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루 - [초특가판] 일본 고전명작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시무라 다카시 외 출연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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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 이키루는 공무원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들이 잘 묘사되어 있다. 한국의 이태원 참사에 앞서 경찰을 포함한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도 한국과 다르지 않아 오죽하면 구로사와 아키라가 공무원 사회를 영화 속에 옮겨놓았겠는가? 시청에서 일하는 와타나베나 공무원들은 수북한 서류 더미 위에서 민원들을 다른 부서로 떠넘기기에 바쁘다. 이 민원들이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112 신고였다면 어떠했겠는가? 모든 경찰, 경찰철장, 구청장, 시장, 장관, 총리, 공무원들은 아니지만 민원 한번 넣다가 속뒤집어진 일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수차례 112 신고에도 불구하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사전에 혼잡한 군중을 통제하지 않았다. 지난 세월호 사건으로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대폭 개편될 정도로 안전을 강조한 나라였다. 오늘 발표된 참사 당일 112 신고의 내용들은 지난 2014년 당일과 다를 게 없음을 새삼 확인해 주었다. 사고 장소가 바다냐, 지상이냐만 달랐다.

어느 기자의 말마따나 지긋지긋한 무사안일주의를 침묵으로 애도만 할 것인가? 왜 공무원 사회에는 레드카드를 꺼내기가 그리 어려운가? 공무원도 책임과 권한을 가진 자면 언제든 경기장을 떠나야 한다. 가식밖에 남지 않은 책임 붙들고 당장 떠나야 한다. 그들에게 경기장은 너무 쉽게 보인다. 이게 이 나라 높으신 분들의 뻔뻔하고 값비싼 민낯이다. 그게 온갖 홍패를 주렁주렁 찬 높으신 분들의 민낯이다. 정부의 주인을 뽑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전 정부에서 잘못한 일 중 하나가 사람 뽑는 일이었다. 공무원에게 서울대, 고시 합격, 석박사 학위가 최선이 아니다. 이 조건은 국민 봉사와 공익 실현을 위한 공무원의 조건이라기보다 19세기 이전의 당상관, 즉 고위공직자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현 정부에서 고위공직자의 프로필을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국민은 당상관을 원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고 공익을 실현하는 공무원을 원한다. 지난 2014년과 마찬가지로 당상관의 능력은 아무 쓸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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