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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랑 흑구랑 ㅣ 책읽는 가족 29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8년 9월
평점 :
이번에 새로운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이는 <영구랑 흑구랑>은 책을 보는 독자들에게도 반가운 일이지만 저자인 이금이 작가에게는 참으로 의미 있고 기쁜 일이지 싶다.
1991년에 ‘현암사’에서 이금이 작가의 첫 동화집으로 우리 곁에 온 <영구랑 흑구랑>은 그 동안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오면서 2002년 ‘푸른책들’에서 개정판이 한 번 나온 뒤 다시 이번에 김재홍 그림 작가의 친근하면서도 멋진 그림과 함께 예쁘게 출간되었다.
이 책 <영구랑 흑구랑>이 처음 나올 때 이금이 작가의 따님이 태어나서 지금 열여덟 살 이이라고 하니 그 동안 독자들로부터 잊혀 지지 않고 사랑 받아 왔다는 기쁨이 무척 크겠다싶다. 참으로 축하드리고 싶은 일이다.
<영구랑 흑구랑>에 실린 ‘봉삼 아저씨’로 동화 작가가 되었고, 이 책에 실린 ‘송아지 내기’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그리고 올 해 3월에 <송아지 내기>가 김재홍 그림 작가의 정겨운 그림과 함께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이래저래 이금이 작가의 마음이 많이 뿌듯하시겠다. 덩달아 애독자인 나도 기쁘다.^^
<영구랑 흑구랑>에는 ‘영구랑 흑구랑’, ‘송아지 내기’, ‘봉삼 아저씨’와 더불어 모두 열다섯 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이 책에는 농촌 아이들의 모습이 순수하면서도 정답게 그려지고 있다. 점점 도시 아이들에게서 멀어지는 시골. 예전에 내가 아이 적에는 방학만하면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가고 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아이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막상 도시 아이들에게 물으면 “시골이 뭐가 좋아요?” 라고 되묻는 걸 보면 시골에 대한 그리움은 부모들 마음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도시 아이든 시골 아이든 꼬마 독자들을 편 가르지 말고 그냥 읽어보면 좋겠다.
엄마와 함께 부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가면서 말이다.
- 홍수에 떠내려가는 염소 흑구를 구해 내 친동생처럼 보살펴 주는 영구도 만나고,
- 사람들이 ‘애꾸눈 홀아비, 동네 머슴’ 이라고 놀리는 복동이 아버지의 선행을 진심어린
눈으로 볼 수 있는 동수도 만나고,
- 산적 아저씨에게 엄마를 잃을까봐 마음 조여서 진심으로 다가오는 산적 아저씨의 딸 소영이에게 미안한 일만 하고 마는 종수도 만나고,
- 영도 할머니와 겁도 없이~ 송아지 내기를 하다가 혼쭐이 나는 동해도 만나고,
- 공부 잘하는 언니와 삼대독자인 동생 기웅이 사이에서 외롭고 지친 주인공 민영이와 그런 민영이를 꼬~옥 안아주는 아빠도 만나고,
- 가뭄이 극심한 어느 여름날 한밤중에 몰래 친구의 논에 물길을 터주는 준식이도 만나고,
- 아빠와 함께 고향 가는 길에서 시골의 별빛을 보면서 좋아하는 나래도 만나고,
- 호박꽃 속에 반딧불이를 넣고 엄마와 아빠가 말하던 무지개길을 떠올려 보는 예슬이도 만나고,
-나무 발치에 쌓여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노란 은행잎을 보면서 꿋꿋하게 은행잎을 팔지 않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 것 같은 민이도 만나고,
- 멋진 수석을 주우러 갔다가 어떤 수석 모으는 할아버지를 보게 되고 그 할아버지를 통해 ‘무엇 하나 뜻 없는 것은 없다’라는 마음을 안고 오는 용재도 만나고,
- 종이 봉지에 갇혀 답답하게 자라는 배를 보고는 학원과 공부에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와 같다고 느끼는 민섭이도 만나고,
- 물만 먹고도 쑥쑥 자라는 콩나물을 보면서 작은 즐거움을 알게 되는 보라도 만나고,
- 북한이 고향이라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작은 할아버지에게 희망이 되고 싶은 준이도 만나고,
- 작은 할아버지와 칠뜨기 아저씨와의 비밀을 알게 되어 혼란스러운 정애도 만나고,
- 아빠와 어린 시절 친하던 봉삼 아저씨가 보고 싶던 영아는 화상 자국으로 얼굴이 이상한 봉삼 아저씨를 보고는 처음엔 무서워 밀쳐냈지만 아빠를 구하고 대신 불길에 휩싸여 화상을 입은 사실과 봉삼 아저씨의 진심어린 친절을 알고 마음을 열게 된다.
특히, 이금이 작가가 이 책에 실린 ‘영구랑 흑구랑’과 ‘봉삼 아저씨’로 동화 작가가 되었다니 이금이 작가의 데뷔작을 보는 재미도 솔솔~ 하다.^^
이렇게 이 책에는 정겹고, 진솔한 사람들과 순수한 마음의 아이들이 있다.
시골 아이들이라 순수하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꽉 짜여 진 생활 속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도시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 다가갈 시간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서로 웃고 떠들면서 우정을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랜만에 시골을 배경으로 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게 되어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잔잔히 밀려오는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 그리움도 들려주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