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그럴 듯한 경우라도, 그리고 가장 큰 공포심이 드는 경우라도 그 공포심은 그 환영이 실제일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기대심에서 비롯된 것이지 그것이 실제 현실이라는 확고한 믿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 P109

하지만 결핍과 공포를 너무나 오래 겪어온 끝이라 우리의 지력은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그 시기의 우리를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167

이제 그 배가 우리를 못 보는 것이 가능하다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를 그냥 죽도록 놔두고 갈 작정은 아닌지 염려되어서 조바심이 났다. 그런 일은 끔찍한 야만 행위였지만 아무리 믿을 수 없는 일이라 해도 비슷한 상황에서 인간이라는 종에 속하는 존재들이 반복적으로 행해온 일이었다. - P170

순풍과 순조로운 날씨를 꾸준히 유지하며 남동쪽을 향해 가던 약 15일 동안 피터스와 나는 둘 다 굶주림과 끔찍한 고생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래서 지난 일들이 실제 현실 속에서 맨정신으로 겪은 것이라기보다는 다소 끔찍한 꿈이었는데 우리가 거기서 깨어난 것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이후로 이런 식의 부분적인 망각이 갑작스러운 변화—기쁨에서 슬픔으로건, 그 역이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망각의 정도는 변화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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