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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최양일 감독 / 와이드미디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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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미 재외동포청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이 자국민의 안전과 보호에도 안하무인인데 외국인인 동포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화성 리튬전지 공장 사고의 외국인은 대부분 조선족이다. 그들은 주로 일제강점기의 영향으로 한반도를 떠나 중국에 정착한 한국인들의 후손이다. 국적이 중국이다 보니 이들에게 동포라는 의미는 사실상 없다. 불법하청으로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일 뿐이다.
대통령은 물론 고위공직자일수록 밤하늘 높이 뜬 달처럼 낮게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정조는 겉으로라도 만천명월주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백만이 넘도록 개달리는 대통령 탄핵 청원이나 연거푸 거부되는 채상병 특검법에서 보듯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 위로 갈수록 얼굴에 방탄을 하고 자기와 그 가족, 그 주변을 각종 인맥으로 엮어 입신양명만을 쫓을 뿐이다. 그들이 일개 사병이나 9급 공무원으로 낮은 곳에서 시작했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고급 인력을 육성한다는 명문대나, 사관학교, 외교원, 경찰대 등 특수학교는 사실은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한 엔터키일 것이다. 과거에 학연 중심의 파벌이 붕당이란 정치세력으로 결집하여 부정적 역사를 구축한 바 있다. 고유명사가 돼 버린 정치검찰, 검찰국가, 검찰정치의 행태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상 과거제인 고등고시(5급 공무원 공채)도 그런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서울대 입학, 고시 합격은 전형적인 출세길이었다. 졸업 전에 고시에 전념하며 높은 자리를 향한 욕망으로 불태운다. 그 결과 공직에는 있어서는 안 될 괴물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들은 갖은 이유를 대며 병역을 힘들이지 않고 잘 피해나간다. 그런 초고속 인생이 황제수사로 논란이 되던 때가 있었다. 고시와 더불어 사관학교, 외교원, 경찰대 등 특수학교 졸업은 동시에 전형적인 능력주의의 혜택을 부여하며 현대의 귀족을 배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시를 일으킨다. 전근대적 신분제에 비해 법규가 아니라는 점에서 다르지만 일개 사병이나 9급 공무원과 배타적인 신분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토쿄든 서울이든 한국 어디든 그런 달빛 아래 보통 사람들의 하루는 결코 쉽지 않다. 화성 화재사고의 조선족 희생자든 여기 재일조선인으로 살아가는 강충남이든 어찌 보면 눈물나게 비루하다. 명문대와 고시를 일사분란하게 통과하고 높은 자리로 쉼없이 달리던 자에게는 참으로 하찮을 것이다. 자기가 한번도 살아보지 않았고 잠시도 눈길도 주지 않았던 사람에게 낮은 곳은 캄캄하고 어둡기만 하다. 대입시험 만점자가 검사며 국회의원이며 장관이며 높은 자리로 영전하지만 잘못된 것을 두고 뻔뻔하게 옳다고 한다. 두번 세번 가로저으며 자기는 모른다고 한다. 어디 감히 너희가 공무원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 너희는 문벌이라 불리던 계급사회의 첨단 귀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 세기가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게 바로 이런 것이다.
부디 공무원이라면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