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슬픔은 삼류다

흐린 비 온다

자주 먼 별을 찾아 떠돌던

 내 노래 세상에 없다

한때 잘못 든 길이 있었을 뿐


붉은 간판 아래로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같은 추억이

지나간다 이마를 가린 나무들

몸매를 다 드러내며 젖고

늙은 여인은 술병을 내려놓는다


바라보는 순간

비로소 슬픔의 자세를 보여주는

나무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술을 마신다

모든 슬픔은 함부로 눈이 마주치는 순간

삼류가 된다


가을이 너무 긴 나라

여기선 꽃 피는 일조차 고단하고

저물어 눕고 싶을 땐 꼭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잎사귀가 허물면서 나는

오래전에 죽은 별자리들의 안부를 생각한다


흐린 비 온다

젖은 불빛들이 길을 나선다

아무도 듣지 않는 내 노래 술집 쪽으로 가고

추억 쪽에서만 비로소 따뜻해지는

내 슬픈 잎사귀 또 비에 젖는다


              - 상처적 체질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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