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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거울 ㅣ 메타포 1
미하엘 엔데 지음, 에드가 엔데 그림, 이병서 옮김 / 메타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거울 속의 거울> 처음엔 신선했다. 그러더니 약간 어려웠고, 나중엔 가슴에 스며들어
왔다. 거울 속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싶은 충동으로 무작정 따라해 본다. 묘한 느낌...
수많은 거울 속에 거울들... 그게 바로 우리네 삶의 모습인가?
30여 편의 단편들이 거울 속 거울들처럼 그렇게 한 곳으로 속에 있고 속에 있다.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모모>와 <자유의 감옥>으로 만나게 된 미하엘 엔데는 조금
어려운 작가다. 그의 이야기는 동화인 듯 하면서도 철학적이고 사유 적이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 <거울 속의 거울>에는 그의 아버지인 ‘에드가 엔데’가 그린 그림들
이 책 중간 중간 들어있어서 그림과 글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느낌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역자는 ‘이 안에서 어떤 그림을 보느냐, 몇 개의 그림을 만들어 내느냐는 전적으로 읽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책과 독자는 서로 상대를 비추는 거울이기에 그렇다.’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보았는가?
미하엘 엔데는 동화작가로 먼저 만나서 그런지 자꾸 동화 쪽 시선으로 읽혀지려고 했는데 이 책은 동화가 아니다. 그의 삶의 철학이 스며든 매력적인 작품이다.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이 필요하다면 권해주고 싶다.
내 마음을 사정없이 흔들어버린 9neun
‘습지처럼 어두운 어머니의 얼굴이다...... 남편이 암소 한 마리를 잡는다......
남편은 난로 위에 누워 잠을 잔다. 어머니는 다시 아이 둘을 낳는다.
암소들이 씹고 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도살한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그것을 먹어 치운다.
개도 한 토막 얻어먹는다. 남편은 자기 실수를 깨닫고 가축우리로 가서 술에 취한다......
그가 자는 사이 제일 큰 딸이 탁자 위로 기어오른다......
딸이 아이 둘을 낳는다......’ (110~112쪽)
아픈 존재이고 슬픈 존재인 그녀는 바로 우리네 엄마들이다. 그리고 나인 것이다.
허무한 인생, 허상을 쫓는 인생, 욕심이 부른 인생, 머뭇거림으로 후회하는 인생......
그러다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는 인생들이 다 불타 버린다. 불타버린 후에 꿈에서 깬다??
길고 길었던 인생의 답사... 거울 속 거울들 속의 나는 과연 살아 있는가??
“아무도안이요.(?) 아무도 아닌 사람.” 이렇게 말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는가??
미안해, 다락방, 암석, 습지, 행성, 결혼식, 전시회, 물고기 눈을 가진 사내, 매춘, 여왕, 뱃사람, 배우들, 서커스, 눈 덮인 평원 위...... 이 많은 것들 속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가는 나 자신의 문제다. 내가 얼마나 볼 수 있는가는 오로지 책 속에서 길을 잃지 않아야 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물론, 꿈도 아니고, 진짜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난 다시 이 책을 읽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