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백치(idiotes)는 ‘공적 세상에 속하지 못하는 자, 공적이지 못한 인간, 사인(私人)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정치적인 공적 세상에 참여하지 못하고, 공적인 삶과 세상의 삶에 참여하기엔 부적격하다고 선언되어 배제되는 자를 가리키는 말로 그러한 인간이 백치 므이쉬킨 공작인 것이다.
사소한 일상사에 영리하지 못하나 본질적 가치와 힘을 파악하는 직관적 시선을 지닌 순박한 인간 '그리스도 공작'을 보고 있으면 선과 악의 공존함에 있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치」 1권에서 어느 정도 분위기에 익숙해져서인지 다행히 2권 초반까지는 잘 읽힌 편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주변 인물들이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여러 장에 걸쳐 이야기할 때는 잠시만 정신을 놓아도 이야기가 저 멀리 안드로메다행이라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100페이지 가량 남았을 때부터 엄청 잘 읽히기 시작하더니 완전히 빠져들었고 결말에선 입틀막을!
'아, 이래서 도스토옙스키인 건가?!' 싶었을 정도로 마지막 흡입력과 파격적인 결말은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분명 「백치」 너무 어렵다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이 저자랑 나랑 안 맞나 보다며 울먹이며 읽은 거 같은데, 결국 다음 작품을 검색하고 있는 나다. 뭐지?! 뭘까?! 정말 이 감정 뭐냐 말이다. ㅋㅋㅋ
아직 깊게 종교적이나 그 시대 상황은 나의 부족한 내공으로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건 어렴풋이 정리가 되면서 잘 마무리가 되었던 만큼 뿌듯함이 배였던 「백치」였다. 다음 작품은 뭘로 읽어보면 되려나?!^^ '가난한 사람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