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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죽음을 미리 알게 된다면 무얼 하고, 안 하게 될까?
빌린 돈을 먼저 갚을까, 아님 빌려준 돈을 받을까.
싸웠던 사람들에게 화해를 청할까,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까, 라는 생각은 미리 안 죽음이 꽤 남아 있을 경우고,
내가 잘 살아왔는지, 그래서 천국에 들어가는데 지장은 없겠지, 라는 생각은 초현실 이상에 가깝고,
가장 일반적인 凡人의 입장에서 본다면 남겨질 가족을 위해 추억을 만들고, 남기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갑작스런 이별, 그것도 죽음이 가져다 준 것이라면 난 무얼 하고, 무얼 못하게 될까?
제목부터 슬픔을 예감시키는 책이지만
남겨진 하나, 바버라를 향해 동정이나 눈물을 강요하는 책은 아니다.
"죽음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상실을 이겨냈는지 알려주고, 용기를 주는 에세이를" 그녀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찾을 수 없던 책을, 우리는 비로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그녀로 인해.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스스로 떠 안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죽음의 유혹을 받는 사람들에게,
남겨진 삶으로부터 자유롭고 평안하기를 위한 그녀의 기도는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기도가, 그녀에게도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이별 뒤에 그녀는, 고통, 슬픔, 분노와 마주해야 했지만 그것들을 이겨내고
희망을, 힘겹지만 강하게 붙들겠노라고 말한다. 나는 그러라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게 나여도 그럴 수 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여전히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앞섰다.
특히나 가족의 장례식을 ’영혼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옷과 웃음으로 채울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실화라고는 하나, 너무 작위적인 행동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 라면 방구석에 쳐박혀 몇 날을 울어퍼대며
아무도,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녀가 책 속에 넣어 둔 단 두페이지, 몇 장의 사진에서 난 충분히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를 지탱하게 하는 삶의 끈인 추억들과 더불어.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의 기분을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허무맹랑한 이해였다. 그녀의 행동을 섣불리 판단한 것.
미안이 뒤따른다. 조문가서 엉뚱한 말을 위로랍시고 지껄인것처럼 낯 뜨겁다.
가끔이라도 죽음을 생각하면, 조금은 덜 탐욕스럽게, 조금은 덜 이기적이게,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늘 죽음을 염두해둔다면, 너무 건조하고 아플 것같다.
오늘이 영원할 것처럼은 아니어도, 그저 오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다투기도, 웃기도, 울기도, 짜증을 부리기도, 또 받아주기도 하면서 살고싶다.
내 가족...있을 때 잘 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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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나를 독점하고 싶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합당한 요구였다. 고통은 수없는 비수로 내 심장을 찔러대고 나를 아프게 한 다음, 어김없이 선물을 남겨주었다. 깨달음, 새로운 시야, 새로운 방향... 고통이 몰고 온 모든 파도를 다 넘고 나서, 더 이상 쥐어짤 눈물도, 속이 뒤틀릴 기운도 남지 않았을 때라야 비로소 나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지독한 정적 속에서, 지칠 대로 지친 후에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가 이미 다 맛보아서 더 이상 고통이 두렵지 않을 때라야 비로소 그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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