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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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환경이 바뀌면, 분명히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13)

  우리는 이제부터 완전한 소시민으로 비약할 것이다. (31)

  뭐, 그거다. 버릇은 하루아침에 고치지 못한다. …… 내일부터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294)

 

  이 책은 한 마디로 고바토 조고로와 오사나이 유키의 소시민 되기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영악한 여우였던 소년 고바토 조고로와 고독한 늑대라고 할 수 있는 소녀 오사나이 유키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자신들의 내면을 숨기고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한다. 오사나이는 숨고, 고바토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방법을 통해 소시민이 되겠다고 마음먹지만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말이다.

  책을 읽어보면 소시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매우 많았다. 적어도 그들이 소시민이 되려면 텔레비전에 출연해서도 안 되지만, 남의 업무를 방해해서 원망을 사서도 안 된다. 풀고 싶은 수수께끼나 흥미 있는 사건에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되며, ‘고상하다와 같은 힌트가 될 만한 단어에 대해 꼼꼼히 파헤쳐 들어가서도 안 된다. 언제나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야 하며, 부조리를 흘려 넘겨야 한다. 억울함을 참아 낼 줄 알아야 하며, 자신의 감정을 하소연해서도 안 된다. 자신을 괴롭힌 사람들에게 복수심도 품지 말아야 하고, 그 누구에게도 원망 살 일을 하지 않으면서 규범을 저버리거나 어겨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갑갑함을 견디지 못해 튀는 일을 해서도 안 되며, 그저 현실에 만족한 채 눈에 띄지 않게 수수한 나날을 보내기를 하루하루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고 보니 소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결국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소시민으로 살아가기로 다짐한 것을 비웃듯 많은 일들이 두 사람 주위에서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소시민이 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고바토와 오사나이는 자신의 옛 습관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이런저런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의 일에 말려든다. 사람의 결심이나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듯 말이다.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 사건이란 상큼한 제목만큼 고바토와 오사나이, 그리고 정의로운 겐조가 사건을 추리하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은 귀엽고 재미있다. 무시무시한 살인사건이나 미궁에 빠진 불가사의한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소소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난다. 그것이 코코아를 맛있게 타는 방법이나 수수께끼를 내기 위해 고등학생이 그린 그림의 가치를 알아내는 등의 일일지라도 문제를 풀어나가는 세 사람의 모습만큼은 진지하고 흥미롭다. 이미 소시민이 되기는 물 건너갔지만. 이렇게 똑똑하고 순수하며, 친구들의 문제에 같이 고민하고, 봄철 한정으로 나오는 딸기 타르트를 먹을 생각에 두 눈을 반짝거리며 흥분하는 아이들이 과연 소시민이 될 수 있을까.

 

  소시민이 되고자 했던 고바토와 오사나이의 마음은 소중하다. 자신들의 재주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상처와 고통을 받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알았으니까. 아마도 두 사람은 소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소질이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잘못된 행동을 고치고 다르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반성과 후회 없이 소시민처럼 살아가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게 만든다. 고바토와 오사나이에게 소시민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것을 잘도 해내고 살아간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우리가 혹시나 누군가의 봄철 한정 딸기 타르트를 빼앗아 가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약간은 용감한 소시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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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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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윤재가 세상을 만나는 통로 - 엄마와 할멈

 

언제나처럼, 무표정하게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 윤재는 자신의 눈앞에서 폭행당하는 사람을 보고도 감정의 기복이 없다. 그런 윤재를 지키기 위해 엄마는 사람들에게 반응할 수 있도록 감정교육을 시킨다. 웃어야 할 때, 찡그리고 미안하다고 말할 때, 고맙다고 해야 할 때 등등 말이다. 자신을 우리 예쁜 괴물이라 부르는 외할머니와 엄마는 윤재가 소통하는 유일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그를 괴물이라 부르고 손가락질 했지만, 윤재는 늙지 않는 뱀파이어와 거인 할머니틈에서 쑥쑥 잘 자라났다. 그랬던 윤재의 세상이 크리스마스이브 날, 하늘에서 내리는 눈송이처럼 한 순간에 모두 사라졌다. 이제 윤재가 스스로 세상과 소통할 차례이다.

 

2. 윤재가 만난 세상1 - 곤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부른다. 그런 윤재 옆에 또 다른 괴물이 찾아온다. 곤이. 혼수상태에 빠진 아줌마를 위해 아들 노릇을 한 것 뿐 인데 윤재 앞에 아줌마의 진짜 아들이 나타났다. 부모를 잃어버리고 보육원을 떠돌았던 곤이는 윤재가 자기 대신 아들 노릇을 한 것을 알게 되고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윤재는 곤이의 공격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곤이와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윤재는 마치 샴쌍둥이 같다. 둘은 반 친구들 몰래 친한 친구가 된다.

 

3. 또 다른 세상2 - 도라

 

육상선수를 꿈꾸는 소녀 도라는 윤재에게 꽃과 향기, 바람과 꿈을 알게 해주었다. 곤이와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도라로 인해 윤재는 점점 자신의 변화를 인지해 간다. 빠르지는 않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달라져 가면서 윤재의 아몬드는 깨어나기 시작한다.

 

4. 세상과 또 다른 세상이 만나 변화를 꿈꾸기 시작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윤재는 곤이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그것은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아무런 두려움도 아픔도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고 싶어 했던 곤이에게 윤재는 말했다.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윤재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몬드를 갖고 태어난 이유가 분명히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윤재와 곤이는 그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윤재의 아몬드가 자랄 수 있었던 것은 너무 감정이 풍부해서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곤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5. 감정 표현 불능시대, 진짜 감정을 배우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를 통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던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영원히 그 상태로 머무는 것은 아니다. 윤재에게 반응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엄마와 할멈처럼, 아픔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던 곤이와 도라처럼 우리도 서로에게 사회를 깨우고 자각하게 만드는 노력을 해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던 촛불집회와 숨죽여 지켜보았던 세월호 사태, 대통령 탄핵 등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고 그 아픔에 대하여 함께 애도하고 바꿔 나가려는 노력 속에서 조금씩 깨어나는 우리의 아몬드를 발견하게 된다.

 

6. 속도감과 흡인력 있는 문장, 구성 및 내용

 

작품의 첫 장을 넘기고 나서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그만큼 문장과 구성, 내용면에서 속도감 있고, 흡인력도 뛰어나다. 청소년 소설이라서 그런지 끝부분이 여운을 남긴 채 해피엔딩을 암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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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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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에 가서 풍경소리를 들으라고 서경이가 말했다.

힘들고 지친 사람은 혼자 일어서기 힘들다.
누군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든 말이든 건네야 한다.

‘나‘는 엄마의 죽음과 고양이 상철의 울음소리로 인해 괴로워하다 서경의 말을 듣고 성불사에 찾아간다. 이제 그 곳에선 다시 또다른 이들이 말과 음식을 건넨다.
오직 된장으로만 기가막힌 맛을 낸 음식들을 내놓으면서 묻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어디로 가십니까?


삶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답이 아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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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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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고 난 후 느꼈던 감정은 좌절감과 우울함, 질투 그런 것이었다. 현직 판사로 일하면서 소설 <미스 함무라비>를 쓴 문유석씨를 보니 문학을 전공하고 소설을 쓰겠다며 매일 노트북을 열고 닫는 내 자신이 상대적으로 작고 게으르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바쁘신 분이 어떻게 시간을 내서 글을 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 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것은 수확이다. 솔직히 판사에 대한 선입견은 크게 깰 것이 없다. 처음부터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보통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보더라도 판사들이 하는 역할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대사나 표정도 비슷해서 검사나 변호사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평상시 삶 속에서 진짜 판사를 본 적도 없다. 나에게 판사란, 어려운 공부를 통과한 똑똑한 사람들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재판에서 판결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내 삶에 그다지 영향력을 끼치지 않는 그런 존재였다. 한마디로 판사란 물 같고 공기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판사들의 삶에서 동질감과 위로를 얻었다. 책을 다 읽어 내려가는 동안 머릿속에 그려진 판사들의 모습은 법복을 입고 재판을 하는 장면이 아니라 늦은 밤까지 높이 쌓여 있는 A4용지를 넘기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거북목이 되도록 기록을 읽고 또 읽는 것이었다. 좁은 공간에서 혼자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쓰는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그것이 왜 위로가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 기록은 판사 소유의 물건은 아니다. 오히려 판사의 삶을 소유하고 있는 물건인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판사의 삶이란 기록을 보는 삶이다. 판사가 보는 기록은 타인들의 삶, 그중에서도 갈등, 분노, 의심의 장면들을 기록한 것이다. 그것도 객관적인 제3자가 아니라 갈등의 당사자 각자가 자기 시각에서 바라본 모습들을. 정말로 기록된 것이 맞는지도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 판사의 삶은 이런 의미의 기록 더미 속에서 진실의 희미한 흔적을 찾아가는 일상의 연속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소품 역시 기록이다. 136~137

 

  글을 쓰는 사람들의 삶도 판사와 매우 비슷하다. 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쓴다는 것에 차이가 있겠지만 사람들이 겪는 갈등, 분노, 의심, 미움, 눈물 등 삶의 희로애락이 집약적으로 들어있고, 그것을 생각하며 문장과 문장사이에서 고민한다. 그 모습이 매우 흡사해서 놀랐다. 그 기록 안에는 타인들의 문제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도 들어있고, 그것들이 한데 섞여서 힘들게 할 때가 종종 있을 것이다. 어떤 기록이든 글이란 보편적인 인간의 본성을 닮고 있으니까. 박판사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정작 판사가 되어 사건 기록을 보는데, 자꾸만 말을 걸어와요. 기록 속의 사람들 이요. ” 193

 

  판사들이 객관적인 사실과 판단을 바탕으로 최대한 정확하게 판결하기 위하여 골무가 닳도록 기록을 본다는 말에 진심이 느껴졌다. 기록된 문장과 문장사이 행간 속에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고통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해석과 놓쳐버린 문장 하나가 다른 사람의 인생에 어떤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게 될지 모르니 매일 밤 판사들은 판결에 관련된 수많은 기록을 읽고 또 읽으며 검증해 나갈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법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하다. 인간 본성의 선한 양심이 발휘되어 법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당사자끼리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억울하고 원통한 일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그때마다 법원을 찾는 사람들은 넘쳐날 것이다. 법 앞에 서서 가난하고 힘이 없는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고, 때로는 억울한 판결을 당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누군가의 기록을 읽고 토의하며 판결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판사들이 다수를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법조인이든 일반 국민이든 우리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누구라도 억울한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재판에 참여했던 노인의 외침처럼 말이다.

 

안 됩니다! 더 합시다! 우리 처음부터 다시 토론합시다! 사람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문제 아 니오.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힘 닿는 데까지 토론합시다. 그게 도리 아닙니까.” 360

  모든 판사들이 기록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찾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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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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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 위안과 고통을 동시에 주는 술~
그 술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는 그냥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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