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비딕을 생각나게 만드는 이야기긴 하지만 시기 상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가 모비딕에 앞선다


모비딕에서 거대한 고래가 인간이 정복할 없는 자연을 나타내는 듯했는데, 이야기에서 핌은 반란을 일으키는 선원, 망망 대해의 바다에서 시체들로 가득한 유령선, 극한의 상황에서 저지르는 식인, 정체를 없는 섬에서 마주하는 속내를 감춘 미지의 원주민들을 마주하는 내내 위험과 극한의 악몽같은 상황을 겪은 끝에, 마지막에는 하얀 거인의 모습을 보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원주민 섬에서 협곡의 모습과 협곡에 새겨진 문양을 보고 피터스의 추측이 말도 안된다고 부정하였는데 후기에서 포는 핌이 남긴 그림을 각각 에티오피아어, 아랍어, 이집트어라며 추측한다. 같은 추측은 핌에게 이입하던 독자에게 핌이 이해하지 못한 무언가 미지의 영역이 있음을 섬뜩하게 제시하는 듯하다. 후반부에 '테켈릴리' 언급되는 점도 포인트


핌에게 내내 몰입한 책을 읽다가 마지막 장에 이르면 '여기서 ?'이라는 느낌과 동시에, 무언가 설명되지 않은 찝찝함이 몰려온다. 불쾌한 꿈을 꾼 느낌이다.


하지만 결핍과 공포를 너무나 오래 겪어온 끝이라 우리의 지력은 완전히 뒤죽박죽되어 있었다. 그 시기의 우리를 합리적인 존재로 여기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P167

순풍과 순조로운 날씨를 꾸준히 유지하며 남동쪽을 향해 가던 약 15일 동안 피터스와 나는 둘 다 굶주림과 끔찍한 고생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래서 지난 일들이 실제 현실 속에서 맨정신으로 겪은 것이라기 보다는 다소 끔찍한 꿈이었는데 우리가 거기서 깨어난 것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이후로 이런 식의 부분적인 망각이 갑작스러운 변화—기쁨에서 슬픔으로건, 그 역이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망각의 정도는 변화의 정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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