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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브레인 - 행복.사랑.지혜를 계발하는 뇌과학
릭 핸슨 &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 장현갑.장주영 옮김 / 불광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내게 흐르는 반도의 오래된 피는, 빨리빨리 돈다. 아니 그렇게 느낀다. 그리고 언제나 몸과 마음을 채근한다. 잦은 외침으로 인한것이든, 원천적 성향이든 간에 뭔가 서두르지 않으면, 먹이를 빼앗길 것같은 동물의 본능이 발산된다. 타고난 피를 어쩌겠냐는 식의 방치는 더이상 무의미하다. 사는 게 너무 피곤해졌기 때문이다. 느리게 가고 싶다는 충동적 선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말그대로 충동적 단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더하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현실은, 커다란 손으로 등을 밀어부친다. 뒤에 오는 차는 빵빵거리고, 상사는 자료를 독촉하고, 전화벨 소리는 커지고, 시계 바늘은 점점 더 빨리 돈다.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도를 닦고 수련을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출가를 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가기도 하는구나, 했다. 피를 바꿀 수 없다면 뇌를 바꿔야한다, 는 결론이 앞선다.
뇌를 펼친다, 필요한 부분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다. 다시 덮는다, 는 식의 허무맹랑한 지침서 (물론 직접적이진 않지만, 그처럼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저작물을 지칭한다) 에 비한다면 이 책은 상당히 과학적이며 적극적 실리에 충실하다. 이유에 가장 근접한 제시어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이다. 요즘 부각되고 있는 이 신경조절물질은 인간의 삶의 질을, 자극 혹은 이완으로 이끄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런 일반적 상식을 제시하는 것에 그친다면, 붓다 브레인의 제목은 수정되어야 마땅하다. 이런 신경조절물질이, 명상과 심호흡을 통해 우린 뇌에 축적 가능하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 명상으로 마음이 안정되고 평정심을 갖게된다는 것, 몇 번의 실행을 통해 얻은 그 효능은, 긍정적이다. 이 책에서는. 더욱 자세하고도 체계적인 명상법과 심호흡법으로 뇌 신경조절물질의 활성화를 돕고 있다.
마음으로 뇌를 다스리는, 나름대로의 진일보적인 명상록이다. 감성의 자극으로 그치는 명상록이 아니란 점에서 그렇다. 좋은 글로 마음을 어루만지는 명상록은 읽는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때론 좋은 몇 귀절을 메모해두고 수시로 들여다보며 마음을 추스리지만, 글에서 눈을 떼고 현실에 서면 다시금 목소리가 커지고, 마음이 조급해지며, 불이 꺼진 방에서 우울과 뒹군다. 그래서 나는 앞에서, 이러한 책들이 단발적이라 표현했고, 이 책은, 그것들을 근본적으로 서서히 변화시키는 작업을 돕는다는 것에 동조한다. 내 것이면서 제일 내 말은 안 듣는 마음, 어떻게 해야 할까.
"연민은 괴로움에 대한 자연적인 반응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도 표함된다. 자기 연민은 자신을 불쌍하게 여겨 동정하는 것과는 다르다. 순수한 온정, 배려, 그리고 선의로 타인에 대해 갖는 연민과 근본적으로 흡사하다. 자기 연민은 자긍심보다 더 정서적이므로 어려운 상황의 영향력을 줄이고, 괴로움에서 회복하는데 더 큰 힘을 발휘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그러나 정작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을까? 나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는가? 나를 동정보다는 연민으로 이해하고 어루만지고 있는가. 에 대한 답을 속시원히 할 수 없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도무지 되는 일이 없어? 왜 나만 소를 키워야하는 거지, 따위의 자괴, 자기 폄하에 분주했다. 이러한 경우의 괴로움을, 저작물에서의 용어를 도용하자면, '두번째 화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상과는 별개로 괴로움을 스스로 증폭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것으로부터, 즉 두번째 화살로부터 벗어나는 실질적 '자기 연민 강화법'이나 ' 긍정적인 경험을 내면화 하기'는 딱히 좋은 처방이라 하겠다.
읽을 때는 이해되고 덮으면 원래의 나로 되돌리는 명상록, 내면화 과정이 생략되었 때문이었다.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조절하며, 어딘가 감춰져있던 괴로움과 불안을 치유했다면, 이제는 2차적인 심화과정이 필요하다. 이 저작물에 따르면 그렇다. 돗자리 펴고 불 꺼놓고 다른 가족 한 방에 몰아넣고 나 혼자 심취하는 그런 명상이 아니라, 버스를 기다리는 중에도, 점심을 먹고 사무실 한쪽에서 커피향기를 벗삼아서라도 가능한, 그런 지경에 이르는 명상이 되도록 함은 물론이며, 그것을 뇌에 저장, 축적시켜 수시로 끄집어내게 만드는 훈련은 스스로의 반복에 달렸다. 평정심을 가슴에서 뇌로 끌어올려 지속적이고도 강화된, 삶의 질적 풍요로움을 누리고싶다. 평안하고 행복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