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별곡 푸른도서관 26
박윤규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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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 이름엔 별이 있다>로 처음 만났던 작가의 최근 신간이다.

<내 이름엔 별이 있다>에서 박윤규 작가의 인생에 대한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시선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이렇게 독특한 새로운 형식에 도전한 신간을 만나니 참으로 즐겁다. 
<천년별곡> 처음엔 그저 우리의 옛 곡조인 별곡을 본 따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나 애닮은

이별을 노래한 줄 알았다. 하지만 보여 지는 게 다가 아니었다.^^;;

먼저 ‘별곡’에 대해 알고 책을 읽는 것이 <천년별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원래의 곡, 즉 원곡(原曲)과 전연 내용이 다르게 만들어진 곡이라는 뜻으로, 보통 한글로 기록된 고려의 속요(俗謠)를 일컫는다. 고려 초기의 《서경별곡(西京別曲)》 《청산별곡(靑山別曲)》 《정석가(鄭石歌)》 《가시리》 《이상곡(履霜曲)》 《쌍화점(雙花店)》 《정과정곡(鄭瓜亭曲)》 《동동(動動)》 《처용가(處容歌)》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별곡이라는 명칭은 비단 여요(麗謠)뿐만 아니라, 경기체가(景幾體歌)인 《한림별곡(翰林別曲)》 《관동별곡(關東別曲)》 《죽계별곡(竹溪別曲)》 등에도 쓰이고, 조선시대에 일반적으로 가사(歌辭)라 일컫는 정철(鄭澈)의 《성산별곡(星山別曲)》과 《관동별곡》, 양사언(楊士彦)의 《미인별곡(美人別曲)》, 백광홍(白光弘)의 《관서별곡(關西別曲)》, 이황(李滉)의 《환산별곡(還山別曲)》 등에도 쓰여 그 적용범위가 매우 넓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 형식과 내용면에서의 차이 때문에 경기체가는 ‘별곡체’라는 이름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즉, ‘별곡’은 자연과 인간만사를 정교하게 그린 민요체로 된 자유시로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진지하고 소박하게 표현한 내용이고, ‘별곡체’는 한문체로 된 전 8연의 구성으로 각 연의 끝을 “위 景긔엇더니잇고”로 맺고 있으며, 귀족 양반들의 유흥 적이고도 향락적인 생활양식과 심상을 읊은 내용이다.’
----(두산백과사전 EnCyber & EnCyber.com에서 담아 왔어요.)

<천년별곡>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별곡의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 ‘시소설’로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리움을 이토록 감동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니 새삼 박윤규 작가

의 역량에 놀라움을 느낀다.
박윤규 작가의 시인으로서의 안목과 역사서를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그의 저력이 이루어

낸 아름다운 시로 표현된 소설인 것이다. 굳이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중학생 이상이라

면 누구라도 좋은 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우리나라에서 거의 시도하지 않은?? 장르의 ‘시소설’이라 그 기대가 더 큰 것 같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잘 아는 <청산별곡>, <가시리>, <정읍사> 등이 저절로 떠오르는데 그것은 이 <천년별곡>의 뿌리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박윤규 작가의 독창적이고 섬세한 솜씨가 더해져 이렇게 멋진 시소설 작품이 탄생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천 년 왕조의 후궁의 딸 이었답니다.
하루하루를 갑갑한 궁궐 별궁에서 연못을 돌며 물에 얼굴을 비춰보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고 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천 년 왕조가 망한다는 소문이 쫘했고, 어머니와 난 호위무사의 보호를

받으며 별궁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답니다.
오~ 그런데 그 호위무사는 내가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바로 그이였답니다.
세상은 어지러웠지만 나와 호위무사는 태백산 장군봉에서 사랑을 싹틔웠답니다.
하지만 그 사랑도 잠시 위험에 빠진 아바마마를 구하러 그이는 떠나야 한답니다.
나는 태백산 장군봉의 주목나무처럼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기다리고 기다린다고요.
그이도 ‘돌아오고 돌아온다고... 살아서 못 온다면 혼령이라도 훨훨 그대 품에 오겠노라’고
다짐하고 떠나갑니다. 
태백산 깊은 골짜기에서 내 사랑과 보낸 백 일을 잊지 못하고 나는 백발이 될 때까지

그를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나는 죽어서도 그이를 기다려야 하기에 태백산 장군봉의 주목나무로 다시 태어나길

간청하여 주목나무로 다시 태어납니다.

 
주목나무로 살아가던 그 숱한 시간 동안 나는,
오랑캐를 무찌르고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겠다던 청년 무사와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기도드리러 온 동자꽃 아이,
일편단심을 맹세했지만, 무너져가는 나라와 임금을 지켜주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노선비,
우리나라를 침략해 와서 태백산 정기를 끊어놓겠다며 나에게 칼을 겨누던 섬나라 장수 등.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보내기를 반복했어요.

천 년이 다 되어갈 즈음...
나는 지나온 세월보다 몇 배는 더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기다림에 지쳐 원망의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난 그이가 미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시들고 갈라지고 야위어갔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사랑이 소년병의 모습을 하고 날 찾아왔어요.
병사들에게 쫓겨 주목나무인 내 안으로 그 소년병이 숨어 들어왔을 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답니다. 그가 내 사랑임을 말입니다.
그와 나는 드디어 오래도록 애달팠던 기다림을 넘어 하나가 됩니다.
그러다 난 깨달았어요. 지난 천 년 동안 그는 나를 여러 번 찾아 왔었다는 것을...
그는 거듭 거듭 태어나 사는 한 번도 빠짐없이 나를 찾아왔던 거랍니다.
동자꽃 아이로, 섬나라 장수로, 늙은 충신으로, 청년 무사가 되어서도 말입니다.

이제 나는 그를 웃으면서 보냅니다.
내 사랑을 깨달은 나는 뿌리부터 우듬지까지 가득 채우고...
사랑을 다하여 사랑한 내 사랑, 천년의 가시버시(부부) 인 것을 알기에... 

이 책에서 또 한 가지 ‘아으 동동다리’, ‘아소 님하’, ‘얄리 얄리 얄라셩’,
‘다롱디리 우셔마득 사리마득 너즈세’,
‘위 두어렁셩 다롱디리 덩더둥셩 다롱디리’ 등 고려가요 후렴구는 이 글에 애절함과
오랜 세월의 긴긴 기다림을 한층 더 느끼게 해준다.

난 이 책 <천년별곡>이 참으로 좋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애절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우리의 별곡이라는 형식에 맞춘 그 새롭고 독특한 형식에 반했다고나 할까? ^^

혼자서 중얼중얼~ 읽고 있으니 작은 아들 녀석이 뭔가? 하면서 쳐다본다.
이 책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출간 된 것 같은데 어른들에게도 마음 속 깊은 곳에 감동을
전해주리라 믿는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사랑에 대한 좋은 표본이 되지 않을까?
아직 사랑이 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사랑이란 결코 가벼이 쉽게 하는 게 아니라는

잔잔한 울림을 전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새들아 사랑하렴.
나비, 꽃들아 사랑하렴.
나무도 사랑을 한단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아,
사랑을 다해 사랑하여라.
그리하면 스스로 사랑이 되리니
모든 생명은 마침내 사랑으로 완성되리니......
흉보지 마세요.
무시하지 마세요.
애오라지 천 년을 사랑으로 살아온 주목나무 말이니
한 번즘 너그럽게 고개 끄덕이며 들어주세요.’ - 112쪽

책을 다 읽은 후에 표지의 주목나무를 보니... 참으로 애틋한 마음이 밀려온다.

 



그리고 사진 해상도가 떨어져서 느낌은 별로이지만, 실제 주목나무 랍니다. (네이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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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8-10-3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주몽나무??ㅋㅋ

사랑을 다하여 사랑하여라..마음에 새김니다.

뽀송이 2008-11-02 17:21   좋아요 0 | URL
^^ 처음에 저도 주몽나무?? 했답니다.^^;;
책이 참 독특하면서도 애틋해서 읽어 볼만 했어요.
아직 시소설이라는 장르가 익숙하지 못해서 느낌이 서툴긴 했지만 말입니다.^^;;
배꽃님~~~ 여기 부산은 갑자기 날이 으슬으슬~ 해지고 있어요.
비가 올 것 같기도 합니다.ㅡㅡ;;;
따스한 차 한잔 마셔야 겠어요.^^
사랑을 다하여 사랑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은 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