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한국의 논점 - 미증유의 코로나 시대, 극복을 위한 42가지 제언
강양구 외 지음 / 북바이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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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트렌드를 논평하고 예측하는 류의 책들이 넘쳐난다. 그러다가 재빠르게 사라지고 다시 새해에 그런 책들이 머리를 내민다. (돈 되면 언제든 마음먹고 써내는) 가짜 뉴스와 정치적이고 편향적인 언론黨의 기사를 넘어 당대의 한국 사회를 실마리라도 이렇게 잡아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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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연 토익 RC PART 7 강의노트 - 토익, 생각의 순서를 잡아주는 유수연 토익
유수연 지음 / 사람in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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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토익 전략서라는 제하의 책들이 있다. 언뜻 보기에는 솔깃한데 토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혼란을 주는 것 같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강의에 연결되고, 강의가 없으면 문제집이나 다름없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유수연 토익 강의노트는 의미가 있다.

700점 이상 득점자가 더 올라서려면 반드시 토익 파트7과 맞닥뜨리게 마련이다. 시간이 없어 많은 문제들을 눈물을 머금고 찍게 되는 부분이다. 이 책은 토익 파트7 문제 한 세트를 단일 지문 독해, 이중 지문 독해, 삼중 지문 독해로 나누어 풀이하는 과정을 통해서 범용적으로 통용될 만한 요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초심자라도 무리 없이 가볍게, 빠르게 볼 수 있다.

(갑자기 뚱단지 같은 얘기일 수 있으나) 토익에서 더 나아가 토익을 채택한 공시와 그 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다.

공시에서 7급 수험생은 영어는 거의 대부분 토익을 선택할 것이다. 매달 2-3회의 응시 기회가 있어 편리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익숙한 시험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시생뿐만 아니라 모든 응시자가 만점을 받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할까? 만점자와 5점 모자란 응시자의 능력이 그렇게 넘사벽으로 차이 나는 것일까? 응시자 중 누구도 토익의 목적상 영어학자나 통번역가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공시생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합격할 수준만 갖추면 된다. 그렇다면 700점 이상만 득점하면 되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알며 철저히 점수로 재단될 것이다.

그래서 만점 신화나 귀족 문화가 한국에서 견고히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토익에서 700점은 평범한 것이며 만점 또는 고급 신분이 되는 과정으로 가기 위한 시작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7급 공무원 시험이 점차적으로 고시화되고 있지만 7급 공무원이 되었다고 해서 결코 고급 신분이라고 할 수 없다. 그 위에는 고시 제도를 통과한 고급 신분이 있으며, 그들이 고위 공직자의 다수를 이룬다. 5급 고시 출신의 공무원은 대부분 SKY의 귀족 문화에서 배출된 고급 신분이라는 특징이 있다: 현재 고위 공직자의 50%, 판검사•외교관의 70-80%가 SKY. 한국에서 고시 제도는 아직 남은 과거제처럼 보이며 지배 계층의 등용문이었다. 외시•사시가 그러했듯이, 고시가 사라지면 특수 대학원인 국립행정학교(프랑스의 그랑제콜 ENA가 그러함)가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여기서 잠깐, 대졸로 9급 또는 7급 공무원의 시작과, 서울대와 고시 또는 국립행정학교 출신의 5급 공무원의 시작을 비교해 보라. 거기에 문벌 프리미엄이 붙은 그들을 생각해 보자. 공시와 아무 상관없지만, 다시 그들과, (구의역 사고 같은) 산재 사고로 죽음에 노출되는 고졸 청년 노동자의 시작과 비교해 보라. 그리고 과거의 사농공상(천)과 노동의 가치가 지금과 얼마나 다른가 생각해 보자. 다시 과거의 군주정과 지금의 민주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다른가 생각해 보라. 헌법 조문 밖의 세상에 현군 정조는 보이지 않고 평균 이상의 경세가 정약용을 한숨 쉬며 손꼽아야 할 것이다.

고시 출신의 행정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군 장교, 판검사, 외교관, 경찰 간부 등 각종 분야에서 특정 학교(조선시대 서원의 역할과 비슷) 출신의 고급 문화에서 배출된 이들이 상위 계층을 다수 점유하고 있다. 물론 외무고시와 사법고시는 이미 폐지되었지만 외시•사시 출신의 공무원들은 여전히 활동하며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진정 공무원이 인생 직업이라면 왜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그 시원은 문벌에 있고 한반도에서 오랫동안 문벌의식이 지배 계층에서 대대로 전해졌다(김동리의 화랑의 후예, 일제강점기 황진사의 문벌의식은 이를 잘 설명함). 문벌의식은 기본적으로 독점과 차별을 특징으로 하는 봉건적 신분의식을 말한다. 문벌은 갑오개혁 이후 사라진 것처럼 보이나 불문율, 기득권, 학벌 같은 형태로 지금도 살아 있다. 홍범 14조에는 문벌을 가리지 않고 인재 등용의 길을 넓힌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문벌은 공신, 과거급제자, 고위공직자, 왕후(황후)를 많이 배출한 특정 가문,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특정 가문 중심의 이익집단(파벌)을 가리킨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과거 합격자라도 자신의 문벌에 따라 커리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한국의 귀족검사를 떠올려보라).

• 대표적인 문벌의 폐해: 조선 순조부터 3대 60여 년 동안 안동 김씨 등 소수의 가문이 권력을 독점함.(벽파의 정치 탄압이 피를 튀기는 가운데 임금의 장인인 시파 김조순이 등장하여 벽파를 누르고 김씨 문벌정치를 이룩하였다. 김씨들은 독점 문벌정치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몇몇 문벌들과 협조 체제를 모색하여 벼슬자리와 이권을 모조리 거머쥐었다.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흥선대원군의 집권 이후 문벌정치는 여흥 민씨 일가에 의해 구한말까지 계속됨. 극소수의 문벌이 거의 백여 년간 중앙 요직(뿐만 아니다)과 각종 이권을 독점하고 반대 세력을 사직, 좌천, 유배, 처형시킴. 그리고 그 밑에는 가렴주구로 결딴난 민생들.

결국 만점이란 한국에서 고급 신분의 자격을 상징한다. 만점의 고급 문화는 민주주의와 어울리지 않게 봉건적 신분 사회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비유를 들자면, TV드라마 허쉬에서 신문기자 인턴 오수연은 왜 자살해야 했을까?

* SKY의 귀족 문화: 2019년 조국 사태가 터지면서 서울대 등 3개 대학은 이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를 공정과 정의 측면에서 비판하고 나섰다. 그런데 상당히 이율배반적인 것은 고위공직자의 출신대학이 이 3개 대학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펼쳐 보라) 이것을 합리적인 차별로서의 공정과 정의로 보기에는 민주주의 이념 아래 그 차별은 가혹하고 혐오스럽다. 그 차별은 헌법 1조 2항의 국민의 대다수를 쌍놈, 불쌍놈으로 만든다. 이들 국민은 조선 후기 공명첩이든 부정입학이든 편입이든 신분 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평생 굴욕을 느끼며 살게 된다.(그러기에 한국의 사회 개혁은 근본적으로 교육 제도에 놓여 있다. 국공립대 중심의 대학 통폐합은 이미 오래된 미래다. 달걀 정도의 차별금지법은 눈물날 정도로 안타까울 뿐이다.) 성균관 유생들처럼 그들은 자기모순을 스스로 비판하고 시대정신을 말하기보다 과거의 문벌의식을 여지없이 드러내었다(고려대 4차 집회에서 세종캠퍼스 학생 논란을 떠올려보라). 그들은 왜 헌법 11조 1항 누구나 평등할 권리에는 관심 갖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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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지음 / 아킬라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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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한복판에 타는 목마름의 시집이 누군가의 손에 쥐어 있었다. 또 누군가들의 손에 흰 연기로 덮인 그 시집들이 쥐어 있었다. 온전히 그의 시집만 읽기로 하여 오적과 타는 목마름으로 애린으로 중심의 괴로움으로 계속 읽기로 하였다. 나는 무엇이 그리 목말라 오늘도 이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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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와 개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1
레몽 크노 지음, 조재룡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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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몽 크노의 첫 한국어 번역 시집인 것 같다. 한때 이승훈의 시를 읽다가 내뱉은 이름, 레몽 크노. 그때 갈리마르 판 시집을 만지작거리며 레이몽 끄노로 읽었다. 한켠의 원문에는 로망스어 특유의 운이 알알이 박혀 있다. 그 붉은 홍초 맛이 시큼하게 혀 끝에 감돌다가 입 언저리로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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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
김수철 지음 / 까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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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에서 작곡 겸 연주(노래)를 하는 음악인은 흔히 보게 된다. 김수철은 한때 원맨밴드라는 음반으로 다재다능함을 알렸다. 그런 그를 우연히 EBS 방송에서 보았다. 그가 우리나라 음악인 국악에 그렇게 많은 헌신을 했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크로스오버가 흥한지는 이미 오래되어 국악인이 서양음악과 협연한다든가 서양음악가가 국악적인 소재로 작곡한다든가 하는 등의 식의 음악들은 많이 보아 왔다. 피아노로 우리 음악을 연주하던 임동창도 그렇다. 하지만 대중음악 장르에서 국악으로 발을 옮기며 음악적 성취를 이룬 이는 많지 않다.

그 당시에는 전혀 못 들었던 기타 산조, 불림소리, 불림소리2, 팔만대장경을 차례로 들어 보았다. 지금 들어 보아도 전혀 낡거나 해묵은 느낌이 없다. 기타 산조는 산조 음악의 대중적 표현인데, 파헬벨의 캐논을 전기 기타로 연주하던 러시아 밴드 느낌이 나거나 흥얼거리는 블루스 기타의 기분도 들었다. 아주 좋았다. 불림소리는 서양 클래식 장르의 난해함도 느끼게 하지만 공감의 경계 안에 있었고 팔만대장경에 이르자 서편제 음악이 이렇게 나왔구나 하였다. 양방언 풍의 음악도 떠올리게 했다. 그의 음악적 성취는 이렇게 영화음악에서 흥하였구나 하였다.

언젠가 한국에서 황제 대접을 받으며 서양음악을 연주하던 음악가가 있었다. 그는 외국에서의 성공과 평판으로 한국음악계에서 신같은 존재였다. 그의 음악은 서양음악이 다이고 (한국인이 연주하니) 한국적인 것은 연주밖에는 없었다. 클래식을 아주 좋아하지만 서양음악만 하는 음악가보다 한국음악가 김수철이 더 자랑스럽다. 그의 음악은 BTS의 음악과는 다르지만, 빌보드나 그래미 어워드에서 오르내리지 않더라도 BTS 이상의 음악적 가치가 있다. 예술가 정신이란 권위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음악에 대한 헌신과 깊은 이해, 그리고 공감에서 나오는 것이다.

음악계에서는 장르 간의 편견과 차별이 있었을 테지만 음악을 듣고 즐기는 이에게는 어떤 편견과 차별도 방해되지 않는다. 클래식이란 오랜 시간의 숙성 속에서 듣는 이의 귀에서 발효되는 깊은 맛이다. 그것은 서양음악만을 가리키지 않으며 어느 지역에서는 코토 음악이나 그것의 대중화된 표현일 수도 있다. 그것은 장르의 자유이자 통섭으로 해석되어 새로운 음악이 될 수도 있다. Max Richter의 사계처럼 새로운 음악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해방 이후 아니면 그 훨씬 이전부터 한국어나 한국 문화, 한국적인 것을 선택한다거나 서양적인 것이 아닌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더 이상 돈이 되거나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닌 게 되어 버렸다. 아직까지 한국사가 고등학교에서나 각종 시험에서 필수인 것은 자못 다행한 일이다. 반대로 영어나 서양적인 것이 돈이 되고 값어치 있는 것이 되는 현실에 아무도 슬프다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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