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피어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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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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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반 전, 그러니까 2024년 12월 중순 무렵, 인스타 피드를 보던 중 우연히 움베르토 에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국내에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고민했다. 러닝타임은 약 80분. 이걸 보기 위해 지하철+도보를 합쳐 편도 1시간, 왕복 2시간을 투자하여 극장에 방문할 것인가? 아니면 기다렸다가 넷플릭스 같은 OTT에 풀리면 그때 볼 것인가? 


그렇긴 하지만 에코가 세상을 떠난지 10년에 가까워 지는 시점. 매년 인근 서점에 들러 "외국 작가" 코너에 살펴볼 때마다, 늘상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들이 꽂혀 있던 자리는 어느새 다른 유명 외국 작가들의 저작들로 바뀌고 있었다.


작가로서든, 학자로서든, 에코의 명성은 여전히 드높지만, 세상을 떠난 후 그 역시 망각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미국, 적어도 영미권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 감독이 제작한 것이다. 한국의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차지하는 영화들 국적 대부분은 한국 혹은 미국이기 때문에, 자국산이라는 메리트가 있는 한국, 세계 영화시장 어디든 개봉하는 미국을 뺀 나머지 영화들은 대체로 영화제 같은 특별한 자리나, 예술영화를 위한 특수관에서 밖에 만날 수 없다.


OTT 서비스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마존 프라임이나 애플TV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해당 영화를 영어 자막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국어가 한국어인 만큼 한국어 자막으로 보는게 더 낫지 않겠는가?


결국 극장에서 보는 것을 선택했고 이는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우리는 흔히 유명 인사들, 특히 유명 작가들을 주로 "글"로 접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유명한 작가의 육성을 영화관 특유의 스피커로 듣는 경험은 스마트폰, TV, 태블릿, 모니터 및 스피커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오늘 그 경험을 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주제만을 다뤄보고자 한다.


해당 다큐멘터리에서 에코는 현대 시대 정보의 범람을 두고, "소음"이라 표현한다. 우리가 네이버나 구글에서 "뉴스" 탭에 들어가기만 해도 10여가지가 넘는 세부 항목별로 최소 수십-수백여개에 이르는 언론사들의 뉴스가 우리를 덮친다. 여기에 매일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생산되는 무수한 텍스트, 이미지, 영상, 사운드를 고려하자면 "정보의 쓰나미"라는 비유로는 턱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아틀라스가 짊어진 행성은 "따위"라고 표현될만한 거대한 것을 등에 짊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정보를 일개 개인이 소화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하버드 대학 도서관에 소장된 장서수는 1500만 권이 넘는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이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 나오는 한 소년은 도서관의 책을 읽는다. 특별한 목적없이 그 소년은 책을 섭취할 뿐이다. 말 그대로 먹어 치운다. 그걸 보는 주인공은 소년을 두고 바다물을 양동이로 퍼올리는 것에 비유한다.(기억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서술과 다를 수 있다) 사르트르의 "구토"에는 매일 도서관에 나와서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된 모든 책을 읽는 남자가 나온다.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까?


그런데 인터넷에 범람하는 정보는 하나의 책으로 정돈된 지식과 비교를 불허한다. 인터넷을 책에 비유하자면 그 크기는 최소 지구만하다고 해도 모자르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 거대한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읽어내야 한다. 나머지는 걸러내야 한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귀에 들리는 무의미한 정보들 중 지금 당장 우리의 관심사와 직결되지 않는 정보들은 에코의 표현대로 모조리 "소음"이다.


그러면서 에코는 말한다. 앞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은 필요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선별하는 것이라고. 


물론 에코의 이 같은 주장은 그가 평소 여러 저서들에서 전개한 음모론의 위험성이나, 책의 수명과 같은 그의 평소 지론들과 연결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짜 뉴스"라는 표현이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범람하는 음모론과 이를 광신적으로 맹신하는 자들이 에코가 진즉에 비판한 지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직 우리는 에코를 떠나보내서는 안될 지도 모른다.



자, 그럼 우리는 매일 같이 우리를 덮쳐오는 정보의 쓰나미 속에서 어떻게 필요한 정보만을 선별할 수 있을까? 불과 한두달전만 해도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들은 정보를 찾을 때 구글,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로 정보가 담긴 웹페이지나 동영상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22년 말, OpenAI는 ChatGPT 3.5를 공개하여 AI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완전히 뒤바꾸어놓았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흐른 지난 2025년 2월 초, OpenAi는 딥 리서치라는 새로운 기능을 발표했다. 딥 리서치는 간단히 말해 유저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Ai가 대신 웹을 검색하면서 정보를 수집한 후 보고서나 논문처럼 요약해준다. 해당 기능은 매달 200$를 지불해야하는 Pro 구독자들에게만 우선적으로 공개되었다. 


이어서 OpenAI와 경쟁하는 주요 경쟁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비슷한 기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당 기능이 지금까지의 AI와는 차별화되면서도 사용자들을 끌어오기에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2월 말 시점인 오늘, OpenAI는 매달 20달러를 지불하는 Plus 유저들에게도 딥 리서치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처음 해당 기능을 사용해본 사용자들의 후기를 읽으면서 정말 놀라웠고, 이 기능을 언제 쓸 수 있을지 기대하던 차였다. 실제로 써본 후, ChatGPT가 결과물로 내놓은 유사 논문, 혹은 보고서는 놀라움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손수 구글에 검색해가면서 하나하나 자료를 찾아 읽고 정리하고 검토하고 작성했다면 못해도 최소 수 시간은 잡아먹었을 작업을, ChatGPT는 불과 십여분도 안되는 시간 안에 끝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이따금 세종대왕이 맥북프로를 집어 던졌다 같은 한심한 답변을 당당하게 내뱉던 AI가 지금은 대학 학부생, 혹은 그 이상의 과제도 충분히 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다시 에코가 말한 "소음"으로 돌아가보자. 과거 전신, 철도, 전화에서 시작해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을 거치면서, 다양한 매체를 바탕으로 지식과 정보가 생산되는 속도는 가속화되었다. 지금은 거의 무한하게 증식하며 세상을 "소음"으로 뒤덮기에 이르렀다. 


반대로 AI는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이제 그런 소음을 죄다 걸러내고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AI가 정보를 왜곡하지 않았는지, 편향되지 않았는지 검토하는 것은 사용자가 감당해야 할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에코가 말한 "소음"으로부터 해방될 날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섰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AI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구글로 무수한 웹사이트를 검색하던 시대를, AI가 클릭 한 번에 정리되는 시대로 만드는 데에만 머무를 것이라고 상상한다면 그건 현실을 잘못 읽은 것이다. 조만간 우리는 에코가 말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 시대에 이를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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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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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네요. 표지도 예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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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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