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변신

프란츠 카프카 | 홍성광 옮김 | 열린책들

세계문학 / p.126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변신」을 처음 알게 되었던 건 작년 둥이들과 함께 읽었던 청소년 소설 「변신 인 서울」을 통해서였다. ‘변신’에서는 직장인 그레고르가 갑충으로 변했다면 ‘변신 인 서울’에서는 학생인 반희가 토끼로 변하며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엔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고 시험도 보지 않는다며 그 순간을 즐기던 반희를 보며 덩달아 나도 좋겠다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설상가상 자신의 휴대폰으로 자신도 모르는 내용의 메시지가 오면서 이야기에 긴장감도 주기도 했던 이야기.

변신의 결말을 모른 채 읽었기도 했고 책 소개만 보고 신청해서 읽었던 책이었기에 ‘당연히’ 토끼로 변한 반희가 사람으로 돌아와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이야기가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가 결말에 큰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였기도 하다.

그때 충격이 너무나 컸던 걸까?! 정작 원작 「변신」을 읽을 땐 충격보단 ‘왜?’라는 의문만이 가득했다.



눈을 떠보니 갑충으로 변한 그레고르. 왜 그는 변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지 않는 걸까? 그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사람으로 돌아가고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왜?

오히려 그는 변한 모습으로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 회사에 가려 한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상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될 불편한 일들을 견뎌내고 가족을 최대한 배려함으로써 참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지 한다. 급기야 부모님과 여동생이 이런 멋진 집에서 이런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며 자부심까지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갑충으로 변한 걸 모르나 싶다가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상황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5년 동안 착실하게 회사를 다녔음에도 일정대로 새벽기차를 타지 않았다고 집으로 찾아온 지배인은 또 어떠한가?! 집으로 찾아와 차분하고 분별 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직무 태만 일 줄 몰랐다며 오늘 아침 사장님이 그에게 맡긴 수금에 관해 들었을 때도 그럴 일이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문을 걸어 잠그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냐며 최근 영업실적이 형편없었다는 사실까지 부모 앞에서 언급한다.

지배인이 이상한 건가?! 아니면 그레고르의 평소 행실의 문제인가!? 착실하게 다닌 회사에서 보일 행동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가족들은 갑충으로 변한 그를 보고 놀라며 그를 방에 가두기에 급급하다.

처음엔 그레고르를 여동생이 보살펴주는듯했다. 아들이 갑충이 되었으니 자신들의 앞날을 걱정하며 아버지는 자신이 모아둔 돈이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고 그 사실을 안 그레고르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였으면 빚 갚는데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지 왜?!라고 따졌을 거 같은데... 너무 당연시된 것인가?!

처음엔 고마워하던 것도 그 행동이 계속된다면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기기 마련이다. 그들 또한 그레고르가 벌어다 준 돈을 받으며 처음엔 고마워했다. 그 또한 돈을 흔쾌히 내놓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에 익숙해져 버려 이렇다 할 따스한 정 같은 것이 더 이상 오가지 않게 된 상황.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집에서 아무 일자리 없이 지내는 상황에서 그레고르가 집의 살림을 책임지는 입장이었음에도 결국 그레고르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상처가 악화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레고르의 비참하고 역겨운 모습에 익숙해져가던 가족들은 그가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도 잊어간다. 오히려 그가 죽기를 바랬고 그는 그렇게 혼자 어둠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무엇을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소통과 이해에 대한 단절?? 개인의 소외? 변신과 함께 수록된 「시골 의사」는 더 어렵게 다가왔다. 작품 해설에서 환자가 의사와 동일인임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라고 적힌 문구를 보고 오마이갓을 외쳤던! 전.. 몰랐습니다만...ㅠㅠ

ps. 신기한 건 갑충을 보고 그레고르로 바로 인식하던 가족들, 어떻게 딱 보고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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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21-10-21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작품을 카프카가 당시 놓여있던 현실적 삶(아버지의 장식업, 매부의 공장, 자신의 보험업을 오가느라 고된 일상이었다고 해요)에서 오는 고통으로 읽었어요. 유머리스한 리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