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 메타포 2
클라라 비달 지음, 이효숙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책을 읽고 조금 놀라웠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장소설에 나쁜 엄마에 대해 이렇게 직접적으로 묘사된 책을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것 같아서다.

사람은 서로 관계를 맺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
더군다나 가족은 우리가 선택할 수도 없을뿐더러 서로 마음으로 이해하고 위로해가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하는 사이이다.
가족 간의 대화 단절, 자식에 대한 과잉보호와 부모에 대한 존경심 결여, 그리고 무엇
보다 자기위주의 가치관이 불러 온 현 시대의 아픔은 우리 모두의 해결 과제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멜리’가 안타까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으면서 일이 나아지기를, 엄마가 분홍엄마(‘좋은 엄마’를 멜리는
이렇게 부른다.)로만 있어주기를 자심만의 주문을 외우면서 점점 고립되고, 병들어 간다.

그러니까 멜리에게는 엄마가 둘이다.
‘어느 때는 분홍빛의 상냥한 엄마이고, 어느 때는 검은 빛의 악독한 엄마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중적인 모습을 크든 작든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멜라 엄마처럼 심한 감정의 기복을 보인다면 그런 엄마에게서 받을 아이의
충격과 아픔 또한 크리라.
멜리는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병들고 야위어간다.
“분홍 엄마, 분홍 엄마......”라고 말하면서 방안을 열 바퀴 돌고,
“검은 엄마, 검은 엄마......” 라고 말하면서 방안을 열 바퀴 돈다.-21쪽
멜리는 엄마가 분홍엄마만 있기를 바라면서 수많은 자신만의 의식을 행한다.
낮에는 모든 것을 셋씩 세는 버릇,
여러 차례 계속해서 문을 여닫고,
복도에 걸린 그림을 모두 만지며 지나가고,
끊임없이 안경을 닦는 멜리...... -54~55쪽
그리고 멜리는 “나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의식의 시작과 끝에 주문을 외운다.

세상의 거의 모든 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다가도 어쩔 땐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잔소리도 하고, 가끔은 체벌도 하게 된다. 그것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멜리 엄마도 그런 엄마이긴 할 것이다. 조금 더 감정 기복이 심한 엄마일 뿐 분명 모성이 있는 마음 약한 엄마일 것이다. 문제는 엄마뿐 아니라 멜리에게도 있는지 모른다. 열다섯 살이라는 여자아이의 나이 또한 감정의 기복이 심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멜리가 그다지 이상할 것 없는 일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아빠도 엄마도 친구도 할머니까지도...... 멜리가 말하는 엄마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많은 오해가 오고 간다.
하나에서 열까지 서로를 다 알고, 이해시키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와 딸의 복잡한 감정관계를 잘 읽어내고 풀어나간 점이 이 책의 가치일 것이다.

마음의 병을 얻은 열다섯 살의 멜리는 급기야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위해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간다. 화사하고 완벽하게 차려 입은 엄마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은 지극히 평범한 멜리가 함께 말이다.
밝은 대기실.
“안녕하세요! 우리 차례입니다.”
“이 아가씨 차례인 걸로 아는데요.”
“네. 네. 그런데 가능하면 제가 먼저 선생님과 얘기하고 싶은데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기다리실 필요도 없어요.
제 생각에는 이 아이는 혼자서 집에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걸요.”
“좋아요, 좋아. 그럼 저는 가겠습니다.”
“자, 들어오렴. 난 엘렌이란다. 네 이름은 뭐지?” 121쪽

‘나쁜 엄마’를 인정할 것이냐, ‘나쁜 아이’로 남을 것이냐.’
멜리는 분명 자신을 괴롭히던 나쁜 엄마를 인정하게 될 것이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될 길을 찾을 수 있으리라. 나도 그러했고, 그런 엄마이기도 했고(다소 강도는 약했지만...^^;;), 그러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성장해 나왔으니 말이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면......
‘이 책을 읽으면서 성숙이란 ’나‘에서 벗어나 ’우리‘로, 그리고 점점 더 큰 ’우리‘로 이해와 관심의 폭을 넓혀가는 것임을 성찰해 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박노해 시인은 10년 전쯤 이런 말을 했다.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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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향기 2008-03-2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나쁜 엄마일때가 좀 많지 않았나 싶은 제가 꼭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네요......^^;;

뽀송이 2008-03-26 18:58   좋아요 0 | URL
앗! 향기님 오랜만입니다.^^
요즘 제가 하는일 없이 너무 바빠서 자주 못들어 왔거든요.^^;;
이 책 한번쯤 읽어 볼만 합니다.
저희 작은 아들은 읽고는 슬프다고... 멜리가 불쌍하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