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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회 148호 - 2025.겨울
비판사회학회 엮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25년 12월
평점 :
안타깝게도 아직 한국에서는 다당제가 뿌리내리기 어렵다. 배타적 지역 기반의 두 정당이 국회를 견고히 양분한다. 근본적으로 국민의 선택에 의한 결과이지만 유럽에서 보는 정치적 다양성이 우리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투표용지에 자기가 원하는 정당의 후보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수대표제 방식의 선거가 반드시 옳은 건 아니니 다른 방식의 선거를 접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그들의 거듭된 실패를 애써 눈감고 낡은 선거 방식에 고개숙이며 번갈아가며 표를 준다. 그 결과 극우 또는 그에 가까운 보수당이 집권할 때마다 혹독한 고통을 겪는다.
혹독한 고통이 뭔지 어디 적어보자: 내란 및 군사반란(5.16군사정변, 12.12군사반란, 12.3내란 등), 민간인학살(제주4.3사건, 여순사건, 국민보도연맹사건 등), 시국사건(조봉암사건, 인혁당사건, 민청학련사건 등), 필화사건 및 문화예술인탄압(분지사건, 김지하의 오적사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간첩조작(납북귀환어부사건, 재일동포유학생사건, 서울시공무원사건 등), 인권탄압(노조탄압, 전향공작, 의문사 등), 언론탄압(동아일보광고탄압, 1980년 언론통폐합, YTN 민영화 등), 민주화운동탄압(4.19혁명, 부마민주항쟁, 5.18민주화운동 등 계엄령발동, 군경의 강경진압, 발포살인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불법사찰(불법도청, 민간인사찰, 정치인사찰 등), 불법수사(구타 및 고문, 증거조작, 피의사실공표 등), 검찰권 오남용(선택적 수사, 무리한 기소/영장청구, 별건수사 등), 사법살인(진보당사건, 인혁당재건위사건, 김대중내란음모조작사건 등)까지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북하다.
그보다 좀더 왼쪽인 보수당이 집권해도 우리 삶이 얼마나 더 나아졌는지 알 수 없다. 코스피 5000은 일반 국민보다 주식시장 업계, 상장기업의 임원과 주주, 국민연금이 기뻐할 일이다.
온통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칠해진 뻔한 국회구성도가 지겹다. 지방의회로 가면 더 가관이다. 그동안 맹물 같은 정부를 겪은 바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개혁은 공약으로 끝나거나 실패로 슬며시 꼬리를 감춘다. 노무현 정부에서 끝났어야 할 검찰개혁이 새 정부에서도 정부조직법만 살짝 바꿔놓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 매관매직과 선거 비리, 정경유착에서 정교유착까지 끊임없는 폐악이 단단히 얽혀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배지는 그들의 가슴에 훈장처럼 달려 있다. 범죄자의 소속 정당은 재선거에 후보자를 내지 말아야 함에도 사면을 해서라도 공천한다. 침튀기며 개혁을 떠들던 그들은 정치개혁에는 두배 세배 느림보가 되거나 그 자리에 눕는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정권 창출과 유지, 국회 과반 이상의 의석에 있다. 정책보다 자기 조직을 배불리 먹일 집권과 다수 의석이 중요한 것이다. 장기집권이라니 꿈이라도 끔찍하다. 그들의 개혁을 지켜보다가 쓰러질 지경이다. 이제 파란 물보다 다른 빛깔의 정치를 원한다.
국민의당, 조국혁신당 등 새 정치를 하겠다는 정당들이 있(었)다. 정당지지율을 보면 소수당은 대개 10% 남짓 맴돌다가 1%로 회귀하거나 그 언저리에 머문다. 그런데 신생 정당들이 선거철이 되면 두 보수당 쪽으로 몸이 가까워진다. 대부분 자신들이 부르짖던 정치 비전과 가치를 허공에 뿌리며 사라진다. 물론 절박한 생존으로 감쌀 수 있겠지만 나쁜 습관이 아니길 바란다. 그런 제스처를 취하다가 언제 그랬냐는듯 얼굴과 옷매무새를 바꾼다. 유복하게 자란 탓인지 그들은 가난을 견디지 못한다. 지금 국민의당의 DNA가 살아 있을까?
* 김건희 주가조작, 여론조사, 금품수수 재판을 보고 참 기막히다!!! 재판장은 권력자나 권력 잃은 자 모두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법 앞의 평등은 개소리라는 게 법원의 사법오남용이나 사법살인 판례들이 잘 증명한다. 어떻게 어제의 재판은 거짓이고 오늘의 재판은 참이냐? 어떻게 이 재판은 참이고 저 재판은 거짓이냐? 권력 잃은 자에게 어찌나 자상하게 신경쓰는지 눈물겨웠다. 재판장의 품새를 보니 반성문만 쓰면 대역죄를 져도 무죄 방면할 기세다. 역사의식, 시대정신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순진한 건지 교활한 건지 상식을 못 쫓아가는 판결이 계속 나온다. 그래서 고위공직자 본인과 그 가족의 재판은 일반법원은 물론 특별재판부가 아니라 개헌을 해서라도 독립적인 법원을 세워 진행해야 한다. 법원의 조직구조상 판사가 대법원장의 입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법원이 눈물을 흘려야 할 때는 인혁당사건 피해자들이 재심으로 2013년 11월 1차, 2차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을 그쯤이다. 법왜곡죄 등 사법오남용방지법을 조속히 정착시켜야 한다.
* 삼권분립이라지만 법원에 대통령이 한 명 더 있는 것같다. 분명히 국회의장의 권능과 다른 양상을 띤다. 대법원장 중심의 법원을 견제하기 쉽지 않다. 가파른 길인 대법원장 및 법관 탄핵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법권력을 제한할 실효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사법농단 재판에서 보듯이 일반법원에서 법관 재판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검찰이 그래왔듯이 얼마든지 꼬리자르기, 봐주기가 가능하다. 고위공직자 재판을 전담할 별도의 법원이 필요하다는 걸 재언한다. 그동안 경찰, 검찰에 의한 선택적 수사, 부실수사로 1차적으로 막혔는데, 법원이 2차적으로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걸 계속 보고 있다. 사법오남용방지법을 포함한 사법개혁이 조속히 완료돼야 한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대법관의 2심 재판에서 일부 혐의가 인정되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내려졌다. 사법농단 범죄는 일반 범죄와 달리 고위공직자의 중대 범죄라 이 판결은 형식적 처벌에 불과하다. 이를 법 앞의 평등을 내세우며 변호한다면 사법살인 피해자들로부터 천벌을 받아야 한다. 김건희 1심 재판과 마찬가지로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에 대한 재판은 왜 상대적으로 무죄에 가깝거나 가벼운 형량이 내려질까? 이게 고위공직자 재판이 특별법원 또는 사법부에서 독립된 법원에서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가령 국내의 군사법원, 헌법재판소나 국제형사재판소 등 여러 형태의 법원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