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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 서양 음악사의 잃어버린 순간들
유윤종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평점 :
#클래식비밀과거짓말 #유윤종 #을유문화사 #음악 #독서기록
이 책을 언제 사놨더라. 재밌는 내용이 듬뿍인데, 이제서야 읽다니. (2019년 초판 1쇄 책이다..ㅠ)
작곡가 또는 곡에 얽힌 비하인드가 실려있는데, 몰라도 뭐 사실 음악을 듣고 감상하는데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알면 아마도 좀 더 깊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가령 바그너가 배를 타고 야반도주하면서 고생한 경험을 살려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작곡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오페라를 감상할 때 감흥이 덜해지지는 않을텐데, 그래도 하나의 곡이 탄생하기까지 그 무렵의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작곡가의 상태가 어땠는지,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알게 되면 아, 이런 심정에서 이런 표현이 나왔구나 하고 보다 더 가깝게 여겨질 수 있다.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의한 기록이 재미있었다. 베토벤 사후 베토벤의 전기를 쓴 신들러, 말러의 아내였던 엄청난 매력과 재능의 소유자 알마 말러,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천재 모차르트를 질투한 살리에리에 대한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기록하는 사람의 포장이 불러오는 왜곡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고..
또한 비슷비슷한 선율이 여러 작곡가들의 곡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것이 신기했는데, 그 이유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무렵, 음악 공연이 큰 역할을 한 것에 깊은 감명을 느꼈다. 1989년 8월 1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피셔 이반은, 소프론 부근 국경마을(헝가리-오스트리아) 에서 열린 ‘범유럽 야유회‘에 동독인들을 초대했고, 그들은 이 공연에 참석하고 바로 오스트리아로 탈출한다. 이후 13,000여명 이상이 서방세계로 탈출했고, 11월 9일 공보담당 정치국원 귄터 샤보프스키의 준비되지 않은 답변으로 (‘당장‘) 베를린 장벽은 붕괴되었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나 살기 힘든데 음악이, 미술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을 하곤 한다. 그렇지 않다. 우리의 삶은 모든 것이 서로 어우러져있고, 모든 분야는 각각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소극적으로는 힘든 심신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나에게 음악은, 전형적인 한국 아내, 딸, 며느리 (+엄마, 시엄마이기도 하지만 그 역할은 보다 쉽다?)역할에서 오는 힘겨움에 잔잔한 위로가 된다. 한번씩 멋진 공연을 보고 오면, 눈빛은 초롱초롱, 입은 귀에 걸린다는..