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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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바슐라르라는 한 개인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입문서로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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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비딕을 생각나게 만드는 이야기긴 하지만 시기 상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가 모비딕에 앞선다


모비딕에서 거대한 고래가 인간이 정복할 없는 자연을 나타내는 듯했는데, 이야기에서 핌은 반란을 일으키는 선원, 망망 대해의 바다에서 시체들로 가득한 유령선, 극한의 상황에서 저지르는 식인, 정체를 없는 섬에서 마주하는 속내를 감춘 미지의 원주민들을 마주하는 내내 위험과 극한의 악몽같은 상황을 겪은 끝에, 마지막에는 하얀 거인의 모습을 보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원주민 섬에서 협곡의 모습과 협곡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 피터스의 추측이 말도 안된다고 부정하였는데 후기에서 포는 핌이 남긴 그림을 각각 에티오피아어, 아랍어, 이집트어라며 추측한다. 같은 추측은 핌에게 이입하던 독자에게 핌이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 미지의 영역이 있음을 섬뜩하게 제시하는 듯하다. 후반부에 '테켈릴리' 언급되는 점도 포인트


핌에게 내내 몰입한 책을 읽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면 '여기서 ?'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찝찝함이 몰려온다. 불쾌한 꿈을 꾼 느낌이다.


하지만 결핍과 공포를 너무나 오래 겪어온 끝이라 우리의 지력은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그 시기의 우리를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167

순풍과 순조로운 날씨를 꾸준히 유지하며 남동쪽을 향해 가던 약 15일 동안 피터스와 나는 둘 다 굶주림과 끔찍한 고생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래서 지난 일들이 실제 현실 속에서 맨정신으로 겪은 것이라기 보다는 다소 끔찍한 꿈이었는데 우리가 거기서 깨어난 것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후로 이런 식의 부분적인 망각이 갑작스러운 변화—기쁨에서 슬픔으로건, 그 역이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망각의 정도는 변화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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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제 우리는 폭포의 품 안으로 달려들어가고 있었는데 틈이 그 안에서 열리면서 우리를 맞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가는 길에서 수의를 입은 한 인간의 모습이 나타났는데, 그는 인간 세상에 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훨씬 거대했다. 그리고 그의 피부색은 눈처럼 완벽한 하얀색이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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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어진 하나의 육면체로부터 무한한 이미지들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그것들의 공통점은 모두 여섯 개의 사각형을 가진 육면체들의 변형들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나의대상이 주어졌을 때 그것의 외적 형태로 인해 생겨나는 이미지들을 형태적 이미지(image formelle)라고 부를 수 있다.
이 형태적 이미지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고 또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다. 그렇지만 만일 그 육면체가진흙으로 되어 있고 우리가 진흙의 성질에 주목하게 된다면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우리는 그것이 더 이상 고정된 육면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로부터 무한한 무정형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 P31

이와 같이 대상의 물질성에 주목하여 만들어지는 이미지를바슐라르는 물질적 이미지(image matérielle)라 부른다(원래의의미에 충실하여 질료적 이미지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물질적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물론 물질적 상상력이다물질적 상상력은 이미지의 대상을 형태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물질성에 기반하여 발전해 나가는상상력이다. 형태적 이미지는 즉각적이고 즉흥적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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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그럴 듯한 경우라도, 그리고 가장 큰 공포심이 드는 경우라도 그 공포심은 그 환영이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기대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것이 실제 현실이라는 확고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 P109

하지만 결핍과 공포를 너무나 오래 겪어온 끝이라 우리의 지력은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그 시기의 우리를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167

이제 그 배가 우리를 못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를 그냥 죽도록 놔두고 갈 작정은 아닌지 염려되어서 조바심이 났다. 그런 일은 끔찍한 야만 행위였지만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비슷한 상황에서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는 존재들이 반복적으로 행해온 일이었다. - P170

순풍과 순조로운 날씨를 꾸준히 유지하며 남동쪽을 향해 가던 약 15일 동안 피터스와 나는 둘 다 굶주림과 끔찍한 고생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래서 지난 일들이 실제 현실 속에서 맨정신으로 겪은 것이라기보다는 다소 끔찍한 꿈이었는데 우리가 거기서 깨어난 것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이후로 이런 식의 부분적인 망각이 갑작스러운 변화—기쁨에서 슬픔으로건, 그 역이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망각의 정도는 변화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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