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조지 오웰 서문 2편 수록 에디터스 컬렉션 1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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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 오웰 | 문예출판사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 평등하다.

p.179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문장, 하지만 정확한 줄거리가 기억이 나지 않는 아이러니함. 뭔가 친근하면서도 재미있어 보이는 일러스트 표지가 ‘아이와 함께 읽어봐!’라고 유혹하는 듯했고, 결국은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동물농장을 아이에게 건네자 이 책을 그림과 함께 읽어본 거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결말은 다르게 알고 있다. 응?! 그거 어디 책이야?ㅋ

폭정에 맞선 혁명이 폭정만큼이나 끔찍한 전체주의로 변질해가는 과정을 조지 오웰의 예리한 통찰과 풍자로 쉽고 명료한 문장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동물농장」이 책에는 초판본의 서문으로 썼으나 책에 수록되지 않았던 <표현의 자유>와 1947년 우크라이나어판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속에서 그 시대 상황이 조금 더 잘 느껴졌다.

조지 오웰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이야기로 소련의 거짓을 폭로하려 했으나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어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열 살쯤 되는 사내아이가 짐마차를 몰면서 말이 방향을 바꾸려고 할 때마다 채찍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게 되고,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과 부자가 프롤레타리아를 착취하는 방식이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동물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이론을 분석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완성된 동물농장 이야기, 러시아혁명의 역사에서 여러 일화를 개략적으로 가져와 사용했고 커다랗게 울리는 불협화음 속에서 소설은 완성된다.

존스 농부가 운영하고 있는 ‘매너 농장’, 그가 잠든 밤, 동물농장의 동물들이 전날 밤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수퇘지 메이저 영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헛간에 모여든다.

인간이 사라진 뒤의 지상을 보여주는 꿈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동물들의 삶의 본질(태어나서 숨이 끊어지지 않을 만큼만 먹이를 받고, 힘이 있는 자들은 마지막 티끌만 한 힘이 다할 때까지 억지로 노동을 하며 쓸모가 다하면 도살당하는 자유가 없는 비참한 노예 생활을 하고 있는 동물의 삶)에 대한 의문과 함께 본격적인 연설이 시작되었고, 그 연설은 머리 좋은 동물들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중 가장 영리하다고 인정받은 돼지가 다른 동물들을 가르치고 조직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맡게 되면서 그들 중심으로 메이저가 예언한 봉기를 준비하게 된다. 그리고 봉기가 성공한 날이 예기치 않게 찾아오게 되고 존스 씨와 일꾼들을 농장에서 쫓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매너 농장’은 ‘동물 농장’이 되었다.

그래, 이 풍경이 그들의 것이었다!

거기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들의 것이었다!

p.60





그런데 정말 그들은 봉기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인색한 주인이 나눠준 먹이가 아닌 그들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생산한 진정한 자기 음식을 먹게 된 그들은 즐겁기 그지없었다. 정말 동물농장은 일곱 계명 아래 그들이 원했던 평등한 지상낙원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 중 가장 지식이 월등했던 돼지가 일은 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을 감독하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하더니 자연스럽게 지도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급기야 스노볼과 나폴레옹의 권력 다툼이 심화되다가 나폴레옹이 부모로부터 떼어낸 개들을 몰래 길들여 자신의 사병으로 만들어 풍차 건설을 주장한 이상주의자 스노볼을 내쫓는다. 또 다른 독재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항의하거나 불평하는 동물은 첩자로 몰아 숙청당하거나 식량 배급이 줄어들기도 한다. 일곱 계명이 단 하나의 계명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던 구호가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더욱 좋다”로 둔갑되어 가는 과정에서 동물들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들의 무지와 맹목적인 믿음이 그들을 그 세상에 머물게 만든다.

그래서 존스 시대보다 더 호의호식하던 지배계급 그들이 위스키에 취하고 존스 부부 집에서 지내며 두발로 걸으며 채찍을 들고 다른 동물들을 부려먹기까지 너무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대립하던 인간들과도 손을 잡던 그들, 온데간데없어진 동물주의 정신, 끝엔 누가 돼지이고 사람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 상황, 핍박당하고 속임을 당해도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른 채 위협과 명분에 이용당하던 그들이 그저 안타까웠다.

끝으로 그들을 보며 맹목과 광신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노력하며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로,

인간의 얼굴에서 돼지의 얼굴로,

그리고 다시 돼지의 얼굴에서 인간의 얼굴로 시선을 움직였다.

누가 누군지 이미 분간할 수가 없었다.

p.187

동물농장, 인상 깊은 구절

인간과 동물에게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고, 한쪽의 번영이 곧 다른 한쪽의 번영이라는 말에 절대 귀 기울이지 마시오. 그건 모두 거짓이니까.

p.47

잉글랜드의 동물들이여, 아일랜드의 짐승들이여,

모든 땅 모든 나라의 짐승들이여,

나의 기쁜 소식을 들으라

황금의 미래에 대한 소식.

조만간 그날이 온다,

폭군 인간이 타도되고,

잉글랜드의 비옥한 땅에는

짐승들의 발자국만 남는 날.

코뚜레가 사라지고,

멍에가 사라지고,

재갈과 박차는 영원히 녹슬어가고,

잔인한 채찍 소리는 이제 없을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풍요,

밀과 보리, 귀리와 건초,

토끼풀, 콩, 사탕무가

그날 우리 것이 되리니.

p.49~50 / <잉글랜드의 동물들> 일부

안건을 내놓는 주체는 언제나 돼지들이었다. 다른 동물들은 투표하는 법을 이해했지만, 스스로 결의안을 생각해내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다.

p.70

"만약 우리 돼지들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아십니까? 존스가 돌아올 겁니다! 그래요, 존스가 돌아올 겁니다! 동무들. 설마 여러분 중에 존스를 다시 보고 싶은 동물은 없겠죠?"

동물들이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존스가 돌아오는 것이 싫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바람에 떨어진 사과와 우유를 오로지 돼지들의 몫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들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동의했다.

p.76

만약 그녀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오래전 인간들을 쫓아내고 나섰을 때 그들의 목표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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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03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넘 예쁘게 나왔네요! 오래전에 읽었는데 또 사야겠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