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 홀러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5
샤론 크리치 지음,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나는 책이 주는 감동이 서정적이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들이 읽고, 그 감동을 함께 나눈다면 더욱 흐뭇하다.
그래도 책은 감동이 있었으면 좋겠고, 가능하다면 아이들이 읽는 책은 따스한 결말이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나에게 오랜만에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꽤나 멋지고, 향기로운 책이 찾아왔다.

음... 이 책은 얼마 전에 읽은 <바다 바다 바다>의 저자 ‘샤론 크리치’의 청소년소설이다.
사실 이 책은 청소년소설, 동화, 성인소설이라는 분류 자체가 의미가 없을 것 같은 누가 읽더라도 좋을 법 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루비 홀러’ 책 제목이기도 한 ‘루비 홀러’에서 펼쳐지는 따스하고도, 향기로운 그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단숨에 읽어버린 멋진 책이다. (‘루비 홀러(holler)’는 ‘계곡’이라는 뜻 외에 ‘고함치다’ 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고약한 ‘트레피트 부부’가 운영하는 ‘복스톤 크릭 고아원’에 ‘댈러스의 플로리다’라는
‘말썽꾸러기 쌍둥이 남매’라 불리는 두 주인공이 있다.
조용하고 상상을 많이 하는 쌍둥이 오빠 ‘댈러스’와
시끄럽고 말이 많아 항상 말문이 터질듯이 입술을 실룩거리면서 온갖 표정으로 가득 찬
얼굴은 놀라운 것이나 싫은 것까지 즉시 드러내고 마는 쌍둥이 여동생 ‘ 플로리다’는

여러 차례 입양되었다가 고아원으로 되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어른들에게, 세상에
삐뚤어진 마음을 가득 채워버린다. 두 아이는 서로 둘에게만 의지하면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트레피트 부부에게 이런 남매는 정말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매일매일 뛰지 않고, 소리치지도 않고, 던지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고, 떨어뜨리거나 흘리지도 않고 살 수 있나요?” 라는 불가능한 희망을 갖고 있는 트레피트 부부는 무엇이든 ‘규칙’만 강조한다. 이런 고아원에서 호기심 많은 개구쟁이 남매에게 넘쳐나는 것은 오로지 ‘벌’ 뿐이다.

어느 날, 이런 댈러스와 플로리다에게 루비 홀러에 사는 노부부 ‘틸러와 세어리’가 찾아오고 그들은 함께 노부부의 집이 있는 루비 홀러에 가게 된다.
노부부 틸러와 세어리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다 자라 멀리 떠나고, 이제 루비 홀러를 벗어나 조금은 큰 모험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모험여행에 틸러와 세어리는 각자 댈러스와 플로리다를 데려 가기로 한다. 아직 한 번도 서로 떨어져 본 적 없는 댈러스와 플로리다는 따로 떨어져 가야하는 이번 여행이 부담스럽다.
거기다가 아직 두 아이는 이 노부부의 진심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여태까지 만났던 양부모들이랑은 뭔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따스하고 맛있는 식사와 마음을 담은 다정한 말과, 남매를 위한 새 물건들과 배려들을 보면서 서서히 아이들은 어쩌면 이번은 다를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가져본다.

사람은 진심을 담은 말을 들을 때면 행복한 마음이 든다.
댈러스와 플로리다가 나무로 만든 인형을 부러뜨렸을 때도, 실수로 노부부의 추억이 담긴 은행나무를 베었을 때도, 창고의 창문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을 때도, 그리고 노부부를 떠나 자유롭고 싶어서 집을 나와 산속에서 길을 잃고 잠이 들었다가 깨어났을 때도...
늘 곁에서 온화한 미소로 남매를 품어주는 틸러와 세어리를 보면서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우리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평온하게 감싸주고 있는가?’
이 책은 분명 세상과 어른들에게 받은 불신의 상처를 안고 있는 쌍둥이 남매의 성장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는 이야기로 느끼게 하는 노부부의 시선이 꽤나 신선하고, 감동적이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등장인물들이다.
댈러스와 플로리다, 틸러와 세어리, 트레피트 부부, Z씨 등의 개성 넘치는 인물이나 성격 묘사는 볼거리를 충분히 더해주고 있다.

거기다가 세어리 부인이 만드는 묘약 같은 요리들과, 노부부가 돈을 숨겨두는 곳과, 플로리다의 ‘짜증나는, 거지같은, 억만년...’ 이런 말투들이 차츰 변화해 가는 과정과, 본격적인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예행연습으로 짧게 떠나는 여행이 책 곳곳에 숨어 즐거움을 준다.
그들은 정말 진짜 여행을 떠났을까? ^^
그리고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특히, 빨간 페인트 이야기는(68쪽) 어찌나 재미있던지 한참을 웃었다.) 책을 읽는 내내 웃게 만든다.

쌍둥이 남매가 실수로 노부부가 돈을 산 속 돌 밑에 묻어둔 걸 트레피트씨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조마조마했고, Z씨가 계획적으로 노부부의 돈을 가로채려는 트레피트를 골탕 먹이는 장면에서는 어찌나 통쾌하던지... 그런데 Z씨는 과연 누구일까? ^^

이 책은 나에게 조금은 크고 색다른 감동을 주었다.
‘댈러스와 플로리다’가 노부부 ‘틸러와 세어리’의 진심어린 사랑에 조금씩 눈 떠가면서도 ‘양부모들은 다 똑같아’ 라고 말하면서 밤기차를 타고 루비 홀러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길을 나섰다가 산 속에서 길을 잃고, 서로 말을 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한 가닥 희망을 안고 침낭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바로 곁에서 틸러와 세어리 부부가 맛있는 베이컨을 굽고 있던 장면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거의 330쪽에 달하는 긴 소설이지만, 단숨에 읽혀버려 더 아쉬웠던 멋진 책이다.
쌍둥이 남매와 노부부가 서로에게 다가가 마음을 전하고, 그 마음이 서로 통해 진심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더 없이 큰 기쁨과 흐뭇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학년 이상의 아이가 있다면 꼭!! 한 번 읽기를 권해주고 싶은 가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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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9-29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옆구리가 마구 찔리는 리뷰에요!!!ㅜㅜ
추천~.

뽀송이 2007-09-30 10:08   좋아요 0 | URL
나비님^^ 굿모닝!
편안히 잘 주무셨어요.^^
저도 이 책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좀 더 아이들에게 옆지기에게 정서적으로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고 할까요.^^;; 암튼!! 권해드리고 싶은 멋진 책입니다.^^
나비님~~ 추천 고마워용.^.~

순오기 2007-09-30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저도 손에서 놓을수가 없어서 추석 전날 기차타고 가면서도 읽었어요~
근데 K씨가 아니고 Z씨 아닌가요? ㅎㅎ

뽀송이 2007-09-30 10:10   좋아요 0 | URL
넵!! 정말 아주 많이 마음에 드는 책이었어요.^^
헤헤^^;; 그러네요. Z씨네요.^^;;
리뷰를 정신없이 쓰다보니 순오기님 고마워요.^^
휴일인 오늘도 보람있고, 즐거운 날 되셔요.^.~

헤헤혜경 2007-09-30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순오기님 서재에서도 본 책이네요. 좋은가봐요.
진심으로 평온하게 감싸주는 엄마인가, 나는?? ^^

뽀송이 2007-10-02 16:36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에 참 좋은 책을 읽게 되어 즐거웠답니다.^^
초등고학년 이상이라면 누구라도 괜찮을 책입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호호혜경 2007-10-02 22:0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뽀송이님, 저에요, 저 혜경이요^^
잠시 약간의 변장을 했더니 못 알아보심 어떡해요.ㅎㅎ

뽀송이 2007-10-03 09:58   좋아요 0 | URL
아니...ㅡ..ㅡ
혜경님 왜 이케 보여요????
난 바본가봐요...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