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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 되는 법
모신 하미드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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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자기계발서라는 이름의 자기는 저자 자기를 향한다. 독자는 저자의 계발을 도와주기 위해 책을 사고 읽는다. 저자는 자기를 계발하기 위해 책을 쓴다. 이것이 책의 작가 모신 하미드의 생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생각에 대해 깊은 논쟁을 벌이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아니 많이 수긍할 뿐이다. 대개의 자기계발서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책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로는 이렇다. 책을 쓴다. 출간한다. 안팔린다. 신경 안쓴다. 또 쓴다. 출간한다. 또 신경 안쓴다. 계속 출간한다. 출간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에 다다르면, 이 사람은 OO계의 권위자가 된다. 그 이름은 스스로 붙인다. 책을 많이 썼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방면에 권위자가 된 저자는 다시 권위자의 이름으로 또 책을 쓴다. 그러는 동안 백방으로 자신을 피알하고 유명한 자기계발 강사라고 뻥을 친다. 조금씩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일단 한 번 들어오면, 그 다음에는 계속 들어온다. 이것이 계속되면 안팔리던 책도 잘 팔리고, 강의는 점점 더 많이 들어온다. 이제 먹고 살 걱정은 없어지는 것이다. 뭐 한국에서 정확하게 이러한 루트를 통해 자기 계발이 이루어지는지를 취재한 적은 없지만, 이런 일이 손가락 몇 개만 까딱하면 쉽게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그 정보를 알 수 있다. 대개 책쓰는 요령 이라는 수백만원짜리 강좌같은 걸 통해서 빠르게 책써서 성공하는 방법을 전수하는 또다른 자기계발의 루트를 통해 책써서 자기계발하는 자들을 모집하는 피라미드 마케팅들이 성행하는 책쓰기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자기계발 형식으로 2인칭 당신이 주어로 쓰인 작품이다. 더럽게 부자되는 법이라는 제목에서처럼 책의 주인공인 당신이 더럽게 부자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떠오르는 아시아에서 더럽게 부자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이라면 아니, 이게 뭐야 요점이 빠졌자나? 기껏해봤자, 특별히 당신이 '더럽게' 행동한 것은 사장의 지시에 따라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임박힌 식품의 라벨을 제거하고 유통기간이 넉넉한 새 라벨을 붙이는 기술을 전수받아 생수사업을 시작하고, 얼렁뚱땅한 방법으로 대충 걸러낸 물을 돈을 주고 팔아 부자가 된 정도일 뿐이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세한 노하우는 대개의 자기계발서들이 그렇듯이 이 책에서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작가가 맨 처음에 자기계발서의 자기가 독자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라는 것에 대한 명쾌한 증명을 몸소 소설을 통해 보여준 알레고리가 되겠다. 


그래도 자기계발을 하려면 대략적인 그림은 그려주어야 책을 집어드는 독자가 생기기에 각 단락별로 인생 단계별 더럽게 부자되는 많은 길 중 한 가지 선택들을 전략적으로 제시한다. 총 12가지다. 도시로 나간다. 교육을 받는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이상주의자를 멀리한다. 고수에게 배운다. 스스로를 위해 일한다. 폭력 사용을 마다하지 않는다. 관료와 친구가 된다. 전쟁기술자들을 후원한다. 부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다. 출구전략을 마련한다.  당신은 시골에서 태어나, 위의 12가지 과정을 거치며 한 때 거대한 저택에서 사방에 경호원들과 하인들을 부리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게 된다. 십대 중반에 다달했을때 당신은 DVD 배달 일을 하다가 평생을 통해 그리워하게 될 동네 예쁜 여자를 만나 사랑한다. 당신 못지 않게 부자가 되기로 한 예쁜 여자는 당신을 남겨둔채 한 번의 뜨거운 사랑을 선물처럼 맛보여주고 떠난다. 대학에 들어가지만,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학교를 떠난 당신은 아주 더러운 방법으로 부자가 된 사장 밑에서 노하우를 배우고 이를 토대로 생수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한다. 성공한 그는 예쁘고 가정환경도 좋은, 20세나 차이나는, 분에 넘치도록 상냥하고 착한 여자를 아내로 삼았으나, 일에 치이고 예쁜 여자를 가슴에 남겨둔 당신은 냉담함과 무심함으로 아내를 대하고, 끝끝내 화해하지 못할 앙금을 상처로 남겨둔 채, 훗날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결혼의 파멸에 이른다. 그동안 당신은 예쁜 여자가 거리 곳곳에 모델 사진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멀리 지켜보는데, 둘다 유명인사가 된 그들은 우연히 호텔 행사장에서 만나게 되지만 짧은 만남은 더욱 큰 그리움만 남겨놓는다. 


이야기가 종반에 다다르면, 이제까지의 삶, 더러운 부자가 되기 위해 흘렸던 땀과 노력이 어떤 배반으로 인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더라도, 그에게 간직해 왔던 그 소중한 평생을 통한 사랑이 우연과 필연이라는 운명의 장난을 통해 만났을 때의 마지막 남겨진 삶의 가치가 그렇게 비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당신의 이야기니까 그렇다. 대개는 인생 종반에 돈이 가장 최고의 가치라고 믿어지고 그것을 남기기 위해 우리는 각고의 노력을 한다. 나이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당신이 모든 것을 잃고 의탁할 데 조차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예쁜 여자 역시 자신의 작은 집에 세까지 주어 살아가는 처지에서 만나게 되었을 때에는 발기조차 힘든 아주 늙은 시간이다. 두 사람이 만나 함께가 되는 것이 만일 운명이었다면 그 길고 긴 시간동안 주어진 찬란한 젊음은 모두 허망하게 거품처럼 사라질 '더러운 부자'가 되는 자기계발을 위해 잃어버린 채, 정신마저 오락가락한 황혼의 노년이 되어 함께하게 된 그 시간들은 너무 억울할 테지만, 이 작품은 그 둘의 마지막 모습을 참으로도 정겹게 그려놓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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