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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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상

빅토르 위고 |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469

항상 이 책을 볼 때면 '왜 제목이 웃는 남자일까?'라는 의문이 함께 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 나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절로 욕이 나왔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 걸까?

"왜 웃느냐?"

"웃지 않아요."

"웃지 말라니까!"

"웃지 않아요."

우르수스의 온몸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심한 전율을 일으켰다.

"너는 웃고 있어, 분명해. 누가 너에게 이런 짓을 했어?"

p.254

왜 웃냐는 질문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아이, 언제부터 이렇게 웃었냐는 질문에 항상 이랬다고 대답하는 아이. 그의 담담한 대답에 더 마음이 아파온다. 귀밑까지 찢어지도록 벌어지는 입과 저절로 접혀 눈까지 닿는 귀, 점잖은 태 부리는 사람이 안경 흔들거리게 하기에 적합한 보기 흉한 코, 바라보면 그 누구라도 웃지 않고는 못 배기는 얼굴. 정말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든 것일까?



흉측하고 기이한 떠돌이 집단, 콤프라치코스. 그들은 아이들을 사기도 하고 팔기도 하는 어린아이 장사를 하는 집단이다. 웃기를 원하는 백성들과 왕이 있었기에 거리의 광장에는 곡예사가 있어야 했고 왕궁에는 어전 광대가 있어야 했던 그 시절, 콤프라치코스는 단지 웃기 위해서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어 이용하던 집단이었다.

반듯한 아이보다는 꼽추 또는 난쟁이들이 더 큰 즐거움을 준다는 이유 하나로 인간의 유년기 때 멀쩡한 인간을 데려다 미숙아로, 멀쩡한 짐승의 낯짝으로 변형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압축해 성장을 억제했다. 즉, 자신들이 원하는 용모대로 빚은 것이다.

실제적으로 약 17세기 귀족들 사이에서 기형적인 생김새를 지닌 사람들을 오락거리 삼아 애완용으로 비싸게 사고파는 것이 유행했었고, 기형인 사람의 수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형보다 더욱 괴기스러운 외형을 바란 귀족들은 콤프라치코스에게 아이를 납치해 기형으로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고, 콤프라치코스는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으로 만든다.

이처럼 주인공 또한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고 곡예사로서 키워져 이용당한다. 그러다 윌리엄 2세가 콤프라치코스를 엄하게 다루면서 아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고발당하고 자신의 아이임을 증명 못하면 벌을 받는다는 이유로 버려진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그의 얼굴에 웃음을 영원히 고착시켜 놓아 불가피한 웃음을, 영원한 웃음을 가지게 된 남자 그윈플레인울고 싶어도 고통스러워 찡그리고 싶어도 그는 웃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웃지 않는다. 그저 그의 얼굴이 웃을 뿐.

그런데 웃음이 기쁨의 동의어일까? p.391




1,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웃는 남자 상」. 맨 처음 예비 이야기에 등장했던 우르수스가 추후 버려진 아이와 연결되며 본격적으로 웃는 남자의 이야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전에 거쳐야 할 산이 높다.

잉글랜드의 공화 체제하에서 일어났던 많은 비정상적인 일부터 시작해 찰스 2세, 제임스 2세, 윌리엄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시대가 이어지며 클랜찰리와 그의 사생아 데이비드 경, 여 공작 조시언의 이야기가 자세하게 풀어진다. 그것도 버림받은 아이가 눈 폭풍을 헤매며 길을 떠나는 여정에 눈에 묻혀 죽은 여인 곁에 울음을 터트린 갓난 여자아기를 구하고 드디어 도시에 도착해 우르수스를 만나자마자, 이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말 감질나게 이야기 사이사이에 보여주던 주인공 이야기. 그래서 더 현기증 나게 궁금했던 이야기. 그렇다고 다 건너뛸 수도 없는 이 이야기. 그 주인공 아이가 너무 궁금해 속도를 내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만난 소름 끼치던 마지막 대사.

"저의 권태감을 씻어 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아니에요."

"그 권태를 치유할 방법은 오직 하나요."

"어떤 방법인데요?"

"그윈플레인." p.390

그리고 바로 이어지던 주인공 이야기.




우르수스와 늑대 호모에게 어느 날 찾아온 남자아이와 여자 아기. 그는 불평을 하면서도 그들을 기르고 꾸지람을 하면서도 그들을 먹여살렸으며 남자아이에겐 '그윈플레인', 여자 아기에겐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아름답게 성장한 소경이었던 데아. 그녀에게 그윈플레인은 구원자였고 안내자였으며 남편이었다. 그리고 데아는 그윈플레인에게 사랑과 다정함의 존재로 서로 각자에게 없는 것으로 상대방을 지탱하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어주는 완벽한 한 쌍이 된다.

우르수스는 기형을 가진 그윈플레인에게 철학과 지식 등 온갖 치장물로 가득 채워주며 철인이 돼라 말한다. 그리고 지혜롭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는 것을 함께 가르친다. 그렇게 우루수스에게 가족이, 딸과 아들이 생겼으며 그들에게 아버지가 되고 늑대 호모는 숙부가 된다.

후에 그가 사람 앞에 나설 준비가 되었을 땐 함께 공연을 했고, 그윈플레인의 기형으로 점점 더 많은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유해져 갔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웃는 남자로 유명해진다. 그리고 런던으로 가야지라는 우르수스의 말과 함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들이 행복을 느낄수록 권태를 치유할 방법으로 웃는 남자를 언급한 데이비드 경의 대사가 계속 생각났다. 그리고 그들의 행복과 함께 불안한 감정 또한 함께 커져갔다. 아이와 우르수스의 첫 만남에선 소름이 돋았고 츤데레 모습을 보이던 우르수스로 인해 웃었으며 예상치 못한 전개가 주는 즐거움에 푹 빠져 읽은 웃는 남자였다. 특히 웅장하면서도 치밀한 묘사 그리고 마음을 간지럽히는 운율마저 느껴지는 필력이 좋았다.

자신의 기형으로 괴로워하기 보다 자신을 보러 온 낮은 계층 사람들을 걱정하고 자신이 해줄 것이 없는지 고민하던 그윈플레인과 추한 자신을 떠날까 봐 자신의 외모에 대해 고백하던 그에게 추하다는 것은 악을 행한다는 뜻이라고 말하던 데아. 그들의 앞 날이 그려질 웃는 남자 하권. 제발 불행하지 않길 바란다.

그윈플레인은 자신의 얼굴을 아폴론의 얼굴과도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괴물이라는 것이 그에게는 행복의 형태였다. p.447

웃게 한다는 것은 잊게 한다는 것이다. 망각을 나누어 주는 사람, 이 지상에서는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가!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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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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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고 불리던 그 아이의 이름이 초반부에 등장했던 우르수스에 의해 그윈플레인. 그리고 아이로부터 목숨을 건진 여자 아기 데아. 그들이 성장하고 부를 얻는 과정을 그린 이번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보다는 그 시대의 상황이 그려진 이야기가 더 많았던 상편이었다. 그래서인지 계속 이 아이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더 뒤로 넘기기 바빴다.

서로에게 구원이 되어주는 그윈플레인과 데아가 그저 지금처럼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데이비드 경의 권태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그윈플레인을 이야기 한 대사 때문에 불안감이 든다.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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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명장면 200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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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자의 작품을 명장면으로 만날 수 있다니. 정말 뜻깊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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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깊이 읽기 - 종교와 과학의 관점에서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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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로 접한 도스토옙스키 저자, 저자에 대해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검색을 하며 알아보던 찰나 만나게 된 책이에요. 그의 작품에 대해서 여러 해석을 만날 수 있다니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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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2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6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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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 2권

도스토옙스키 |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세계문학 / p.568

지상낙원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어느 정도 낙원을 기대하시는군요. 낙원은-얻기 힘든 것이에요, 공작,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얻기 힘들답니다.

p.39

인간은 선과 악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선과 악은 자신의 선택이나 가치관 또는 자신이 처한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그 정도의 차이를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이 주관적인 개념을 한쪽으로 완벽하게 분리해 나눌 수 있을까?

아름다운 사람을 긍정적으로 그려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도스토옙스키 저자는 므이쉬킨 공작을 이 책 「백치」에서 절대 선으로 표현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스도적 인물로 그려지는 공작은 연민으로 가득한 본성을 가지고 있고 사랑하는 아글라야가 아닌 사랑하지 않지만 불행한 나스타시야를 선택하는 모순을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은 본인뿐만 아니라 두 여자와 로고진을 파국의 길로 안내하는 결과를 낳는다.

또한 공작의 선함이 우유부단함과 나약함으로 나타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결국은 공작이라는 인물 한 명으로 모든 사건이 발생할 정도이다. 정말 저자가 아름다운 사람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당신은 참으로 보기 드문 분입니다. 다시 말해, 한 걸음 뗄 때마다 거짓말을 해대는 사람이 아닐뿐더러, 아마도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을 분이거든요.

p.91

백치라며 무시하던 사람들이 정작 공작의 순박함에 기분 좋아짐을 느끼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유쾌해한다. 그리고 공작을 인간적으로 판결해 주는 사람으로 고결하기 그지없는 사람으로 느끼며 공작에게 자신의 불행과 고민에 대해 조언을 얻고자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공작 주위에 모여들며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공작이 사랑하는 아글라야. 그녀는 공작이 다른 사람에게 그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면 누구보다 정직하고, 고결하고, 훌륭하며 선량한 당신이 왜 자신을 비하하고 누구보다 낮은 위치에 자신을 세우는 거냐며 그를 위하며 화를 낸다. 그런데 또 공작을 비하하고 모자란 사람이라며 놀리며 즐거워한다. 더 어이없는 건 공작이 청혼하지 않았음에도 절대 저런 사람과 결혼 못 한다고 소리치며 가족뿐만 아니라 공작까지 당황스럽게 만든다.

'이 여자 왜 이러나요?!' 싶을 정도로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던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누가 들여다보는 걸 두려워해 계속 자기 마음과는 반대되는 말을 하면서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공작을 사랑한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정말 아리송하다. 그런데 또 정혼자로 결정이!

그런데 이런 그녀에게서 아이스러운 모습이 보인다며 마음을 빼앗긴 공작이라니! 도대체 어디가?! 응?!




공작이 사랑하지 않지만 그녀가 불행하다는 이유로 선택한 나스타시야. 그녀는 자신을 타락한 여자로 여기면서도 악한 인간들의 희생양으로 생각하며 자신의 죄를 부정한다. 그리고 자신을 처음으로 온전히 바라봐 준 공작에게 마음을 준다. 하지만 그녀는 로고진과의 결혼을 선택했고 결혼식을 올리려 한다.

그런데 그녀가 로고진으로부터 도망쳐 공작에게 가더니 또 공작으로부터 도망쳐 로고진에게 간다. 그러길 여러 번, 나중에는 아글라야와 공작을 결혼시키고 그때 자기도 로고진과 결혼하겠다며 아글라야에게 편지를 보낸다. 하... 이 여자는 또 왜 이러는 걸까?

이런 그녀를 공작은 미친 여자라 말하고, 그녀를 볼 때마다 너무 무섭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졸도한 그녀를 두고 가면 그녀가 죽을 거라며 아글라야가 아닌 나스타시야를 선택한다. 그리고 자기 잘못인 게 틀림없는데 자기가 과연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겠다며 아글라야에게 모든 걸 잘 설명한다면 그녀는 다 이해해 줄 거라 말한다.(범인이 여기 있었네, 공작 너였네. 너였어.)

"오, 아닙니다,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그 여자는…… 어린애니까요. 지금 그녀는 어린애예요, 완전히 어린애! 오, 당신은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아글라야한테 사랑을 맹세했단 말이죠?"

"오, 그래요, 그렇습니다!"

"뭐라고요? 그럼 두 여자를 다 사랑하겠단 말인가요?"

"오, 맞아요, 그렇습니다!"

"제발, 공작,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겁니까, 정신 좀 차리세요!"

p.447




고대 그리스에서 백치(idiotes)는 ‘공적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자, 공적이지 못한 인간, 사인(私人)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정치적인 공적 세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공적인 삶과 세상의 삶에 참여하기엔 부적격하다고 선언되어 배제되는 자를 가리키는 말로 그러한 인간이 백치 므이쉬킨 공작인 것이다.

사소한 일상사에 영리하지 못하나 본질적 가치와 힘을 파악하는 직관적 시선을 지닌 순박한 인간 '그리스도 공작'을 보고 있으면 선과 악의 공존함에 있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치」 1권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에 익숙해져서인지 다행히 2권 초반까지는 잘 읽힌 편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주변 인물들이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여러 장에 걸쳐 이야기할 때는 잠시만 정신을 놓아도 이야기가 저 멀리 안드로메다행이라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100페이지 가량 남았을 때부터 엄청 잘 읽히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빠져들었고 결말에선 입틀막을!

'아, 이래서 도스토옙스키인 건가?!' 싶었을 정도로 마지막 흡입력과 파격적인 결말은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분명 「백치」 너무 어렵다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이 저자랑 나랑 안 맞나 보다며 울먹이며 읽은 거 같은데, 결국 다음 작품을 검색하고 있는 나다. 뭐지?! 뭘까?! 정말 이 감정 뭐냐 말이다. ㅋㅋㅋ

아직 깊게 종교적이나 그 시대 상황은 나의 부족한 내공으로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어렴풋이 정리가 되면서 잘 마무리가 되었던 만큼 뿌듯함이 배였던 「백치」였다. 다음 작품은 뭘로 읽어보면 되려나?!^^ '가난한 사람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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