 나의 일부, 혹은 나의 가능성의 일부다. 결국 문체의 이야기로 되돌아온다. 진실을 끝까지 탐구하는 그의 해부적인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 속의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품집에서 주목할 점이 또 있다. 표절과 망상에 대한 주제 의식이 그것이다. 크게 이슈되지는 않았던 어떤 표절 시비에 대해 작가는 큰 마음 고생을 한 듯, 이 소설집에 그 일과 관련된 내면과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무려 서너편이나 되었다. <오래된 편지>는 한 때 망상적 자신이 동료가 다른 동료의 대학 습작을 표절했음을 주장하는 잊고 있던 자신의 오래된 편지를 지도교수의 유고집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내용이다. <딥오리진>은 자기 때문에 커피숍에 매일 오는 걸로 착각하는 어떤 여자가 화자의 내면 깊숙이에서 질투하고 있던 어떤 작가의 소설을 자신이 다 썼다고 하는 얘기를 듣고 그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 않은 일>은 표절에 휘말린 이승우 작가 자신이 겪은 정신적 고통을 고스란히 그려낸 작품으로 보인다.


난해하지도 몽환적이지도 않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 놓인 참담한 관계와 그것을 극복하는 도구로서 칼을 품는 사내에 대한 이야기 <칼>이 전체를 통틀어 가장 공감되었다. 상징적 의미의 칼. 살짝만 갖다 대도 스윽 하고 베어질 것 같이 날카롭고 잘 갈아진 칼. 불안과 절망으로 점철되었지만 끊을 수는 없는 어떤 관계의 지속을 위해서 우리는 값비싼 명품 칼을 하나씩 마음에 품자고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고민에 답하다
곽정은 지음 / 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