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존재의 어두운 시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 세손(하늘마루)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수많은  눈꺼플 밑에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릴케의 묘비명이다. 그의 자작시이기도 하다.

장미는 릴케에 있어서 매혹과 사색을 뜻하는 꽃이란다.

아니러니하게도 그는 장미가시에 찔려 그것이 병이되어

영면하였다고 한다.

 

책장을 뒤적이다 한권의 시집을 찾아들었다.

지인이 큰아이가 태어날 무렵 선물한 시집이다.

내 존재의 어두운 시간.. 라니너 마리라 릴케의 시집이다.

릴케는 고독과 불안, 절망과 사랑으로 점철된 삶을 살며,

미지의 신에 대한 갈망으로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시를 쓴다.


내 존재의 어두운 시간


내 존재의 어두운 시간을 나는 사랑한다.

내 온몸을 감아도는 어두운 시간을.

옛 편지에서처럼..

그 시간 속에서는

날마다 나의 생활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리고

전설처럼 멀리 기쁨이나 슬픔에서 벗어나 있다.


이 어두운 시간에서 나는 깨닫는다.

시간을 초월한 그 이상의 삶이 내게 있음을.


때로는 나는 한그루의 나무와 같다.

괴로워하며 성숙하고 살랑거리며

무덤에 꿈을 채워주는 나무와 같다.

그 꿈은 지금 이 세상에 없는 소년이

(아아, 무덤속의 소년을 나무뿌리가 따뜻하게 감싸주고 있다.)

슬픔과  노래 속에서 잃었던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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