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데로 임하소서 (무선) 문학과지성사 이청준 전집 17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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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높이에 임할수록 낮은 곳을 보지 못한다. 감추고 거짓말하고 성내고 잘못없다고 우긴다. 그들은 한번도 낮은 곳에 임한 적이 없다. 낮은 곳은 명문학교, 고시를 통과한 신분층에게는 온통 캄캄하고 어둡다. 그들은 사고가 나도 만천명월을 보지 못한다. 팔짱끼고 두번 세번 모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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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최양일 감독 / 와이드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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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재외동포청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이 자국민의 안전과 보호에도 안하무인인데 외국인인 동포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화성 리튬전지 공장 사고의 외국인은 대부분 조선족이다. 그들은 주로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한반도를 떠나 중국에 정착한 한국인들의 후손이다. 국적이 중국이다 보니 이들에게 동포라는 의미는 사실상 없다. 불법하청으로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다.

대통령은 물론 고위공직자일수록 밤하늘 높이 뜬 달처럼 낮게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정조는 겉으로라도 만천명월주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백만이 넘도록 개달리는 대통령 탄핵 청원이나 연거푸 거부되는 채상병 특검법에서 보듯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로 갈수록 얼굴에 방탄을 하고 자기와 그 가족, 그 주변을 각종 인맥으로 엮어 입신양명만을 쫓을 뿐이다. 그들이 일개 사병이나 9급 공무원으로 낮은 곳에서 시작했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고급 인력을 육성한다는 명문대나, 사관학교, 외교원, 경찰대 등 특수학교는 사실은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한 엔터키일 것이다. 과거에 학연 중심의 파벌이 붕당이란 정치세력으로 결집하여 부정적 역사를 구축한 바 있다. 고유명사가 돼 버린 정치검찰, 검찰국가, 검찰정치의 행태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과거제인 고등고시(5급 공무원 공채)도 그런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서울대 입학, 고시 합격은 전형적인 출세길이었다. 졸업 전에 고시에 전념하며 높은 자리를 향한 욕망으로 불태운다. 그 결과 공직에는 있어서는 안 될 괴물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은 갖은 이유를 대며 병역을 힘들이지 않고 잘 피해나간다. 그런 초고속 인생이 황제수사로 논란이 되던 때가 있었다. 고시와 더불어 사관학교, 외교원, 경찰대 등 특수학교 졸업은 동시에 전형적인 능력주의의 혜택을 부여하며 현대의 귀족을 배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시를 일으킨다. 전근대적 신분제에 비해 법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일개 사병이나 9급 공무원과 배타적인 신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토쿄든 서울이든 한국 어디든 그런 달빛 아래 보통 사람들의 하루는 결코 쉽지 않다. 화성 화재사고의 조선족 희생자든 여기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는 강충남이든 어찌 보면 눈물나게 비루하다. 명문대와 고시를 일사분란하게 통과하고 높은 자리로 쉼없이 달리던 자에게는 참으로 하찮을 것이다. 자기가 한번도 살아보지 않았고 잠시도 눈길도 주지 않았던 사람에게 낮은 곳은 캄캄하고 어둡기만 하다. 대입시험 만점자가 검사며 국회의원이며 장관이며 높은 자리로 영전하지만 잘못된 것을 두고 뻔뻔하게 옳다고 한다. 두번 세번 가로저으며 자기는 모른다고 한다. 어디 감히 너희가 공무원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너희는 문벌이라 불리던 계급사회의 첨단 귀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세기가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부디 공무원이라면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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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117호 - 2024.봄 - 사회적 우울
이광석 외 지음, 『문화/과학』 편집위원회 엮음 / 문화과학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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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300억, 400억 고급주택은 종종 셀럽의 자랑거리다. 공인이라 말하지만 어떻게 그들이 공인일까? 그들의 부동산 투자는 시장의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공인이라면 봉사할 만한 주거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연예나 스포츠는 가장 사랑받아 왔지만 사회적 우울을 잠시 가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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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코 다케시 단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가이코 다케시 지음, 인현진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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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으로 화려한 오에 겐자부로에 비해 덜 알려진 동시대 작가다. 그의 관심은 전후 조직사회 속의 인간군상 탐구에 있다. 마스무라 야스조의 영화 거인과 장난감은 일종의 경제소설인 그의 단편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의 근대소설과 완전히 다른 결을 그리며 당시로써는 상당히 새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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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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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야마 사부로 이후 기업소설을 잘 다루는 작가들이 있었다. 그들의 어깨 못지않은 이케이도 준의 소설들은 거의 모두 극화되어 웹툰의 인기를 뺨칠 정도다. 아무리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지만 미야베 미유키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건설업계의 담합을 다룬 철의 뼈, 대기업 자동차 제조사의 차량결함 은폐를 다룬 하늘을 나는 타이어 등 문학적으로 보기에도 빼어난 작품들이 있다. 그외에도 잃어버린 30년을 배경으로 한 해운기업의 역정을 다룬 아키라와 아키라, 한 버선기업의 위기와 혁신을 다룬 육왕 등. 그 풍요한 자리에 변두리 로켓도 빼놓을 수 없다. 수험서 외에 책을 읽기 힘든 시대에 종이를 넘어선 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겠다. 한국만 해도 대부분 생산수단을 소유한 기업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할 수밖에 없기에 책을 쫓을 여유가 없다. 그나마 한국 사회의 좁은 문을 비집고 나온 샐러리맨 생활도 인간의 젊음이 유지될 때까지만 그렇다.

기본적으로 문학은 인간의 살아있는 삶인 경제와 먼 위치에 있다. 현대의 소설가들은 대부분 문창과 출신인지라 당연히 그 거리감은 더하다. 소설가의 딜레마는 대개 배우처럼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다루기 때문에 그 공포가 콤플렉스가 생길 정도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SF소설, 추리소설, 역사소설의 형태를 띨 때가 많다. 물론 과학기술에 밀착한 인간 세계를 사실적으로 다루는 리처드 파워스 같은 특이한 작가도 있다. 이케이도 준도 데뷔작인 끝없는 바닥이나 샤일록의 아이들처럼 추리소설의 형태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 여러 곳에서 보듯이 은행과 기업의 세계가 사실적으로 다루어진다. 한국에도 클래식한 경제소설을 쓴 김준성 같은 작가가 있지만 최근 월급사실주의 계열의 소설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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