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로그 모로코 - 2019~2020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정덕진 지음 / 나우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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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을 느껴볼 수 있는 곳! 모로코


 모로코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히 그곳이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인지 몰랐다. 모로코는 지도상 스페인과 맞닿아 있는 나라인 동시에 대서양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지브롤터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쪽 끝에 있는 나라. 북쪽으로는 지중해, 서쪽으로는 대서양, 동쪽으로는 아틀라스 산맥이 둘러싸고 있는 곳(p.21)이다. TV를 통해 자주 소개되는 곳이나 드라마, 영화의 배경으로 그린 도시들이 눈에 익은데 비해 모로코는 자주 소개되지 않다보니 알듯 모르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트래블로그 가이드북을 보면서 유념해두고 있지 않았을 뿐 많은 영화 속에 모로코의 도시들이 짧게, 혹은 길게 주인공들과 함께 매력을 뽐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소개되는 영화가 러셀 크로우가 주연한 '글래디에이터'다. 영화의 흥행에 따라 우리나라 여행자를 끌어모으기도 하고, 그저 스쳐지나가게 만들기도 하는데 '글래디에이터'를 보면서 나도 영화의 배경이 어딜까 많이 궁금했었다. '섹스 앤더 시티 2'에서는 캐리와 친구들이 모로코가 사하라 사막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나온다. 많은 영화 중에서 멧 데이먼이 주연한 '본 시리즈'에서 그가 추격하고, 도망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많은 인파를 제치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장면이 아직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 외에도 '스타워즈', '007스펙터', '카사블랑카', '인셉션', '블랙호크다운', '아라비아의 로맨스'등이 모로코에서 찍었던 영화들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모로코의 매력적인 모습을 많이 봐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익숙한 나라가 아니어서 다녀온 여행자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보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책에서는 고민하지 말고 유럽여행을 가듯이 루트를 짜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세로로 긴 국토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입국 장소에 따라 루트가 달라진다. 어떤 여행상품인지, 기간이 어떤지에 따라 다르지만 책에서는 각각 일정에 따른 추천 일정이 그려져 있다.

무엇보다 모로코는 유럽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라이지만 보수적인 수니파 이슬람교 국가이기 때문에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남녀간의 복장이나 행동을 하는데 있어 조심 스러운 부분이 있다. 여자의 경우에는 어깨나 팔 위쪽을 가리고 긴 치마나 바지를 입는 것을 권하고 있다. 여러모로 우리와는 다른 음식 예절이나 종교와 관계된 부분이 있어서 민감한 부분이 있기에 항시 행동하는데 있어 조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모로코편을 보면서 가장 해보고 싶은 투어가 사하라 사막 투어다. TV에서만 보았던 모래 위에서 신났던 샌드 보드와 사막에서 보는 별빛이 가득한 투어는 로망 중의 로망이라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모로코에 가야 할 이유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많지만 우리나라에서 체험 할 수 없는 일들을 모로코에서 보고 직접 경험 할 수 있다니 보수적인 동시에 능동적인 여행지가 아닌가 싶다.

 

 

 

 

 

 

화려한 색감은 아니지만 모로코는 어딘지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 같다. 탕헤르나 대서안 연안, 지중해 연안, 아틀라스 산맥과 같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해변과 각 지방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무엇보다 가장 익숙하게 브라운관을 통해 보았던 이슬람 문화의 중심지였던 미로 도시이자 천 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 페스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의 제목 때문인지 모로코 하면 카사블랑카가 떠오르지만 실상 찍은 곳은 헐리우드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카사블랑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북적이고 있는데 비해 수도인 라바트는 조용한 곳이다. 왕이자 종교의 최고 지도자로서 위엄을 보이고 있는 모로코는 정치, 행정, 문화의 중심지인 동시에 왕이 머무르고 있는 왕국과 정부 기관들이 한데 모여있는 곳이다. 이름만 들어본 곳들을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조용하지만 주요기관이 모여있는 이 곳을 한 번쯤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 경치가 좋다고 하니 기대되는 도시 중 하나다. 지금 당장 갈 수는 없지만 가이드북을 보면서 한 나라의 기본지식이나 여행을 하는 법, 먹는 것, 이슬람 지역의 주의사항까지 꼼꼼하게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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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인문학 - 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
김동훈 지음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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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몸에 배면 취향이 된다.


 오래 전 한 채널에서 '명품의 탄생: 스캔들'(Trend,2013)이름으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박지윤 아나운서와 패션에 관계된 여러명의 패널이 나와 한 주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명품을 소개했다. 명품의 역사와 명성에 걸맞게 그것을 이끌어 가는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채널을 돌리다 방송을 보게 되면 몇 번이나 앉아서 보곤 했다. 명품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면서 소비를 하는 구매자가 있을까 싶지만 우리는 명품의 가치 보다는 누군가로 보여주기 위함의 '과시욕'으로 자신의 감각을 드러낸다. 그러나 저자는 "접촉과 배치를 통해 특정 방향으로 향하던 '욕망'이 몸에 배면 취향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책은 총 6부로 나누어 정체성을 시작으로 감각과 욕망, 주체성, 시간성, 매체성, 일상성으로 나누어 브랜드를 소개한다. 각각의 브랜드는 어떤 표식을 드러내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그들의 물건임을 알아차린다. 기존에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떠나 사람들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반대의 개념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감각을 깨운다. 허먼 멜빌의 <모디 딕>에서 1등 항해사인 스타벅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스타벅스는 로고 마저도 사람의 마음을 마구 홀린다는 '세이렌'을 차용하여 쓰고 있다.


그들은 각각 자신을 드러내는데 있어 색채와 취향, 이질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의 욕망에 불을 지른다. 백화점 한 켠에 수 놓은 많은 브랜드들이 저마다 색을 더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값비싼 가방과 옷들은 의식주를 대변해주는 물건이 아니라 가치이고, 그 가치를 소비함으로서 우리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감각과 욕망을 드러내곤 한다. 무엇보다 <브랜드 인문학>은 브랜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가 무엇을 드러내려 하는지를 섬세하게 설명해준다. 질 들뢰즈의 철학과 문학, 시, 예술, 역사등 그들이 표상한 감각의 본질을 더 면밀하게 들어간 책이다. 눈을 반짝이며 우리가 소비하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책을 펼쳤으나 생각보다 더 깊은 이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질 들뢰즈라는 철학자의 철학을 깊이 이해해야 하고, 저자가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시를 이해함으로서, 보다 그들의 철학이 깊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공간을 떠나 보여지는 문학작품들과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감각의 이면들이 흥미로웠던 책이다. 다만, 많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마치 PPL처럼 차용되는 민음사의 브랜드와 책들이 눈에 콕하고 박힌다. 인용문이 좋거나, 모르는 저자나 책이 언급되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콕하고 집어 넣어 준다. 좋은 점도 있지만 대놓고 보라는 식이어서 오히려 아쉬운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감각의 이야기를 브랜드 하나하나 마다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들의 시작과 지금까지 만들어온 역사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철학의 면면을 이해하면서 우리는 어떤 취향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를 무의식적으로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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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란 인간의 '토대'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일어나 서도록 땅이라는 투박한 현실과 맞닿는 인간의 여린 살갗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것이 구두다. 다른 사람들은 발에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어느 시대, 어떤 당을 막론하고 제화공들만은 발바닥의 여린 살갗에 세심했다. 그래서 제화공들은 구두라는 인간의 '토대'에 발이 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며, 그 마음으로 사회라는 더 큰 구두 속에서도 우리가 편안하기를 목 놓아 외쳤던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지문, 인간의 무늬(인문)를 지녔던 것이다. - p.185


우리의 감각 중 후각을 통해 얻게 되는 "햇빛에 타는 향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기에" 우리는 이 보석상자가 필요하다. 감각은 아무리 좋아도 잠시, 보석의 빛은 영원하다. 그 꿈이 있어 우리는 하루를 버틴다. 사람은 '영원'을 (마음의 보석상자에 담아 두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보석상자다. 피타니의 보석상자 안에는 저마다의 꿈이 있다. 그 꿈은 한낱 허영이 아닌 영원을 향한다. - p.262


브랜드는 편집이다. 편집되지 않은 정보, 누군가를 통해 필터링되지 않은 정보는 스팸, 쓰레기 정보에 불과하다. 갈리마르 출판사는 인쇄혁명과 시민혁명 이후 정보 과잉의 시대에 독자적인 편집을 통해 의미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이제는 우리에게 찾아온 디지털 정보 과잉의 시대, 어느 누가 진정한 편집자가 될 것인가?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편집을 시도해야 할 현대의 갈리마르인 것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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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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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의 세계


 움베르토 에코하면 절로 떠올려지는 작품이 <장미의 이름>(2002,열린책들)이다. 몇 번을 읽으려고 해도 자꾸만 튕겨져 나가는 덕분에 책을 읽다, 읽다 덮어 버렸다. 그렇게 그와의 만남을 뒤로 하고 학회나 간담회에서 발표하거나 잡지로 묶었던 것을 모은 <적을 만들다>(2014,열린책들)를 읽기도 했지만 그의 책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의 이름 앞에 붙어 있는 많은 수식어들이 그가 얼마나 넓은 저변을 갖고 다채롭게 글을 써오고 있는지 알았던 터라 그의 책이 진입장벽이 높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책만은 항상 내공을 갖은 후에 읽어야지 하고 뒤로 미루고 있었기에 한 번도 그가 책을 내고 동시적으로 그에 대해 찾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잃어 버렸다. 그의 마지막 소설<제0호>를 받아들고서야 그간 읽지 못했던 그의 책을 조금 더 열심히 읽어볼 걸 하는 후회가 남았다.


더 이상 그가 써내려간 책을 다시는 볼 수 없는 숫자 '0'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매체가 TV에 나오는 3사 방송의 뉴스가 큰 비중을 차지했고, 아저씨들의 손에는 늘 가판대에 팔고 있는 신문만이 세상을 볼 수 있는 창구였다. 커다란 신문을 펼칠 때면, 신문 주인을 제외하고 옆에서 앞에서 활자를 향해 눈길이 가곤 했다. 그때만 해도 거기에 담긴 뉴스만이 '진짜'인줄 알고 살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매체로 펼쳐진 정보의 늪은 더 이상 진짜와 가짜뉴스 사이에서 진실을 찾기마저 어려워졌다. 3사의 뉴스 대신 종편방송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뉴스를 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패널들이 입김으로 전해지는 뉴스들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쪽, 저쪽 귀를 기울이고, 다른 방송을 보기도 하고, 뉴스 기사를 찾아 보지만 이마저도 누군가의 손에 뽑혀진 헤드라인 뉴스여서 실상 사건의 중심으로 나아가기는 쉽지 않았다.


<제0호>는 그런 우리들의 실상을 과감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간이 갈수록 매체를 통해 사건을 볼 수 이쓴 입구는 넓어졌지만, 누군가의 사견이 들어간 사건은 그때부터 '본질'이 흐려진다. 갑을논박 사이로 있지 않는 사건이 야기되고, 그로 인해 퍼져버리는 소문들은 안개낀 미로처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제 0호>는 <장미의 이름> 보다는 수월하게 읽힌다. 1992년, 이탈리아에서 큰 스캔들이 퍼지고, 부패청산을 하겠다는 물결이 넘나들고 있었다. 독일어 번역을 하거나 소년의 과외를 하거나 출판사를 기웃거리며 원고를 읽고 의견을 말해주는 등 다양한 글쓰기를 하며 살고 있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창간을 앞둔 신문사인 '도마니'의 연락을 받게 되고, 그는 창간되지 않는 예비 판을 쓰기 위해 달려든다. 엄청난 사건의 파장을 생각해 주필의 대필작가로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그는 손을 내민다.


그러면서 마주하는 기자들의 기사와 글을 통해 찾아든 권력을 가진자들의 이야기는 이보다 더 깊고 부패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진실을 찾아서 날카로운 펜촉으로 사람들의 심장을 꽂기 보다는 원색적인 기사를 싫기 위한 방법을 강구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의 시작점이 아닌 그것들을 감추기 위해 자꾸만 품어내는 매연이 가득든 글들이 세상에 가득차 있었다. 움베르토 에코는 가짜 뉴스가 세상 속에 얼마나 깊이 파고 드는지 과감없이 보여준다. 뉴스를 볼 때마다 가짜뉴스, 가짜뉴스 하지만 그것이 실제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많은 이들이 놀랍게도 '그렇다더라'하면서 믿어버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사건의 본질 속에서 길을 잃고 다른 영역에서 개미다리를 긁듯 긁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곤 한다. 막대한 자본력과 조직력으로 진실의 눈을 감게 하고, 그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건의 흔적 조차 지워버린다. 무엇이 진짜일까, 거짓일까 하는 논의 조차 힘들만큼. 진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언론을 봐야 하는지 움베르토 에코는 작품을 통해 이탈리아의 부패한 이들을 꼬집고 있다. 심심한듯 그 무엇도 애착이 지워지지 않는 콜론나의 성품이 사건을 행해 나아가면서 점점 더 진한 색을 띄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매체는 더욱더 많아지고, 사람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 사람들의 편향적인 시선이 주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비단 이전의 이탈리아의 문제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소설 속 세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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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 일본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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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유신의 비밀


 우리가 흥선대원군으로 하여금 쇄국정책을 벌이고 있을 때,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막부 시대를 물리치고, 신문물을 받아들여 일본의 경제를 발전 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시기라 배웠다. 그래서 늘, 우리나라 경제를 이야기 할 대 우리는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있어 소극적이고, 일본을 메이지 유신을 겪으면서 우리보다 150년은 앞서서 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배우곤 했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의 일본의 역사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이전에도 우리는 그들의 침략을 막을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고, 통신사를 파견해 그들의 동태를 살펴보라고 했으나 서로 나뉜 파벌 싸움에 두 사람이 보고 온 것도 각각이었고, 그들이 보고 온 선택을 한 것도 우리였다. 안일한 생각이 생각지 못한 전쟁을 맞이했고, 우리는 큰 피해를 입었다.


메이지 유신이 150년을 맞는 2018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는일본이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였던 메이지 유신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조용준 작가의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2011,컬처그라퍼), 유럽 도자기 여행 서유럽편(2016,도도)에 이어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를 읽고 있는데 이전에 만났던 두 책 보다 훨씬 더 깊은 사견과 역사의 면면에 대해 밀도가 깊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방대한 자료 조사와 함께 그림, 사진, 판화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문화를 눈으로도 깊이 감상 할 수 있도록 자료들을 수록해 놓아 보는 이로 하여금 숨겨진 역사의 일면을 찾아보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근대화의 발판으로 여겼던 메이지 유신의 민얼굴을 실상 군대와 몇몇 자산가들의 배를 불렸을 뿐 실제 일본의 국민에게는 부담을 지어주었을 뿐, 그들의 생활을 녹녹치 않았다. 유학을 금했던 시절, 목숨을 걸고 밀항을 하여 일본을 넘어 상하이로 건너가는 배에 조슈 번주 모리 다카치카의 명을 받고 영국으로 가는 배에 다섯 번사가 타고 있었다. 그들은 일본인 최초로 유학을 경험한 이들이며 그들의 유학은 곧 일본의 문물을 발전 시키는데 밑바탕이 된다. 그들을 각각 다른 분야에서 서양의 문물을 갖고 들어와 일본 공학부를 창설하고, 화폐를 독자적으로 주조하거나, 일본 철도를 건설하는데 있어 근간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첫 시작은 우리에게 우리의 임진왜란과도 상관이 있고, 아이러니 하게도 활발하게 일본 근대를 태동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돌로 조슈, 사쓰마, 사가의 번은 임진왜란을 일으키는데 있어 가장 적극적으로 출병을 시킨 번이기도 하다. 그들이 조선으로 침략해 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우리의 국민을 포로로 데려간 일이고, 그 중에서 사기장을 가장 많이 데려갔다. 그들이 지난 유학 때 그들을 도와 주었던 이들이 사실은 영국의 유명 기업인들이다. 자딘 매디슨 상회와 영국 무기상 글로버가 배후에 있어 그들을 움직였고, 그것이 결국 우리에게 화살로 돌아간다.


무엇보다 문물이 개방되면서 함께 전파되는 종교이며, 예수회 신부 조반니 니콜로가 그린 오다 노부나가의 초상은 처음 마주 한터라 기분이 새로웠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어지는 역사의 중요한 전투를 통해 그들은 각기 세력을 넓히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의 전투를 통해 일본이 써왔던 고전적인 무기를 바라볼 수 있는 시기였다. 전술이나 무기를 통해 그들은 다른 나라의 침략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이 내부의 문제가 아닌 누군가의 입김을 통해 시작된 것이라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카모토 료마는 단순히 시대를 타도하는 얼굴 마담이었을 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달리 메이지 유신의 의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랐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배웠던 일본 역사의 단면적인 지식이 얼마나 무지했다는 것을 책을 통해 깊이 깨닫게 되었다. 싫어하는 것을 넘어 진짜 일본을 알아가는 것이 일본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싶다. 그들에 의해 발생되고, 탄생되는 무엇이 그들의 의지라기 보다는 뒤에서 수반되는 손들에 의해 일어나고, 그것으로 하여금 체제가 변환된다. 이로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그들을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일본이 보여주지 않는 그것, 그것을 조용준 작가는 틈입해 들어와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의미를 두 손 가득 내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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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니시다 데루오 지음, 최윤영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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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홀로서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일흔의 나이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려는 남자가 있다. 오랜 세월 안과의로 살아왔고, 강연과 출장으로 힘든 점 없이 아내의 내조로 편안하게 생활해 왔던 니시다 데루오는 암으로 아내를 잃고 홀로 살아간다. 1년간 아내가 투병하면서 그녀가 남겨놓은 편지와 소소한 정리들을 해 놓았음에도 데루오는 한몸같이 그의 생활에 맞게 모든 것을 준비해준 아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홀로 남아 집안일을 하려고 해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어 물건을 찾아다니기 일쑤였다. 그렇게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집안에 어디에 무엇이 수납되어 있는지를 파악했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행하는데 있어 손쉽게 해결되었던 일이 아내의 부재로 인해 모든 것이 마비 되었다. 옷을 입는 것에서 부터 출장이나 학회를 가기 전에 입어야 하는 와이셔츠며 아침 식사, 저녁준비, 쓰레기 분리수거, 은행 업무등 최대의 난관으로 다가왔다. 사랑하는 아내가 쓰던 유품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텅 비었을 순간에도 그가 맞닥뜨려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내에게 말을 하지 않아도 척척 자신에게 주어졌던 것들이 사실은 아내의 배려였고, 사랑이라는 것을 그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알게된다. 혹, 자신의 빈자리가 느껴지면 남편이 길을 잃을까 싶어 주변의 많은 이들에게 남편을 부탁하고, 자신의 컴퓨터로 힘을 다해 편지를 남긴다. '당신은 아직 해야 할 사명이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곳곳에 묻어나듯 남편은 아내가 떠난 후 밀려드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뚫어 내고 노년의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집안일을 하면 할수록 자꾸만 밀려드는 집안일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아내가 했던 배치를 바꿔 자신의 동선에 맞게 다시 맞춰 나간다. 꾸역꾸역 밀려드는 쓰레기와의 전쟁도 시작되고, 아내가 정성스레 챙겨주던 식단도 바뀌어 있는 대로 차려 먹거나, 조리하기 쉬운 음식으로 먹고 나갔다. 가전제품 사용법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과 건전지 교체, 다리미질, 지인들과의 연락등 그야말로 자신이 하는 일을 제외하고 오롯하게 집안일을 홀로 해야 하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그는 이전에 한 번 가정을 갖고 있다가 전처 사이에서 세 아이들과의 사이가 이혼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고, 아내 역시 전남편과 사별했다. 그 사이에 아이들이 있었지만 두 사람이 재혼하면서 아이들과의 연락이 소원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로서 함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로서 오랜 세월 함께 지내왔다. 자궁경부암을 진단 받고 치료를 하는 시간 동안 아내는 남편에게 많은 것을 가르쳤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미처 손 쓸 수 없었던 것들을 니시다 데루오는 하루하루 경험하고 있었다. 홀로 살아가는 시간동안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 너머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홀로서기와 곁들여 그의 다채로운 감정을 소회로 담은 책이기도 하다. 그는 홀로서기에 대해 중년에 한 번 사십대 후반의 나이에 이혼을 한 후 경험했으나 그때는 젊은 나이로 모든 것이 나름 활기차게 홀로서기가 된 반면 20년이 지난 후에 홀로서기는 배우는 것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중년의 산문집이기도 하지만, 홀로서기에 대한 부분에 많이 공감이 되었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함께하고 있지만 엄마에게 때로는 남편에게, 아내에게 내가 생활하는 것들을 온전히 맡기는 것은 당장 몸과 마음이 편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그만큼 스스로 할 수 있는 줄어드는 것과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몇 달 전에 읽었던 존 그레이의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넘어서>의 인용문으로 쓰였던 예언자의 문구가 귓가에 어른 거렸다. 인간에게 있어 누구나 홀로서기를 해야 하지만 때때로 본분을 잃게 마음이란.


그는 서서히 홀로서기를 하면서 혼자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터득하고 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내가 만난 사람들이 곧 나의 인생이었음을 기억하고,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즐겁게 살며, 설렘을 포기하지 말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늘 대비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요즘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다보니 서로 집안일을 나누어 하는 집들이 많지만 이전 세대에서는 대부분 밖의 일은 남편이 집안 살림은 아내가 모든 일을 전담했다. 그러다 보니 노년의 시간으로 접어들었을 때 남편은 아내의 손을 빌려 했던 모든 것들을 하지 못 할 때가 많이 있다. 혼자 밥을 해먹는 것부터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초래하게 된다. 시공간을 떠나 홀로서기란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시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필요하다. 지금 이순간부터도.


함께하는 자리에 공간을 두라. 두 사람 사이에 천상의 바람이 춤추게 하라.(···) 함께 서 있으되, 너무 가까이 붙어 있지는 말라. 신전 기둥은 서로 떨어져 있고,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는 서로의 그늘에서 자라지 않으니.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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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나 많은 쓰레기를 내놓는 일이구나'하고 이상하게 감탄했습니다. - p.64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입했을 때만 해도 거실은 아무것도 없는 살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내와의 추억을 이야기할 장식품으로 넘쳐나지요. 언제 샀는지, 어디서 구했는지 장식품 하나하나가 아내와의 추억을 말해줍니다. 종종 유리컵이며 꽃병들을 빠짐없이 바라보며 그걸 사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이런 물건도 내가 죽으면 남겨진 자에게 잡동사니에 지나지 않겠지요. 추억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내 마음속에 존재할 뿐 입니다. - p.68


태어날 때 알몸에 빈손으로 왔으니 죽을 때도 빈손이어야 하지 않을꺼 생각합니다. 기념이나 증표로 소중하게 여겼던 많은 메달과 상장도 인생의 이 단계에서는 별 의미가 없구나 싶습니다. 눈을 감을 때는 아내와의 즐거웠던 추억이 다긴 사진 몇 장만 있으면 충분할 테니까요. - p.69


부끄럽게도 일흔이라는 나이가 돼서야 처음으로 현금 자동입출금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 p.86


혼자가 됐다는 쓸쓸함과 공허함으로 한동안은 행동이 지극히 무뎠는데 늦으면 늦을수록 오히려 일이 힘들어집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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