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문학 - 잠재된 표현 욕망을 깨우는 감각 수업
김동훈 지음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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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몸에 배면 취향이 된다.


 오래 전 한 채널에서 '명품의 탄생: 스캔들'(Trend,2013)이름으로 방송을 한 적이 있다. 박지윤 아나운서와 패션에 관계된 여러명의 패널이 나와 한 주에 한 개 혹은 두 개의 명품을 소개했다. 명품의 역사와 명성에 걸맞게 그것을 이끌어 가는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워 채널을 돌리다 방송을 보게 되면 몇 번이나 앉아서 보곤 했다. 명품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하면서 소비를 하는 구매자가 있을까 싶지만 우리는 명품의 가치 보다는 누군가로 보여주기 위함의 '과시욕'으로 자신의 감각을 드러낸다. 그러나 저자는 "접촉과 배치를 통해 특정 방향으로 향하던 '욕망'이 몸에 배면 취향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책은 총 6부로 나누어 정체성을 시작으로 감각과 욕망, 주체성, 시간성, 매체성, 일상성으로 나누어 브랜드를 소개한다. 각각의 브랜드는 어떤 표식을 드러내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그들의 물건임을 알아차린다. 기존에 있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떠나 사람들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을 반대의 개념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감각을 깨운다. 허먼 멜빌의 <모디 딕>에서 1등 항해사인 스타벅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스타벅스는 로고 마저도 사람의 마음을 마구 홀린다는 '세이렌'을 차용하여 쓰고 있다.


그들은 각각 자신을 드러내는데 있어 색채와 취향, 이질적인 매력으로 사람들의 욕망에 불을 지른다. 백화점 한 켠에 수 놓은 많은 브랜드들이 저마다 색을 더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값비싼 가방과 옷들은 의식주를 대변해주는 물건이 아니라 가치이고, 그 가치를 소비함으로서 우리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감각과 욕망을 드러내곤 한다. 무엇보다 <브랜드 인문학>은 브랜드의 가치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가 무엇을 드러내려 하는지를 섬세하게 설명해준다. 질 들뢰즈의 철학과 문학, 시, 예술, 역사등 그들이 표상한 감각의 본질을 더 면밀하게 들어간 책이다. 눈을 반짝이며 우리가 소비하는 브랜드에 관한 이야기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하고 책을 펼쳤으나 생각보다 더 깊은 이면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질 들뢰즈라는 철학자의 철학을 깊이 이해해야 하고, 저자가 다방면으로 보여주고 있는 예시를 이해함으로서, 보다 그들의 철학이 깊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졌지만 시공간을 떠나 보여지는 문학작품들과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감각의 이면들이 흥미로웠던 책이다. 다만, 많은 책들을 소개하면서 마치 PPL처럼 차용되는 민음사의 브랜드와 책들이 눈에 콕하고 박힌다. 인용문이 좋거나, 모르는 저자나 책이 언급되면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찾아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같은 경우에는 콕하고 집어 넣어 준다. 좋은 점도 있지만 대놓고 보라는 식이어서 오히려 아쉬운 느낌도 든다. 그럼에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감각의 이야기를 브랜드 하나하나 마다 만날 수 있었던 책이었다. 그들의 시작과 지금까지 만들어온 역사 뿐만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철학의 면면을 이해하면서 우리는 어떤 취향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를 무의식적으로 잘 보여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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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란 인간의 '토대'와 같은 것이다. 우리가 일어나 서도록 땅이라는 투박한 현실과 맞닿는 인간의 여린 살갗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것이 구두다. 다른 사람들은 발에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어느 시대, 어떤 당을 막론하고 제화공들만은 발바닥의 여린 살갗에 세심했다. 그래서 제화공들은 구두라는 인간의 '토대'에 발이 상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으며, 그 마음으로 사회라는 더 큰 구두 속에서도 우리가 편안하기를 목 놓아 외쳤던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의 지문, 인간의 무늬(인문)를 지녔던 것이다. - p.185


우리의 감각 중 후각을 통해 얻게 되는 "햇빛에 타는 향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기에" 우리는 이 보석상자가 필요하다. 감각은 아무리 좋아도 잠시, 보석의 빛은 영원하다. 그 꿈이 있어 우리는 하루를 버틴다. 사람은 '영원'을 (마음의 보석상자에 담아 두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는 보석상자다. 피타니의 보석상자 안에는 저마다의 꿈이 있다. 그 꿈은 한낱 허영이 아닌 영원을 향한다. - p.262


브랜드는 편집이다. 편집되지 않은 정보, 누군가를 통해 필터링되지 않은 정보는 스팸, 쓰레기 정보에 불과하다. 갈리마르 출판사는 인쇄혁명과 시민혁명 이후 정보 과잉의 시대에 독자적인 편집을 통해 의미 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이제는 우리에게 찾아온 디지털 정보 과잉의 시대, 어느 누가 진정한 편집자가 될 것인가? 바로 우리가 일상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편집을 시도해야 할 현대의 갈리마르인 것이다. - p.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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