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신문기자 : 풀슬립 초회한정판 - 소책자(16p)+포토카드(4종)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심은경 외 출연 / 아라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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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주연의 영화 이후 2022년 넷플릭스 시리즈 신문기자를 본 적이 있다. 어느새 까맣게 잊었는데 영화의 압축된 분량을 6부작 시리즈가 해설해 주는 기분이었다. 중후한 신문기자 요네쿠라 료코와 몰명한 관료 아야노 고의 연기가 편안해서 잘 보았다. 모치즈키 이소코의 원작을 바탕으로 아베 정부 시기의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을 까집으며 일본 정치와 관료 사회를 잘 설명하고 있다.

아베 정부의 학원 스캔들은 단순히 재무성의 조직적 문서 조작만이 심각한 게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건 종결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사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부고발자 아카기 도시오의 유족의 제3자 조사 청원에 시민 35만여 명이 동참할 정도로 신뢰를 받지 못한다. 그 지점이 한국의 경찰•검찰•공수처 수사에 고스란히 옮겨지고 12.3 내란 관련 3대 특검조차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검사들이 특검에 파견되어 있고 심지어 그들은 집단 항명까지 하며 조직 비호를 마다하지 않는다. 소위 검찰개혁 오적으로 불리는 친윤 검사들이 실용의 아찔한 구호 아래 아직도 중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 검찰개혁은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완료되어 안정된 단계로 이행되어 있어야 한다. 어리석게도 명분 주위를 맴돌던 개혁 주체가 오만방자한 대상에게 포획된 것이다. 현직 안미현 검사처럼 보완수사권은 계속 거머쥐면서 사법오남용으로 국민께 사과드린다는 이해 못 할 성토가 나온다. 실제로 사법오남용이나 사법살인으로 처벌받거나 책임진 경찰, 검사, 판사, 대법관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오히려 한동훈 법무부는 법률의 자의적 해석으로 수사권의 범위를 확장해 무자비한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스스로 검찰을 권력의 개로 부르니 제 얼굴에 침을 뱉는다.

영장청구 기각은 간접적인 수사방해로 작용될 수 있다. 경찰의 영장청구나 검찰(공수처, 특검)의 영장청구에서 흔히 일어난다: 윤 전 대통령 체포방해 혐의의 김성훈 전 경호처장 등 관련자 구속영장 기각, 접대 의혹의 지귀현 판사 압수수색영장 기각, 내란 혐의의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 등. 또한 조직 비호를 위해 동료 경찰•검사 등 사정기관 수사에 대한 봐주기나 위로부터의 강압적 수사 무마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친윤 송창진 전 공수처 검사 봐주기 의혹 등. 그런데 재판 단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재판 지연을 통해 시간을 끌거나, 재판공개 불허와 촬영 불허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손이 뻗칠 여지를 준다. 12.3 내란의 조속한 수습과 해결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불씨들를 잡기 위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의 시행,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등 밑거름이 먼저 뿌려져야 한다.

헌법 개정과 법률 제개정을 해서라도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공수처 조직의 보완과 강화, 고위공직자 대상의 재판을 전담할 특별법원 또는 전문법원 설치가 필요하다. 공수처의 수사와 평행하게 고위공직자 대상의 영장 발부와 재판이 독자적으로 수행돼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중 석방,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재판 파기환송 등 충격적인 일들이 터진 바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을 잘라내고 쇠가죽 얼굴을 벗겨내야 한다. 사법오남용이나 사법살인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 경찰, 검사, 판사, 대법관 등 사법 권력을 남용한 자들의 흑역사가 갈수록 빼곡하다. 그들이 권력과 사적 이익을 위해 잘못된 일을 한다면 당연히 법정에 서야 한다. 일반법원에서 대법원으로 가는 긴 여정에서 벗어나 조금씩 쇠가죽 얼굴들을 전시하지 않게 될 것이다.

* 내란 혐의의 박성재 전 장관의 두번째 영장기각, 내란선동 혐의의 황교안 전 총리의 영장기각이 있었다. 항상 사법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 새삼스럽지 않다. 보수 스탠스를 취하는 민주당이 중요한 지점에서 번번이 망설이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로 민주당의 책상은 다시 어지럽게 됐다. 불안한 실용보다 확실한 구조 개혁과 인적 청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권력과 사적 이익 앞에 무수히 쓰러지는 검사와 법관 들을 재활용한다는 실용은 착각이다. 그들은 공무원이라기보다 특수 신분을 과시하며 사법 권력을 남용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자기 신분이 위태로우면 쓸데없이 국민을 갖다댄다. 그들은 국가폭력의 앞잡이로 국민을 짓밟는 데 열심히 봉사했다. 법 앞에 평등하다면 검사와 법관은 검사징계법, 법관징계법이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더 이상 쇠가죽 얼굴들의 전시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 황교안 전 총리, 나경원, 송언석 등 국회의원들이 패스트트랙 관련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안터깝게도 모두 의원직을 유지한다. 이들은 공무원이라기보다 정치계의 빌런들이라 참 아쉽다. 한국 법치주의의 한계가 뚜렷이 보인다. 사건이 난 지 6년 7개월, 기소된 지 5년 10개월이 지난 터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재판이 왜 계속 방치되고 있었는지 눈치챘을 것이다. 이상하게 법원은 법 앞에 평등하지 않고 보수 쪽에 자비를 베푼다. 황교안, 나경원, 이만희, 김정재, 송언석, 윤한홍 이상 6인은 검찰의 직역형 구형에도 가벼운 벌금형으로 끝났다. 국회를 난장쑥대밭으로 만들었는데도 편안히 돌려보낸다. 특히 내란선동 혐의로 수사 중인 검사 출신 황교안 전 총리는 징역 1년 6개월, 극우 세력을 옹호하는 판사 출신 나경원 의원은 징역 2년인데도 애써 봐준 감이 있다. 국회법 위반에 벌금 100만원 차로 가까스로 국회에 남는다. 스스로 무죄라 하니 쇠가죽 얼굴이 어디 가겠어요? 일반 국민이면 이렇게 너그러운 판결을 내렸을까 생각해 보길 바란다. 해방 이후 공안사건, 필화사건 등 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법 피해자들이 가슴을 칠 일이다. 오늘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40여 년만에 삼청교육대 사건 상소포기와 취하를 완료했다며 피해자들에게 SNS 사과했지만 그게 하루아침에 달래질 일일까?

* 법이 상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누가 봐도 내란 혐의의 추경호 의원 영장기각은 잘못된 판결이다. 사법부가 민주당 주도의 사법개혁에 개기면서 내란 관련 수사와 재판에 계속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와 거래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사건과 그 재판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은폐와 무마, 선택적 수사, 권력에 비례하는 재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해방 이후 검찰과 법원의 잘못된 사법권 남용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죽거나 반죽음이 되어 고통받던 기억을 거둬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검찰의 기소와 수사 분리, 사법행정위원회 설치의 밑거름 위에 신속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개혁에 가죽 찢는 소리가 난다고 성급한 게 아니다. 이참에 검찰과 법원의 낡은 쇠가죽을 완전히 찢어내야 한다. 그리고 누가 봐도 위헌 정당인 국힘당을 하루빨리 국회 밖으로 쫒아내야 한다. 추경호 의원처럼 내란에 동조하거나 나경원 위원같이 국회를 폭력으로 어지럽히는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게 해서는 안 된다.

* 사법개혁안 때문에 재판의 중립성과 사법부의 신뢰 훼손을 걱정할 게 아니다. 지난 사법부의 역사를 돌아보면 본인들이 스스로 무너뜨렸고 지금도 내란 관련 수사와 재판에 방해가 되고 있다. 한국 국민은 오랫동안 사법오남용 때문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수없이 침해받아 왔다. 사법개혁안에 위헌성이 있다면 국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최종안을 내면 될 일이다. 한국의 사법제도는 정부와 국회가 사법부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를 해야 한다. 대법원장 중심의 사법부가 정치와의 거래나 대선 개입으로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제왕적 대법원장이 횡포를 부린다면 제도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법 앞에 평등하다면 법관징계법이 아니라 국가공무원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사법개혁은 이번 한 번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계속 시행해야 한다. 국민의 대법원장 직접 선출, 국회의 대법관 임명 등 좋은 제도를 안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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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신문기자 : 풀슬립 초회한정판 - 소책자(16p)+포토카드(4종)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 심은경 외 출연 / 아라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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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치즈키 이스코의 저작들을 훑어보니 물건이다. 지방지 도쿄신문 기자가 국가비판적인 썰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앞서 영화 빌리지, 끝까지 간다, 정체 등을 잘 봐서 술술 넘어간다. 신문기자의 시선을 따라 일본 정치와 관료 사회의 이모저모를 잘 볼 수 있다. 아베 정권이 숨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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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Pablo Schils - Tori and Lokita (Janus Contemporaries) (토리와 로키타) (2022)(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Various Artists / Janus Film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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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사원 뒤에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랜 불교 국가이지만 잠시 킬링 필드의 악몽을 잊고 있었다. 벨기에에서 비슷한 일이 있으리라곤 누구도 상상치 못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같지만 엄연히 극영화로써 자못 긴장감이 있다. 벨기에의 켄 로치, 다르덴 형제는 세상에는 전혀 없을 것같은 일이 태연히 벌어진다고 한다.

이주민의 고통은 주거와 생활의 불안정뿐만 아니라 신분의 불안정에서 비롯된다. 신분의 약점을 노려 어린 아이들에게 마약 배달을 시키고 대마초 재배에 동원한다. 아프리카 사바나가 유럽의 한복판에 걸쳐져 욕망의 살점을 물어뜯는다. 로키타는 생존하기 위해 마약 배달을 하고 그 댓가로 받은 돈을 고국의 어머니에게 보낸다. 그러나 그마저도 입국 브로커가 빚진 돈을 갚으라며 가로막는다. 실제 가족이 아니라지만 토리와 로키타는 친남매 같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한다. 그로 인해 로키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한국의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들이 해외출장 중 자주 들른다는 불교 유적. 우리는 앙코르와트 사원의 뒤쪽을 보지 못하고 산다. 겨우 방송으로 박모 대학생 사망 사건이 나고서야 그 뒤쪽을 보게 된다. 아동의 매춘과 장기밀매를 다루는 일본영화 어둠의 아이들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인체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는 거래의 대상으로 사고팔린다. 유럽이든 동남아든 한국이든 불법 중고거래를 하듯이 인체, 인격, 노동이 부도덕하게 교환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지리의 허약함을 파고들어 사이버 공간이나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산업이 된다.

로키타는 총성 두어 방과 함께 허무하게 사라진다. 굳이 수x억 배우를 쓰지 않더라도 깊은 공감의 잔영을 눈과 귀에서 읽을 수 있다. 기울어진 영화 자본주의를 일으켜세우는 다르덴 형제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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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teve Jobs: The Man in the Machine (스티브 잡스) (한글무자막)(Blu-ray)
Magnolia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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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유산 중 두 가지만 고르라면 매킨토시와 아이폰을 집겠다.

1970년대 후반 원시적인 애플 컴퓨터가 나타났지만, 진정한 PC는 1984년 발표된 매킨토시 128K다. 작은 컴퓨터의 사과 로고가 애플의 혁신과 개성을 잘 표현한다. 그로부터 1990년대 파워 매킨토시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서체, 사운드, 마우스와 함께 향수로 남았다. 지금의 macOS보다 그 당시의 맥이 훨씬 감성적이었다. 1990대 중반 윈도우 95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만 푸르뎅뎅한 바탕화면에 화살표 커서가 굉장히 촌스러웠다. 거기다 뻑하면 블루스크린이 나타나 당혹스러웠다. 주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어도비 위주의 그래픽 앱이 맥의 대부분을 채웠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성공에는 워드, 엑셀 같은 오피스 앱이 더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넷스케이프의 대항마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GUI와 인터넷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닷컴 버블의 흥망성쇄와 더불어 IT 개발 붐이 일던 시기이다.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웨어란 잡지가 상징적으로 그 한 페이지를 넘긴다. 애플은 2000년대 이후로 서서히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린다. 영원할 것같던 IBM PC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삐삐에 이어 피처폰이 등장한다. 스마트폰의 전신으로 개인용 휴대폰의 서막을 알린다. PDA와 함께 통신 시장의 돌풍을 일으킨다. 애니콜부터 주로 삼성 폰을 쓰다 보니 뒤늦게 아이폰을 접했다. 그때 삼성 폰 중 원도우 모바일이 운용되는 초기 스마트폰을 써 봤다. 상당히 투박한 GUI에 인터넷이 느려터져 웹 검색이 상당히 불편했다. 오히려 키보드가 빼곡히 자리잡은 블랙베리 폰이 고급 모델로 더 각광받았다. 최강 블랙베리가 순식간에 미국 시장을 아이폰에 내주면서 스마트폰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아이폰은 블랙베리가 집착하던 키보드 인터페이스를 액정 안으로 밀어넣는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인터페이스가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로써 단순한 전화기가 손 안의 작은 컴퓨터가 된다. 2020년대로 접어든 지금 데스크탑 PC나 노트북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더 많이 쓴다. 아이폰의 폭발적인 성공 이후 삼성 갤럭시 폰이 글로벌 시장을 양분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갤럭시 폰은 아이폰의 카피캣이다. AP, 운영체제, 앱, 이미지 센서가 다를지라도 앱 아이콘이 가지런히 배열된 홈 화면을 보면 스마트폰의 본질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샤오미가 더 노골적인 카피캣이 된다.

혁신이란 그 단어의 뜻처럼 조용히 새로운 가죽으로 바꾸는 게 아니다. 어떤 386 정치인은 국가 개혁의 한복판에서 조용한 개혁을 해야 한다는둥 영감님 소리를 한다. 스티브 잡스는 IBM과 블랙베리의 낡은 가죽을 찢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러나 애플이 이 절체절명의 기회를 타고 상승하지 못했다면 그 미래는 밝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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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일반판
켄 로치 감독, 데이브 존스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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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당황스러운 법이다. 낯선 캄보디아로 끌려가 감금과 고문까지 당했으니 오죽할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까스로 구조 요청을 한다. 주말이니 월요일에 다시 오라, 도와줄 게 없으니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 피해자 부모의 도움 요청에 대한 현지 대사관의 이메일 답변이나 외교부 장관의 현황 파악을 보면 충격적이다. 도대체 외무 공무원이 하는 일이 뭘까? 눈 앞의 재외국민 보호보다 매뉴얼 안내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실종 신고가 500건이 넘도록 국내서는 깜깜이 상태다. 행안부는 현재 인원으로도 넘친다며 경찰 주재관 증원을 거절한다. 경찰 주재관 1명 포함 총 3명으로 전역을 커버한다. 기껏 탈출하여 지역 경찰서에 신고하면 변호사를 데려오라는둥 딴전을 피운다. 이게 공무원의 그늘진 본질이다.

이 빵뺑이 놀이는 도무지 그치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서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그저 직장을 다니는 것일 뿐이다. 1950년대 영화 이키루의 뺑뺑이 놀이가 공무원의 본질임을 새삼 확인시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책임을 다한다는 건 순전히 거짓말이다. 이명박 자원외교, 론스타, 엘리엇 & 메이슨, 대왕고래, 웨스팅하우스, 캄보디아에 꼬라박고 뜯기고 퍼줄지언정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돈을 쓸 수 없다. 12.3 내란의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쇠가죽 얼굴에서 잘 증명된다. 그 잔인한 뻔뻔함이 CCTV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권한은 하늘 높이 누리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책임은 절대 안 진다. 고위공직자나 법률가 출신일수록 오히려 법망을 빠져나가는 걸 자랑삼는다.

공무원의 책임 회피는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일선 공무원부터 고위 공직자까지 책임 회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공무원이 없어도 되겠다. 국방부와 경찰청의 12.3 비상계엄 당시 비화폰 수령 내역이 전무하다거나 캄보디아 원조사업 문건이 수출입은행 및 관련 기관에 하나도 없다는 걸 보면 도를 넘어선 정도가 아니다. 심지어 공수처조차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휩싸여 있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온몸이 검게 멍들 때까지 계속 두들겨패고 지진다. 억지로 마약을 빨며 대포통장에 5천7백 만원을 넣어달라 말한다. 실종 건수가 작년까지 500건이 넘는 것은 다니엘 블레이크가 복지수당을 받기 위한 지난한 과정과 비슷하다. 심장마비의 위협뿐만 아니라 복지신청주의와 그에 따른 까다로운 절차를 이겨내야 한다. 끝내 박모 군이 사망하고 나서야 외교부가 공식 통계를 집계하고 국수본부장과 외교부 차관이 캄보디아로 급파된다. 다니엘이 사망할 때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듯이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제주항공 참사 가족들은 국회 앞에 피켓을 들고 있고, 또 누군가는 앞으로 범죄든 재난이든 질병이든 죽어나가고,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고독하게 외칠 것이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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