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4주

비밀, 그것들을 품은 영화들
: 불운과 호기심으로의 초대
  


비밀, 영화에서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혼돈과 불안을 느끼게 하는 사건의 이면에 숨쉬는 원인들은 언제나 비밀로서 감춰져 있습니다. 그 비밀을 캐려는 사람들의 불안과 번민 등은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소재로 보여주곤 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자의 비밀은 고통의 근원이자 분노 혹은 사건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영화들이 이번에 세 편이나 소개되네요. 지구의 멸망이나, 흐뭇한 사랑의 이야기도 좋지만 비밀을 품은 이야기들 속으로 들어가서 인간의 진솔함과 욕망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의 즐거움과 공포, 그리고 슬픔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신부의 수상한 여행 가방 キラー・ヴァージンロード, 2009 


“모든 신부에겐 비밀 사연이 있다!”
사랑하기에 결혼으로 골인하는 것은 당연한 행복의 끝이죠. 그런데 남친과의 결혼을 위협하는 사건으로 인해 고생하는 어느 신부의 비밀스런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어처구니 없는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이 그렇게 고대하던 결혼이 파탄을 맞을지 몰라 전정 긍긍하고, 그래서 숨기다 보니 비밀이 많아지죠. 결혼하고 나서 해결하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비밀 하나 지키려다가 기상천외한 모험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녀가 그렇게 지키고 싶은 가방 속의 비밀은 무엇일지 영화를 다 보시고 나면 해결되겠죠. 그러나 그것을 풀려는 많은 사람들의 흥미진진한 추격과 도망가려는 히로코(우에노 주리)의 즐거운 추격신이 일품입니다.  
 

백야행, 2009

 

 영화 포스터에 나타난 흑과 백의 조화는 묘한 긴장과 대조를 보여줍니다. 뛰어난 연기자들이 대거 출현해서, 영화의 퀄러티는 어느 정도 만족스럽다고 표현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기본설정은 바로 ‘비밀’입니다. 어느 의문 많은 살인사건에서 맺어진 세 명의 인간들이 14년 후에 다시 관계를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런 이야기는 영화의 긴장감을 극도로 높입니다. 14년전 피해자와 가해자의 아들과 딸로서만 알려진 미호(손예진)과 요한(고수)의 슬픈 관계는 한 쪽의 욕망과 다른 한 쪽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기묘한 살인사건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과거를 지우려 하는 여자와 그런 그녀를 도우려는 남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불우하고 어두운 과거는 무서운 현실을 계속 만들게 되며,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슬픈 인생과 비극적 희생, 그리고 차가운 외면에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고수의 차갑고도 따스한 매력은 이 영화의 백미입니다.
 

시크릿 Secret, 2009
  

 

영화 제목 자체가 Secret, 즉 비밀입니다. 영화 [세븐 데이즈]와 [추격자]와의 관계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자기 동료경찰의 실수도 용서 않을 정도의 정직한 경찰이 자신의 아내가 어느 살인사건의 혐의자로 떠오르면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는 역설을 시작으로 영화의 서사가 진행됩니다. 사회를 비꼬기 위한 설치일 수도 있는 강력반 형사(차승원)의 모습은 한국 사회의 불행한 일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런 강력반 형사에 반하는 인물들은 조직 밖엔 조직보스가 있고, 직장에선 그의 고발로 징계 먹은 동료 형사가 있으며, 더 중요한 것은 살인 혐의자가 되어 버린 그의 아내(송윤아)가 있습니다. 영화는 제목처럼 다양한 비밀이 숨어 있는데, 아내가 정말 살인범인지부터 시작해서, 누가 진정한 범인인지, 그리고 부부의 자식이 죽은 이유 등 다양하고 복잡한 시크릿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풀리는 과정에서의 인간의 불운과 신뢰의 문제, 그리고 반성과 성찰 등 다양한 내용들을 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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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 Welcom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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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lcome], 심각한 역설이었다. 그리고 극단적인 대조의 영화다. 어느 것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무엇이 우선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서사는 비극적 로망소설 같지만 그런 이야기가 안고 있는 세상은 냉혹한 현실이다.
  어느 프랑스 남자(시몬)가 자신의 로망을 만나게 된다. 불법이민자였지만 자신에게 사라진 사랑에 대한 열정, 수영선수로서의 재능, 그리고 비현실적인 마음가짐을 가진 불법이민자인 17세의 어느 소년(비랄)이 그였다. 자신에게 전혀 없었던, 혹은 이미 사라졌던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자신과 너무도 다르기에 그 소년에게 빠져들고, 그를 위해 무엇인가를 주려고 한다. 그 때, 그 프랑스인은 이혼준비 중이었고, 수영강사였고, 개인주의 속에 살고 있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있는 중이었다.
  사랑을 위해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에서 프랑스로 와서 다시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 런던에 있는 자신의 애인을 만나러 가겠다는 젊은 청년, ‘비랄’은 오늘날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실에선 바보다.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라크의 ‘쿠르드’ 지역에서부터 프랑스의 항구도시 ‘칼레’까지 왔고, 또한 ‘칼레’ 앞에 있는 ‘도버해협’을 수영으로 건너려는 무모한 그는 동화에서나 있을법한 서사의 캐릭터일 뿐이다. 그런데 영화 [Welcome]엔 그런 캐릭터가 있다. 아마도 영화는 비현실적인 로망을 이용, 상업성을 충족시키려 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17살의 쿠르드 난민이 자신의 생존이 아닌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감당해야 할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영국으로 가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불법이었고, 결국 그는 불법 이민자란 낙인이 찍히게 된다. 또한 그런 모험을 이루기 위해 그의 천부적인 자질인 축구를 어디에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는 바다를 건너기 위해선 수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그는 세상과의 엄청난 투쟁을 해야만 한다. 어떤 점에선 사랑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낭만소설의 전형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불쌍한 마이너러티들의 비극적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사랑이란 행복을 위해 치러야 할 사회적 소수의 비극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17살의 허망한 꿈을 막지 않고 그에게 가능하면 희망을 주려고 한 사람은 그의 수영선생, ‘시몬’이다. 그는 어쩌면 17살짜리 소년의 사랑이 부러웠는지 모른다.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고 과거의 아내가 자기 집에서 그녀의 짐을 꾸리는 것을 도와주고 있는, 허망한 상황에 직면한 사내다. 그런 그에게 그 소년은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한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소년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목도한 난민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대응은 격하기 그지 없었고, 그들을 격리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소심하나마 저항하게 된다. 그러나 그의 그런 모습은 한계에만 봉착할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소년에 대한 그의 집착은 아슬아슬할 뿐이었다.
  영화는 비극으로 끝났고, 어쩌면 그것은 시작부터 내정됐는지 모른다. 설사 도버해협을 건너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더라도 그 때부터, 또 다른 비극이 도사리고 있을 것만 같다. 성사돼선 안 되는 이유는 영화 도처에 혼재되어 있었다. 영화 끝나고 나서 내가 본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프랑스의 불법이민에 대한 사회적 각성인지, 아님 비극적 사랑 이야기에 대한 연민을 보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한 중년의 다짐인지. 아니면 힘든 사회적 배경 속에서 피어난 인상 깊고 사랑의 가치를 주장하는 어느 서사. 이런 식으로 본다면 관객의 취사선택을 위해 마련됐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그렇게 선택할 수 있는 영화 정도. 어떻든 그 둘 사이 어디에 그런 것들은 있을 것이다. 
  이런 애매한 혼란 속에서도 내가 봤던 것은 우리에게 사라지고 있는 인간적 매력의 확인이었다. 현재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과정은 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심화이든, 경쟁의 심화이든, 확실한 것은 밥벌이에 목매도록 사회는 바뀌고 있다. 이러기에 이민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사랑도 사치스런 감정 정도로 매도하고 있다. 인간의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변하고 있는 요즘, 우리에게 과거 인간미로써 평가되고 있는 것들이 지금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같이 살기 보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한 지금, 현대사회는 결혼이나 가족보다 이혼이나 싱글이 대세다. 우린 상대가 필요 없는 그런 시기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 건너 여자를 만나겠다는 청소년의 생각은 솔직히 우스울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프랑스 남자는 감화된다. 자신에게 그런 감정이 없었을까?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고 싶지 않은가? 이혼하는 그 시점에서 사랑을 위해 헌신하는 그를 보고 그는 해협을 건너려 하는 소년을 돕는다. 현실에 비중을 두는 그 순간 정작 잃어버리고 있는 그 감정과 소중한 것을 깨우치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소년의 희망이 허망할 수 있어도 조금이나마 성공하길 바랬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소년은 비현실적인 캐릭터라면 프랑스 선생은 바로 우리들과 똑 같은 현실적인 현대인이 된다.
  결국 이 영화는 누가 이기느냐 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누가 옳으냐가 질문이고 아마도 그것은 소년이 될 것이다. 우리들이 간직하고 또한 그렇게 해보고 싶었던 그 소년은 그래서 우리들의 로망이다. 그 낭만을 다시금 재현하고 싶어도 못하는 현대인에게 영화는 진지하게 묻고 있다. 바다를 건너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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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 - The Excution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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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자들이 아닌 죽인 자들에 집중한 영화 [집행자]는 사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묻는 영화다. 직접적인 대상이 아닌 그 옆에 있는 간접적인 객체인 교도관에 주목하고 있는 이 영화는 교도관들의 고민과 비극에 시선을 고정한다. 이런 간접적인 엿보기는, 그러나, 영화의 비극성을 높이고 있으며,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율적이었다.
  거의 드러나지 않은 사형수와 그들에 대한 사회적 공권력의 집행은 언제나 의문투성이다. 단순히 그들이 조용히 사라진다는 정도? 하긴 DJ 정권 출범 이후 난 사형집행이란 단어를 거의 듣지 못했다. 구식 정보로만 취급했을 과거지사 정도로만 알고 있으며, 사형집행 폐지를 추구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고 여겼다. 또한 그것이 옳다라고 어느 정도 확신한다. 전부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런 쪽에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상식일 정도다.
  그러나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사이, 사형 찬성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강하게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에 따라 사회가 거칠게 되고, ‘사이코 패스’의 잔인한 행태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형제 부활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우리 사회의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나온 [집행자]는 무척 도전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적극적으로 과연 사형제가 과연 좋은가 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명령에 수동적인 공무원들인 교도관들은 이미 잊혀졌다고 여겼던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 명령을 통보 받게 된다. 세 명에게 언도된 사형집행은 시대적 비극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영화상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제적 위기로 인해 험악해진 사회적 분위기에 사이코 패스들의 만행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잊혀졌던 사형집행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정치인들의 은연중 사형집행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형수이지만 그들의 범죄에 대한 단죄보단 사회적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집행이 전락되는 순간이다. 
 



  범법행위에 대한 단죄는 사회를 유지시키는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교화와 단죄를 벗어나는 다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 그 속에 빚어지는 인간적 고충과 비극을 피할 수는 없다. 그 한복판에 사형집행을 담당하는 교도관들이 서있다.
  교도관은 명령을 들어야 하지만, 역시 인간일 뿐이다. 사회적 수단으로 전락한 사형제를 집행해야 하는 그들 마음 한구석엔 사람을 죽인다는 말 못할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게 된다. 그들이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임무를, 정치가, 정부, 사회, 그리고 일반인들은 특별한 고민 없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사형수들의 변화를 옆에서 목도하고 그들에게 어떤 희망을 품었을지라도 그런 변화는 간과되고, 무시되고, 외면된다. 그들은 누구를 위한 수단으로 쓰일 뿐, 그들의 변화와 혹은 그들이 그렇게 한 진정한 이유를 외면한다. 사회는 그렇게 냉혹한 것이다.
  집행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연인일 것이다. 타인을 죽음으로 단죄한다는 것이 그들에겐 낯설고 버겁기만 하다. 그러나 강요된 명령 앞에서, 사형집행명령을 실행해야 할 교도관 선발과정은 가히 코미디다. 아무도 원하지 않기에 억지로 간택되는 과정은 이전에 사형집행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혹은 좀 거친 교도관 생활을 한다고 해서, 그리고 정 없으니 ‘제비 뽑기’를 통해서, 강압적으로 선발된다.
  그들의 집행과정 이전의 고민과 외로움은 화면 가득히 장식된다. 말 할 수 없는 고민이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애인이나 가족에게 차마 이야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형집행을 담당하는 동료들끼리도 격한 고통을 유별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죽여야 할 사람들의 목숨을   정리하기 위해 집행장소로 간다.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어느 장면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친한 친구를 죽여야 할 정년을 앞둔 교도관도 그렇지만 사이코 패스의 사형집행 이후 그의 숨이 끊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또 다른 타살의 장면은 편할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런 집행을 한 자들에게 떨어진 각자의 수당, 70,000원은 우리 사회의 편의주의적 발상이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고충은 전혀 망각한 체, 편의점 Part-time worker 정도로만 여기는 사회의 비겁함은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회가 진실한 해결책을 찾지 않고 가장 간편하고 수단으로만 사형제를 남발할 경우, 또 다른 곳에서 역시 비극이 벌어질 것이다. 이후 벌어지는 교도관 각자의 비극은 그들이 처음 교도관이 됐을 시기의 첫모습을 통해 대비된다. 누군가를 위해 그들은 교도관을 시작했었던 그 때의 시간과의 대비 말이다.
  영화에서 무척 인상적인 또 하나의 것들은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박인환의 환함과 우울의 완벽한 조화, 교도관의 강인함과 비극을 완벽하게 소화한 조재현, 그리고 사이코 패스의 전형을 보는 듯한 조성하, 그리고 미래가 너무 기대되는 윤계상의 매력은 이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준다. 이런 연기자들의 열연은 이 영화의 가치와 주제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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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1월 2주 당첨자 발표

  좀 무거울 것 같은 소재를 갖고 영화 소개를 하게 되네요. 그런데 요사이 영화에선 죽음에 대해 예상 외로 많이 소개됩니다. 사실 예술에선 죽음이란 문제를 갖고 오랫동안 다루기는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무서워하고, 자칫 어느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힐 수 있기에 함구하고 외면하는 주제이긴 하지만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것이 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은 인간의 본질이나, 고독, 고통 등 부정적인 것을 형상화한 지 오래이며, 예술의 하나인 영화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좀 불운해 보이는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은 참고할 만한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영화 속에서 나타난 죽음이란 문제를 목도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는 것도 영화가 이루려는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가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선 우선 죽여야 할 임무를 수행하는 자인 교도관의 이야기를 다룬 [집행자],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Kill Me], 그리고 죽은 후에 그의 화려한 그 때를 추억할 수 있는 [This is it]이란 영화입니다. 
 

 

  사형수의 죽음을 강요하는 교도관의 비극과 우울함,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사회의 비정함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집행자는 영화의 주제가 무척 무겁습니다. 억지로 강요된 사형집행을 위해 그들이 겪게 되는 인간적 고통은 사형을 왜 다시 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질문합니다. 정치적 편의와 사회적 안정을 가장 쉽게 이룰 수 있다는 만용 속에 이루어지는 어느 면에선 폭력일 수 있는 사형제는 집행하는 자들의 우울함과 비극만을 잉태하며, 결국 교도관은 물론 우리 모두의 불편한 고충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음을 뛰어난 연기력과 연출력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로도 강추입니다. 
  

 

  ‘킬미’는 ‘르와르가 될 뻔한 코미디’란 영화의 부제답게 즐거운 코미디물 같습니다. 그러나 그 뒷면에 흐르는 것들은 결코 가벼운 주제가 아닙니다. 남자에게 차이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킬러에게 부탁한 어느 여자에 대해 킬러이면 그냥 킬러답게 해결해도 되는데, 자살을 위해 이용됐다는 사실에 흥분하면서 의뢰 받은 것을 포기하죠. 둘 다 무척 기이하고 역설적입니다. 자살하겠다면 스스로 해도 되지만 남의 손을 빌려야겠다는 여자와 킬러면 킬러답게 의뢰 받은 데로 그냥 처리하면 될 것인데도 자살을 돕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완벽한 역설입니다. 죽음 대신 찾아온 사랑 이야기는 최근 힘들어서 죽음을 생각하는 젊은 분들에겐 조금이나마 희망이 됐으면 하네요. 아무튼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서 시작되는 한 커플의 만남과 기이한 애정은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그 역설 속에 담겨 있는 진지한 인간관계와 삶의 문제를 즐거우면서도 한 번은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있을 것 같네요. 무엇보다 코믹 연기의 달인들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사할 것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소식은 전세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의 노래와 춤은 모든 이들이게 환상과 즐거움을 동시에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화려한 모든 것은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우리들에게 주었던 많은 행복들을 우린 놓치기 싫었을 것이고 그가 영원히 피터팬처럼 우리 모두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마술사였으면 했습니다. 비록 여러 추문이 있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것을 믿지 않을 만큼 그는 착한 이미지의 엔젤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죽었습니다. 그런 상실을 그나마 상쇄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영화가 [This is it]이란 LA Staple Center에서의 모의공연실황을 재구성해서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시고 고인의 편안한 안식을 기원함은 물론, 그의 위대한 예술혼과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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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도 하고 돈도 버는 여행작가 한번 해볼까?
채지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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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작가.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사실 직업이란 느낌보다 취미생활과 결합된 프리랜서란 느낌이 든다. 사실 직업이란 정규직이고 일정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것 정도로 우린 안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의 허를 찌르듯 여행작가 한 번 해볼래? 하고 유혹하듯 물어본다. 그럼 나의 질문? 내가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하지? 이에 대한 답을 아주 차근차근하고 친절하고 속 시원하게 답변한다.
  두 명의 공동저작인 이 책은 오랫동안 관련분야에 일을 한 두 명의 여행작가의 작품이다. 여행작가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미래의 작가들에게, 로망을 갖되 현실을 직시하도록 이끈다. 즉, 여행작가로서의 현실적 문제들, 즉 수입이라든가, 직업측면으로서의 안정성, 심지어는 원고료와 같은 민감하면서고 꼭 알고 싶었던 내용들을 적절하게 풀어 놓는다. 그리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저자와 출판사 간의 법률적 문제 역시 빠짐 없이 적시하고 있다. 구성에서도 좋지만 내용 역시 실생활을 구체적 근거로 제시하면서 문장이 딱딱하게 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하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여행기자가 됐을 경우 아무래도 경제적 측면에서 어떻게 글을 실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풀어줬던 부분이다. 사보나 여행잡지사, 혹은 출판사 등이 글감을 받아줄 공간이겠지만 아무래도 어떻게 그들을 접촉하며 어떤 것을 충족시킬 것인지가 문제다. 그런 것들을 과연 경험자답게 정확하게 풍성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블로그에 대한 위력을 제대로 이해시켜주기까지 했다.
  여행작가를 위한 다양한 노하우와 사진기와 사진을 예쁘게 만드는 기술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사진작가가 아닌 여행작가이기에 그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시킨 후, 여행작가에 걸맞은 방법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여행 글쓰기 노하우는 어쩌면 천부적인 글재능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한 나에겐 ‘그건 아니고…’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노력이 그런 것을 조금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욕을 일으켰다. 
  참 착한 책이다. 두 명의 여행작가의 작품이라 각가의 글의 색깔이 달라, 보면서 그들의 글을 즐긴 것도 무척 재미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낭만적인 여행작가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에선 무엇을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이해시켜 준 점에서 감사한다. 나도 조금 여행작가를 위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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