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장 주네 지음, 오세곤 옮김 / 지만지드라마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교원이 직업인 아니 에르노식 작가들의 풍토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평균적인 사회인으로는 낙제를 받았으나 오히려 그것이 문학적인 자산이 된다. 작품 속 프랑스 사회의 모습은 문학의 추상성에서 일찌감치 벗어나 있다. 장 주네가 노벨상을 받기에는 스웨덴 학술원의 입맛과 전혀 맞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실주의의 계보를 넘다가 먼 길을 돌아 고골에 이르게 되었다. 그의 단편소설들을 막 읽기 시작했는데, 희곡 감찰관이 더 관심이 갈 정도로 강하게 끌리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19세기 러시아 작품이지만 오히려 21세기 한국이나 유럽의 어느 사회에도 있을 만하다. 많은 시차가 있으나 한 세기 훨씬 전의 러시아 사회를 진정성 있게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피의 일요일 사건이 있었던 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옴니버스식 구성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입] Trumbo (트럼보)(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Universal Studios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할리우드의 장밋빛 시절 우리에게도 익숙한 매카시즘이 유행하였다. 요즘은 영화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 대본을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때만 해도 전문적인 시나리오 작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그들은 단지 정치적인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직업의 최전선에서 물러나 익명으로 살아야만 했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블랙리스트의 대표적인 희생양이 되었다. 달튼 트럼보의 수난은 교도소 복역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반미활동심사위원회는 1975년에야 해체된다. 이는 현대판 주홍글씨의 일종으로 지난 박근혜 정부 이전이후에도 종종 볼 수 있다.

블랙리스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으로 대개 전근대적 통치구조나 보수 정부에서 흔히 자행되는 일이다. 즉 국가가 반정부적인 태도로 평가된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이다. 또한 국가 외에도 기업이나 다양한 형태의 조직에서 나타난다. 우리가 경험한 보수 정부는 공적 영역에서까지 자유를 외칠 정도로 극단적인 자유방임주의에 치우친다. 그러다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이태원 참사 같은 끓는 주전자를 내동댕친다. 한편 교육부는 기어이 자유를 밀어넣어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만들겠다는 만행을 저지른다. 전 세계 사전을 뒤져보라, 글로컬 표준어는 오직 '민주주의'밖에 없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사태와 비슷한 모양새다. 현 정부의 자유에 대한 과잉집착은 심하게 말해서 자유당 또는 그들의 모태인 민주자유당의 정체성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다시 말하지만, 자유를 말한다고 해서 당신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확신할 수 없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 국가, 어느 정부든 블랙리스트의 자유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달튼 트럼보가 쓴 수많은 시나리오 중 스탠리 큐브릭의 스파르타쿠스가 있다. TV 시리즈 스파르타쿠스가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 20xx년 어느 저녁, 블랙리스트의 자유를 기리며:
현 정부가 MBC에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묻지마 때리고, YTN의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로 입다물라 주리를 틀고, TBS 지원 폐지 조례로 무릅꿇 때까지 손발을 꽁꽁 묶는다. 우리가 지금껏 말하던 블랙리스트의 자유가 만천하에 실현되고 있다. 현 대통령의 헌법수호 정신은 법가의 법치주의를 더 없이 실현할 뿐만 아니라 19세기 이전의 헌법, 즉 성리학에 올인하는 왕정복고 식의 막태를 창발한다. 현 대통령, 현 법무부와 검찰은 법률을 개차반 만들며 무법의 시행령 통치를 하고 있다. 시행령이 법률 위에 올라서서 어디 마음껏 해 봐라, 국회를 넉아웃, 시킨다. 이제 도미노로 언론, 야당, 국민, 그 위에 발붙인 민주주의는 넉아웃, 된다. 정부에 대고 바른말하는 자, 말많은 자는 블랙리스트의 위력으로 너는 아웃,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려의 과거제도
허흥식 지음 / 일조각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만18세 이상이면 누구나 7급 공채에 응시할 수 있다. 한참 진학으로 전력을 쏟아야 할 판에 공직에 입문하라. 이들은 나중에 승진의 난관에 수없이 부딪치며 오랫동안 당하관에 몸담게 된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당하관! 신분에 머무르며 절망할지도 모른다. 천년이 한바퀴 돌아도 바뀌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키루 - [초특가판] 일본 고전명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시무라 다카시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영화 이키루는 공무원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한국의 이태원 참사에 앞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다르지 않아 오죽하면 구로사와 아키라가 공무원 사회를 영화 속에 옮겨놓았겠는가? 시청에서 일하는 와타나베나 공무원들은 수북한 서류 더미 위에서 민원들을 다른 부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다. 이 민원들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112 신고였다면 어떠했겠는가? 모든 경찰, 경찰철장, 구청장, 시장, 장관, 총리, 공무원들은 아니지만 민원 한번 넣다가 속뒤집어진 일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수차례 112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사전에 혼잡한 군중을 통제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호 사건으로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대폭 개편될 정도로 안전을 강조한 나라였다. 오늘 발표된 참사 당일 112 신고의 내용들은 지난 2014년 당일과 다를 게 없음을 새삼 확인해 주었다. 사고 장소가 바다냐, 지상이냐만 달랐다.

어느 기자의 말마따나 지긋지긋한 무사안일주의를 침묵으로 애도만 할 것인가? 왜 공무원 사회에는 레드카드를 꺼내기가 그리 어려운가? 공무원도 책임과 권한을 가진 자면 언제든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 가식밖에 남지 않은 책임 붙들고 당장 떠나야 한다. 그들에게 경기장은 너무 쉽게 보인다. 이게 이 나라 높으신 분들의 뻔뻔하고 값비싼 민낯이다. 그게 온갖 홍패를 주렁주렁 찬 높으신 분들의 민낯이다. 정부의 주인을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전 정부에서 잘못한 일 중 하나가 사람 뽑는 일이었다. 공무원에게 서울대, 고시 합격, 석박사 학위가 최선이 아니다. 이 조건은 국민 봉사와 공익 실현을 위한 공무원의 조건이라기보다 19세기 이전의 당상관, 즉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현 정부에서 고위공직자의 프로필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국민은 당상관을 원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고 공익을 실현하는 공무원을 원한다. 지난 2014년과 마찬가지로 당상관의 능력은 아무 쓸모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