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 The Excution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죽은 자들이 아닌 죽인 자들에 집중한 영화 [집행자]는 사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묻는 영화다. 직접적인 대상이 아닌 그 옆에 있는 간접적인 객체인 교도관에 주목하고 있는 이 영화는 교도관들의 고민과 비극에 시선을 고정한다. 이런 간접적인 엿보기는, 그러나, 영화의 비극성을 높이고 있으며,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효율적이었다.
  거의 드러나지 않은 사형수와 그들에 대한 사회적 공권력의 집행은 언제나 의문투성이다. 단순히 그들이 조용히 사라진다는 정도? 하긴 DJ 정권 출범 이후 난 사형집행이란 단어를 거의 듣지 못했다. 구식 정보로만 취급했을 과거지사 정도로만 알고 있으며, 사형집행 폐지를 추구하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라고 여겼다. 또한 그것이 옳다라고 어느 정도 확신한다. 전부라고 할 수 없지만 그런 쪽에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상식일 정도다.
  그러나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사이, 사형 찬성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강하게 나오고 있다. 경제위기에 따라 사회가 거칠게 되고, ‘사이코 패스’의 잔인한 행태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형제 부활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우리 사회의 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이런 민감한 시기에 나온 [집행자]는 무척 도전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적극적으로 과연 사형제가 과연 좋은가 하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명령에 수동적인 공무원들인 교도관들은 이미 잊혀졌다고 여겼던 사형수에 대한 사형집행 명령을 통보 받게 된다. 세 명에게 언도된 사형집행은 시대적 비극을 의미한다. 직접적으로 영화상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경제적 위기로 인해 험악해진 사회적 분위기에 사이코 패스들의 만행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잊혀졌던 사형집행에 대한 요구가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정치인들의 은연중 사형집행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형수이지만 그들의 범죄에 대한 단죄보단 사회적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형집행이 전락되는 순간이다. 
 



  범법행위에 대한 단죄는 사회를 유지시키는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교화와 단죄를 벗어나는 다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 그 속에 빚어지는 인간적 고충과 비극을 피할 수는 없다. 그 한복판에 사형집행을 담당하는 교도관들이 서있다.
  교도관은 명령을 들어야 하지만, 역시 인간일 뿐이다. 사회적 수단으로 전락한 사형제를 집행해야 하는 그들 마음 한구석엔 사람을 죽인다는 말 못할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게 된다. 그들이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임무를, 정치가, 정부, 사회, 그리고 일반인들은 특별한 고민 없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사형수들의 변화를 옆에서 목도하고 그들에게 어떤 희망을 품었을지라도 그런 변화는 간과되고, 무시되고, 외면된다. 그들은 누구를 위한 수단으로 쓰일 뿐, 그들의 변화와 혹은 그들이 그렇게 한 진정한 이유를 외면한다. 사회는 그렇게 냉혹한 것이다.
  집행인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연인일 것이다. 타인을 죽음으로 단죄한다는 것이 그들에겐 낯설고 버겁기만 하다. 그러나 강요된 명령 앞에서, 사형집행명령을 실행해야 할 교도관 선발과정은 가히 코미디다. 아무도 원하지 않기에 억지로 간택되는 과정은 이전에 사형집행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혹은 좀 거친 교도관 생활을 한다고 해서, 그리고 정 없으니 ‘제비 뽑기’를 통해서, 강압적으로 선발된다.
  그들의 집행과정 이전의 고민과 외로움은 화면 가득히 장식된다. 말 할 수 없는 고민이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애인이나 가족에게 차마 이야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사형집행을 담당하는 동료들끼리도 격한 고통을 유별나게 표현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이 죽여야 할 사람들의 목숨을   정리하기 위해 집행장소로 간다. 
 

  어쩌면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어느 장면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친한 친구를 죽여야 할 정년을 앞둔 교도관도 그렇지만 사이코 패스의 사형집행 이후 그의 숨이 끊어졌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또 다른 타살의 장면은 편할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그리고 그런 집행을 한 자들에게 떨어진 각자의 수당, 70,000원은 우리 사회의 편의주의적 발상이 얼마나 만연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의 고충은 전혀 망각한 체, 편의점 Part-time worker 정도로만 여기는 사회의 비겁함은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회가 진실한 해결책을 찾지 않고 가장 간편하고 수단으로만 사형제를 남발할 경우, 또 다른 곳에서 역시 비극이 벌어질 것이다. 이후 벌어지는 교도관 각자의 비극은 그들이 처음 교도관이 됐을 시기의 첫모습을 통해 대비된다. 누군가를 위해 그들은 교도관을 시작했었던 그 때의 시간과의 대비 말이다.
  영화에서 무척 인상적인 또 하나의 것들은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력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박인환의 환함과 우울의 완벽한 조화, 교도관의 강인함과 비극을 완벽하게 소화한 조재현, 그리고 사이코 패스의 전형을 보는 듯한 조성하, 그리고 미래가 너무 기대되는 윤계상의 매력은 이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준다. 이런 연기자들의 열연은 이 영화의 가치와 주제의식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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